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덜 떨어지는 티는 내지 말자
비(非)매너, 그리고 그의 짝꿍 비양심을 가지고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그걸 알면서도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지 않고, 으스대고 유머의 소재로 쓰는 사람도 있다. (2019. 03. 22)
영화 <킹스맨>의 한 장면
어떤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와닿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매너는 다르다. 물론 우리말을 귀하게 여기고 외래어는 우리말로 순화해서 써야 하지만, 편의상 매너라고 하겠다. 그렇다면 매너란 무엇인가. 매너는 행동하는 방식이나 자세, 또는 일상생활에서의 예의와 절차이다. 그러니까 상대로 하여금 ‘아, 이 사람 참 매너있다’, 즉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는 개인의 가치관 혹은 행동거지라고 믿는다. 매너에 대해 평가받는 대상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요즘 같은 혐오의 시대에서 매너를 찾기란 사막에서 바늘찾기다. 그래서 상대방이 매너 있다고 느낀 순간들은 마음속에 꼭꼭 저장해두었다가, 친구들과 모였을 때 내가 최근에 겪은 희귀한 일인 양 에피소드들을 나누곤 한다. 혐오의 감정을 배제하고서라도 매너 없는 사람들은 참 많다. 받는 건 당연하게 여기고 줄 땐 생색내는 사람이라든지 상대의 말은 듣지 않고 자기 할 말만 하는 사람도 해당되며, 이 세상에 혼자만 산다고 착각하는지 길을 걸으며 담배 피우는 사람도 해당한다. 또한 모르는 사람에게만 매너의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매너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다. 어떤 사람의 차를 얻어 타면서이다. 우선, 그 사람의 차가 생각보다 너무 더러웠다. 과자 부스러기나 빈 물통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그 차에 내 발을 내딛어야 했고, 편한 척 앉아야 했다. 남을 태우기 위해서 청소를 할 필욘 없으니 거기까진 괜찮았는데, 안전벨트를 매지 않고 출발하는 모습과 벨트를 매라고 울리는 차 안에 있자니 등에 땀이 났다. 평소에 좋게 생각했던 사람인데, 아무렇지 않게 교통법규를 가볍게 여기는 모습에서 매너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과연 누가 매너가 있을까? 매너로 똘똘 뭉친 사람은 당연히 없을 것이다. 다만, 매너 있는 태도와 그 태도가 미치는 영향에 더 관심이 많다. 일상에서 매너가 얼마나 있는지를 가장 공공연하게 평가 당하는 사람은 누군가의 애인이지 않을까 싶다. 어느 식당을 갔는데, 종업원의 실수에도 매너 있게 대처했다든지, 길 가다 지나가는 사람이랑 부딪혔는데 그 사람의 반응이 어땠다든지, 버스를 탈 때 인사를 잘했다든지 등등 말이다. 애인의 매너를 칭찬하면서 내가 만나고 있는 여자/남자가 이렇게 괜찮다고 말해주는 표현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타인의 매너를 통해 자신의 환경이 어떤지에 대해 논할 때도 쓰인다. 쉽게 말해 우리 같은 회사원들 사이에서는 내 상사의 매너도 평가 대상이라는 뜻이다. 상사와 일을 하다 실수를 했는데, 그가 얼마나 유능하고 멋있게 나를 지켜주면서도 미래의 발전을 이끌어주는지를 설명할 때 쓰인다. 혹은 상사와 식사를 하러 갔는데 본인이 솔선수범하여 테이블을 세팅한다든지, 인턴이나 사원급을 괴롭히곤 하는 꼰대들을 무찌르는 모습도 포함된다.
매너에 대해 생각하는 와중에 검색 포털은 시끄럽다.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지끈한 소식이 자주 들린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소식들에 그야말로 혼파망인 뉴스들(여기서 더 얘기하면 다큐로 넘어갈 것이고, 열 받아서 죽을지도 모르니 여기까지만 하겠다.)을 보면 제대로 된 사람이 지구상에 존재하기는 할까 싶다. 비(非)매너, 그리고 그의 짝꿍 비양심을 가지고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그걸 알면서도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지 않고, 으스대고 유머의 소재로 쓰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이 비굴하고 자존심이 없고 모자라서 예의를 지키는 것이 아닌데 참 덜떨어지는 세상 꼴이다.
“Manners maketh man. Do you know what that means?”
- 영화 <킹스맨> 대사 중
우리나라 옛말만 틀린 게 아니었다. 영국의 어른들이 했던 말도 틀린 게 아니다. 매너는 사람을 만든다. 그리고 사람은 절대 혼자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다. 남들에게 판단 당하는 게 싫어도 어울려 살기 위해서는 매너없고 비양심적인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 똑똑하다는 건 별것이 아니다. 지능은 매너와 양심도 해당한다. 앞으로는 ‘그 사람 참 매너/양심 없어’ 대신에, ‘그 사람 진짜 지능이 모자라’로 바꿔서 말해야겠다. 덜 떨어진다고 표현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으로 각성 시킬 수 있다는 말이 있기 때문이다.
덜 떨어지는 티는 내지 말자! 우리 모두 매너 있게, 바르고 똑똑하게 살자.
좋아하는 것에는 아끼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