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지 “청소 일이 나를 영원히 대변하는 건 아냐”
『저 청소일 하는데요?』 좀 ‘다르게’ 사는 젊은 청소 노동자 이야기
진짜 예의 없는 사람 중 한 명은 저한테 “왜 이런 일을 하느냐, 취직 안 하냐”라고 물어보시기도 했거든요. 겉으로 티는 못 냈지만 속으로는 왜 함부로 남의 인생을 저렇게 판단하면서 얘기할까, 생각했었어요. (2019. 04. 08)
청소 노동자 김예지의 하루는 새벽 5시 15분 기상으로 시작된다. 곧장 출근을 해 오후 4시까지 청소 노동을 한다. 밤 10시-11시에는 잠자리에 드는 생활이다. 한편 일러스트레이터 김예지의 하루는 조금 다르다. 작업실로 출근을 하고, 솔직한 자기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일이 이어진다. 청소 노동자 김예지가 일러스트레이터 김예지를 응원하며 경제적 자립의 발판을 다져주고 있는 것이다. 그게 벌써 4년 전의 일이다. 미대를 졸업하고, 온라인 쇼핑몰의 상품스타일리스트로 일했던 그는 불안장애로 어려움을 겪었고 1년 만에 퇴사를 하게 됐다. 디자이너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다시 여러 회사의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거절을 맛봤다. 그런 그에게 함께 청소 일을 해보자고 제안을 한 것은 다름 아닌 그의 엄마였다.
『저 청소일 하는데요?』 는 20대의 청소 노동자가 사람들의 시선에 괴로워하면서도 직업과 꿈을 동시에 견인해나가는 고군분투의 과정이 솔직하게 담겨 있는 만화다. 김예지 작가는 그 시간을 몸으로 겪어내면서도 “(남의 시선을) 이겼다기보단 견뎠어요.”라고 말하고, 직업은 도구일 뿐 그것이 자신을 완전히 설명할 수는 없는 것이라는 사실도 서서히 받아들인다. 하지만 또 어느 날에는 울컥하고, 어느 날에는 엄마와 연근김밥을 먹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다르다는 게 가끔은 행복하지만, 또한 맞는 것일까? 고민하는 순간들도 많았어요”(223쪽)라면서 성실하게 자신만의 정답을 찾아가는 김예지 작가. 이 솔직한 만화를 따라 읽다 보면 이것이 조금 다르지만 거의 비슷한 우리의 고민에 관한 이야기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생소한 일을 한다
오늘도 청소 일을 하고 오신 건가요? 월, 수, 금 일을 하신다고 들었어요.
목요일도 하는데요. 대신 목요일은 다른 때보다 일찍 끝나요.
하루가 엄청 길겠어요.
그렇긴 한데요. 남들보다는 빨리 자니까 괜찮아요. 거의 10시, 늦어도 11시 정도에는 자거든요. 이 생활이 많이 익숙해졌는데요. 아침에 일어나는 건 여전히 많이 힘들어요. 밤에는 친구들과 놀다가도 그 시간이 지나면 제가 힘들어 하거든요. 그러면 친구들이 “나이 들었냐”고 하기도 해요.(웃음)
『저 청소일 하는데요?』 는 먼저 독립출판물로 낸 책이에요. 그때도 책이 많이 팔렸잖아요.
2,600부 정도 팔렸거든요. 독립출판 치고는 많이 팔렸다고 하더라고요. 이번에 출판사 통해 낸 책도 편집자님 말로는 잘 되고 있는 편이라고 들었는데요. 일단 너무 신기해요. 각자 공감하는 부분은 다르겠지만 어쨌든 공감할 부분이 누군가에게는 있다는 이야기잖아요. 한편으로는 청소일이라는 게 생소한 일인데 그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많이 보시더라고요. 그 반응들을 보면서 저도 되게 많이 위로가 됐어요. 생소한 일을 하고 있지만 젊은 사람들의 고민을 같이 하고 있는 평범한 젊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 동질감을 얻었던 것 같아요.
처음 이 책을 쓰실 때는 이 정도로 사람들이 책에 공감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하셨나요?
전혀 못했어요. 이건 저의 이야기잖아요. 그런데 누군가가 공감을 했다는 사실이 신기했어요. 예를 들어 친구한테 제 이야기를 했을 때 친구가 “나도 그래”라고 얘기를 하면 공감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위로 받잖아요. 이 책을 통해서도 같은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책 내고 특별히 제일 기뻤던 순간은 언제였어요?
우선 제 이름으로 무언가 해냈다는 기쁨이 있었어요. 이것을 통해서 작업실도 얻고, 치아 교정도 하게 됐거든요. 이 책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도구가 되어줬다는 게 정말 고마워요. 제가 도전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시도할 수 있는 첫 출발이 되어줘서 정말 고맙죠. 책이 저의 자존감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책을 낸 후에 라디오도 처음으로 출연해보고, 이런 인터뷰도 하게 됐잖아요. 책 내기 전에는 전혀 없었던 경험이라 되게 신기하고요. 정말 재미있어요.
EBS 다큐도 촬영하셨다고 들었어요.
지금도 촬영 하고 있고요. 4월 18일 저녁에 방송이 된다고 들었어요. <다큐 시선>이라는 프로그램이에요. 이런 경험까지 하게 될 줄은 진짜 상상도 못했어요.(웃음) 진짜 신기해요.
앞서 “생소한 일”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작가님도 스스로가 생소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각을 갖고 계셨던 거죠?
왜냐하면 일단 제 나이 또래에 이 일을 하는 사람을 거의 볼 수 없었고요. 친구들 반응도 “청소 일을 해?”라며 신기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거든요. 또 일을 할 때 현장에서 느끼는 사람들의 시선이 있잖아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신기하게 쳐다보는 시선이 많았기 때문에 내가 생소한 일을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어요.
가족들이나 지인들에게는 신기해하는 시선을 받지 않았고, 그래서 청소일을 시작했는데 오히려 일을 하면서 낯선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다름을 의식하게 됐다는 인터뷰를 봤어요. 그 이야기를 보는데 복잡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맞아요, 가까운 분들에게는 제가 솔직하게 얘기를 하기도 했고요. 그분들은 제가 해나가는 모습을 보니까 이해를 하시잖아요. 저런 생각으로 예지가 자기의 삶을 살고 있구나, 라는 사실을 아니까 청소 일을 하는 게 받아들여졌을 텐데요. 처음 보는 사람들은 그렇지가 않은 거예요. 그런 분들은 저의 앞뒤 사정을 아무것도 보지 않고 오로지 현장에 있는 저만을 보는 거니까요. 진짜 예의 없는 사람 중 한 명은 저한테 “왜 이런 일을 하느냐, 취직 안 하냐”라고 물어보시기도 했거든요. 겉으로 티는 못 냈지만 속으로는 왜 함부로 남의 인생을 저렇게 판단하면서 얘기할까, 생각했었어요. 무례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죠.
직업은 일종의 도구일 뿐
사람들의 시선이라는 문제를 비롯해서 청소 일을 하시면서 고민이 굉장히 많으셨던 것 같았어요. 누구나 하는 노동의 하나로 긍정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던 거죠?
지금 와서는 이걸 그냥 노동으로 받아들이게 됐지만 처음에는 직업이 곧 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별 고민 없이 시작을 했다가 사람들의 시선이나 나의 나에 대한 생각 때문에 고민을 계속 한 거죠.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할 때 직업이 그냥 제가 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전까지는 그에 대한 생각을 못하고 살았어요. 이런 직업을 얻고, 모르는 사람에게 나를 소개하는 경험을 하면서 직업이라는 게 나라는 사람을 설명하는 데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하는 건지 그제야 느끼게 된 거예요. 그러면서 저 스스로도 직업과 나를 분리하는 노력을 많이 했는데요. 그 시간이 꽤 오래 걸렸어요. 어쨌든 내가 이 일을 선택했고, 이 일을 해나가야 하는 상황이니까 그렇다면 내가 어떻게 생각을 바꾸는 게 나한테 좋을지 고민을 많이 했죠.
그 고민의 결과는 뭔가요?
이건 그냥 일이다, 이 일이 곧 나라고 생각하지 말자, 였어요. 생계를 해결해준다는 부분에서 이 일이 나에게 도움을 주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때부터 일과 나를 분리하는 연습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직업은 직업, 나는 나, 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는 것이 무척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사는 경우도 왕왕 있으니까요.
저 역시 청소 일을 했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전에는 나름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떳떳하게 얘기할 수 있는 분야였기 때문에 고민이 없었는데요. 청소 일에는 어쨌든 편견이 있잖아요. 저항력도 있고, 비교적 나이 든 분들이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있으니까요. 왜 대학을 나온 젊은 사람이 회사에 취직하지 않고 그 일을 선택했느냐, 가 되는 거예요. 그러면서 내가 왜 청소 일을 선택했는지 저 스스로에게도 질문이 생기더라고요. 또 나는 왜 부끄러워하는지 생각하게 되고요. 이 부끄러움의 근원을 생각하다가 직업이 무엇인가, 까지 가게 된 거예요.
편견이 있는 직업이기 때문에 ‘직업이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더 깊이 들어갔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네요.
직업이 곧 나라고 생각하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청소 일에 나를 꽂아 넣는 거잖아요. 그런데 우선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청소 일이 그런 일만도 아닌데 세상이 가지고 있는 편견 때문에 저를 낮춰 보고, 청소 일을 낮춰 보는 건 아닌 것 같은 거죠. 또 책에도 썼지만 일단 지금의 직업은 내 필요에 의해 지금 선택을 한 것이지 저를 영원히 대변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직업은 일종의 도구일 뿐인 거죠. 그러니까 내가 좀 더 정확한 명사를 가지고 내가 왜 이 일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청소 일이 나에게 준 장점은 무엇인지를 사람들에게 확실히 설명할 수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내가 더 당당할 수 있다면 보는 사람이 저와 다른 의견이더라도 상관이 없다고 결론 내리게 된 거예요.
이런 결론에 다다르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것이 있었나요?
엄마였던 것 같아요. 일을 너 자체로 인식하지 말라는 말을 많이 해주셨거든요. 네가 나쁜 짓 하는 것도 아니고, 정정당당하게 돈을 버는 것이니까 네가 얻을 수 있는 것에만 더 집중하자, 라고 얘기를 해줬고요. 책에 상담 받은 이야기도 있는데요. 상담 선생님도 제가 일을 하기 싫다고 했을 때 “그럼 왜 하세요?”라고 질문을 하셨어요. 그때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엄마, 상담 선생님처럼 제가 스스럼없이 얘기할 수 있는 분들이 저에게 해답을 주셨던 것 같아요.
엄마가 곁에 있는 존재라면 상담 선생님은 작가님이 찾아가야 했던 거잖아요. 상담을 결심한 순간도 궁금해요.
대학교를 졸업하면서 회사를 바로 들어갔어요. 제가 불안장애가 되게 심했어요. 그래서 사회생활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회사라는 게 사람들과 교류를 해야 하는 일인데 저도 원치 않는 불안이 너무 많이 왔고요. 그게 비이성적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렇게까지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는데 왜 이렇게 불안할까, 라는 물음이 그때부터 시작이 됐죠. 그때는 정신과 치료만 받다가요. 상담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찾아가게 된 거예요.
이제는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을 만큼 용기가 생겼나요? 아니면 여전히 신경이 쓰이세요?
반반인데요. 전에는 완전히 신경을 썼다면 지금은 조금 신경이 쓰이지만 어느 정도 넘길 수도 있게 됐어요. 예전에는 피해의식 같은 게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저도 나름대로 길을 찾아가고 있는 사람이니까 다른 사람들이 꼭 알아줘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죠. 또,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조금 변한 것 같아요.
부모 복은 타고 났다
엄마는 직장 동료이기도 하고, 정신적인 지지자이기도 해요.
엄마가 직장 동료인 것인 일단 엄청 편해요. 맞춰줄 필요도 없고요.(웃음) 그렇잖아요. 사회생활을 하려면 동료 기분도 맞춰야 하고, 거리감도 있어야 하고, 회식도 해야 하고 그런데요. 엄마랑 있으면 마음대로 해도 되니까 그게 엄마한테 진짜 고마운 점이에요. 말 그대로 정말 편한 동료인 거죠. 그런데 단점이, 엄마가 지나치게 FM이세요. 완벽주의자라서 잔소리가 많은데요. 어찌 보면 그 덕분에 청소 일을 유지해나갈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또 엄마는 말을 잘 하시는 편은 아닌데 노력을 많이 하세요. 딸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많이 고민하시고, 노력하시고, 저를 정말 많이 위하시죠. 정말 부모 복은 타고 났다, 라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
작가님의 직업관에도 엄마가 미친 영향이 크겠네요.
맞아요, 엄마는 돈 받는 일은 약속이기 때문에 꼭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시거든요. 네가 돈을 받는 이유가 있기 때문에 뭐든 성실하게 해야 한다고요. 정말 아파 죽겠어도 일을 시키세요.(웃음) 그런데 그 점을 많이 본받고 있어요. 저는 아프면 쉬어버리고 그랬거든요. 하지만 저 역시 누군가에게 돈을 주고 일을 부탁할 때 잘해주기를 원하잖아요. 또 그런 사람에게 돈을 쓰고 싶고요. 엄마는 그러니까 일을 할 때는 네가 그런 사람이 되라고 하시죠.
“나는 엄마에게 남과 비교하지 않기, 자식을 깎아내리지 않기, 항상 나를 생각해주기를 배웠다. 당신이 보여준 이 행동들은 다 자란 나에게도 큰 자양분이 됐다. 미래의 부모가 된다면, 엄마만큼만 해내고 싶다.”(130-131쪽)
직장 동료로 지내면서 새롭게 발견한 엄마의 모습도 있나요?
엄마가 생각보다 훨씬 꼼꼼하다는 걸 알게 됐고요.(웃음) 엄마가 엄청나게 긍정적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어요. 엄마도 고민이 있겠죠. 당연히, 사람이니까 고민은 있을 텐데요. 언제나 좋은 쪽으로 풀어가려고 노력을 많이 하시고요. 생각보다 더 강하고, 긍정적이라는 사실을 함께 일을 하면서 많이 알게 된 것 같아요. 저도 엄마가 짜증날 때가 있어요. 잔소리를 하거나 하면 그렇긴 한데요. 정말로 제 안에 들어 있는 엄마의 모습은 든든하고, 강하고, 긍정적인, 본받고 싶은 사람이라는 거예요. 원래도 엄마와 사이가 좋았는데요. 일을 함께 하면서 엄마의 그런 면들을 더 크게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작가님이 일 때문에 힘들어하는 과정을 엄마도 곁에서 다 보신 거잖아요. 그때 엄마는 어떠셨어요?
엄마는 한 번도 저한테 “왜 그러냐, 왜 그런 고민을 하느냐”라고 말하거나 야단을 치거나 한 적이 없어요. “사람은 그럴 수도 있어”라고 말해주셨지 탓을 하신 적은 단 한 번도 없거든요. 저도 그게 진짜 고맙고 신기해요. 사실 저 같아도 “이제 그만 좀 해라”라고 말할 수도 있고, 속으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엄마는 저한테 단 한 번도 그렇게 하신 적이 없었어요. 정말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책에 대한 엄마의 반응도 궁금한데요.
아무래도 제일 가까이 있고, 제 이야기를 제일 많이 알고, 현재진행형으로 함께 일을 하고 있으니까 엄마 이야기가 책에 들어갈 수밖에 없더라고요. 엄마는 “내 딸이라서가 아니라 정말 재미있다!”(웃음), “한 번 더 읽을 거야!” 매일 그러세요. 독립출판으로 책을 냈을 때는 지금보다 글씨가 더 커서 이 책은 조금 힘들어하시긴 하는데요. 그래도 더 많은 사람들한테 읽힐 수 있으니까 아무래도 더 좋아하시더라고요.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도 엄마와 관련된 걸까요?
네, 엄마가 싸준 연근김밥을 제가 진짜 좋아하거든요. 지금도 엄마와 일을 하면서 항상 먹는 것이긴 한데요. 만약에 이 일을 그만둔다고 하더라도 그 연근김밥이 되게 많이 생각날 것 같고요. 엄마와 저 사이에 있는 기억 중 가장 기억에 남을 장면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원래는 점심을 사먹었었는데 연근김밥을 싸주신 이후로 저희가 점심을 안 사먹고 도시락을 싸와서 먹고 있거든요. 나중에 제가 자식들한테도 간단하게 싸줄 수 있는 김밥이 될 것 같아서 그 에피소드를 가장 좋아해요.
거짓말이 들어가면 안 된다
제가 가장 좋았던 부분은 고등학생 대상 강연에서 “남의 시선을 어떻게 이기나요?”라는 질문에 “이겼다기보단 견뎠어요. 시선 때문에 포기하진 마세요!”(124쪽)라고 답한 부분이었어요.
이길 수 없다는 걸 애초에 알았던 거예요. 사람들의 시선을 받았을 때 ‘난 괜찮아’라는 생각보다는 ‘왜 쳐다볼까? 내가 이상한가?’라고 고민하는 순간들이 더 많았거든요. 하지만 그것 때문에 ‘안 되겠다, 포기해야지’라고 하진 않았죠. 이런 고민이 들지만 그래도 청소 일을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을 쭉 해왔는데요. 그것은 견딘 거잖아요. 하지만 이겨내진 못했던 거고요. 그렇게 제가 느꼈던 것을 솔직하게, 그대로 말했던 거예요. 이겨낼 수는 없지만 이 일을 내가 선택했고, 벗어날 수 없는 거라면 견뎌야 했기 때문에요.
그리고 이야기는 다양성까지 뻗어나가죠. “그리고 각자 조금은 다르다는 걸,(중략) 이렇게 조금씩 달라야 재밌는 거 아닐까?”(147쪽)라고 하셨는데요. 꼭 그런 이유로 다양한 사람이 세상에는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감사해요. 이 책은 다른 카테고리를 갖고 있는 거잖아요. 일단 평범한 20대 청년들이 갖는 직업에서 떨어져 나와 있는 직업을 선택한 거니까요. 저도 다양하게, 많은 것들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정말 다행인 게, 지금 시대의 젊은 사람들은 다양하게 나아가려고 많이 노력하잖아요. 그렇게 자기만의 색깔이 생기고 자기만의 이야기가 생겨요. 그런 걸 보면서 저도 되게 즐겁고요. 저도 이야기를 했지만 이어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또 생기는 것이 즐거워요. 너무 좋죠.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시작이 독립출판이었다는 사실도 아주 절묘한 것 같아요. 원래 독립출판에 관심이 많으셨어요?
원래 좋아하고, 자주 보기도 하고 그랬어요. 기존 출판도 좋아했는데요. 독립출판은 기존 출판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어서 좋아했죠. 한편으로는 혼자서 쉽게 낼 수 있다는 장점이 독립출판에 있어서 더 저한테 와 닿았던 것 같아요. 만화를 내고 싶은데 마침 독립출판을 떠올렸고, 이건 제가 조금 더 쉽게 도전할 수 있는 부분이니까 해보게 됐죠. 제가 이 책에 많은 영향을 받았던 독립출판물이 서귤 작가님의 『책낸자』 라는 책이었거든요. 재미있는 독립출판이 많아서 좋아하고 있어요.
작가님은 이 책을 “고해성사”라고까지 말씀하셨잖아요. 그만큼 솔직한 이야기인데요.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내 이야기를 담은 이유가 궁금했어요.
일단 이 책을 쓴다는 건 내 이야기를 쓴다는 건데 거기에 거짓말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독자로서 거짓말이 들어간 이야기를 읽고 싶진 않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제가 쓴 이야기지만 저도 나중에 또 읽어볼 거잖아요. 그런데 거기에 ‘나도 나한테 거짓말을 하다니’라는 느낌이 들면 너무 싫을 것 같았어요. 또 쓸 때만 해도 읽을 사람을 생각하진 않았어요. 누가 봐줄까에 대한 고민은 조금 했지만 일단은 ‘에이, 모르겠다’하는 마음으로 썼고요. 책이 나온 후에 ‘친구들이 안 봤으면 좋겠다’(웃음) 생각하긴 했죠. 솔직함이 어쩌면 책의 키워드였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조금 덜 솔직하고 싶을 때가 있진 않았을까요?
상담한 내용이나 불안장애가 있다는 내용이 있는데요. 지금은 그것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얘기를 해요. 약을 먹고 있는 것도 친구들이 다 알고요. 그런데 전에는 절대로 말하고 싶지 않았어요. 이렇게까지 사람들에게 나의 일을 밝힐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거든요. 그 두 개는 그런 고민을 하면서 그린 에피소드예요. 그렇지만 그것이 제가 청소 일을 선택한 이유 가운데 하나였는데 그 이유를 빼고 쓰자니 답답했어요. 취업이 안 됐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불안 증세 때문에 다시 회사를 들어가는 데 어려움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 이야기를 안 넣으면 설득력이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결국 넣게 됐죠.
불안장애에 대해서 책이 나온 후에 조금 편안하게 얘기하게 되신 거군요.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일이더라고요. 또 의외로 이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제가 불안장애를 아주 심하게 겪었을 때, 저도 비슷한 사례를 엄청 많이 찾아봤거든요. 관련된 서적도 많이 찾아봤어요. 그때 이런 이야기를 해주신 분들이 정말 고마웠어요. 그래서 저도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지침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예요.
다음 책으로 불안장애를 치료하는 과정에 대해 쓰실 계획이라고 들었어요. 그 이유도 비슷할 것 같네요.
어떻게 낫는지 방법도 궁금하실 테고, 어떤 방법들이 있는지도 알고 싶으실 테니까요. 제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역시 최대한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게 될 것 같아요.
관련해서 표현하고 싶은 게 있고, 분출하고 싶은 게 있다면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해보는 일을 꼭 해보시면 좋겠어요. 일기가 됐건 그림이 됐건 영상이 됐건 혹은 그냥 혼자서 쓰는 어떤 매체가 됐건 간에 분출하고, 정리해서 자기 자신을 알아가게 된다면 정말 좋거든요. 더 많은 분들이 오로지 자기가 자기에게 할 수 있는 일을 많이 해줬으면 좋겠어요. 무엇이 됐든 꼭 시도해봤으면 좋겠고요. 막연한 말 같긴 한데요. 시도 하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아요.
저 청소일 하는데요?김예지 저 | 21세기북스
내 인생의 책임자는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기에. 나라는 사람이 누구와도 같지 않은 것처럼, 내가 살아가고 책임지는 인생 역시 누구와도 같을 수 없다. 정해진 길 없는 것이 바로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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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저15,300원(10% + 5%)
작가는 27살 나이에 청소 일을 시작했다. 스스로를 책임져야 하는 어른이기에, 꿈만 쫓고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꿈과 생계를 모두 가능하게 해줄 직업으로 '청소'를 선택했다. 생계와 꿈 사이에서 고민하다 직업으로 꿈을 이룰 수는 없다고 생각해 내린 결정이었다. 그러나 청소 일은 저자 본인에게도 낯선 직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