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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소중한 사람입니다 - 뮤지컬 <빨래>

지금 당신에게 찾아온 가장 따뜻한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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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위로가, 그 메시지가, 그 결말이 뻔하다고 할지라도, 그 속에 담긴 진심은 그 어떤 것보다 크고 따뜻하다. (2018. 0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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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유효한 이야기
 
오래된 빈티지 제품은 시간이 갈수록 그 매력이 더해지는 것처럼, 오래 됐지만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들이 있다. 2005년 초연되어 14년째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뮤지컬 <빨래> 가 그렇다. 초연 된 이후 수십 년의 세월 동안 공연되고 있지만 언제나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리고,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빨래> 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서민들의 팍팍한 인생살이를 그려내며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작품이다. 강원도에서 서울로 올라와 5년 째 서울의 달동네에서 일하는 나영과, 몽골 이주 노동자 솔롱고를 중심으로 전개시킨다. 나영은 작가가 되려는 큰 꿈을 안고 서울로 왔지만, 꿈을 이루지 못하고 그 언저리인 서점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한다. 몽골에서 온 청년 솔롱고 역시 마찬가지다.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정당한 대우도 받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간다. 여러모로 지친 서울살이를 하던 두 사람은 빨래를 널다가 나영의 빨래가 바람에 날려 솔롱고의 집 옥상으로 날아가는 에피소드를 겪으며 조금씩 가까워 지게 된다.

 

나영과 솔롱고 외에도 <빨래> 에는 다양한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나영과 같은 건물에 세 들어 살며 티격태격 로맨스의 끝판왕을 보여주는 희정엄마와 구씨, 솔롱고의 친구이자 언제나 밝은 에너지를 전달하는 필리핀 청년 마이클, 퉁명스럽고 까칠한 것 같지만 나영의 아픔을 위로해주고 희정 엄마를 감싸주는 따뜻한 집주인 주인할매 등 각자 뚜렷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들은 <빨래>를 더욱 생동감 넘치는 작품으로 만들어준다. 비정규직, 이주 노동자 등 여전히 부당한 대우를 받는 세상의 약자들을 통해 현실을 예리하게 그려내는 날카로움도 놓치지 않는다. 

 

<빨래> 는 사실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다. 물론 나영이 서점 사장 빵의 부당한 횡포에 맞서다 해고의 위기에 놓이게 되고, 솔롱고가 공장 사장에게 돈 한푼 받지 못하고 잘리는 위기도 겪게 되지만, 그 이야기들 역시 극적인 사건이라기보다 우리들의 삶에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빨래> 는 이렇듯 자연스러운 이야기 속에 ‘인생’이 어떤 것인지, 그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녹여낸다.

 

“빨래가 바람에 제 몸을 맡기는 것처럼, 인생도 바람에 맡기는 거야. 깨끗해지고 잘 말라서 기분 좋은 나를 걸치듯 하고 싶은 말 다시 한 번 하는 거야!”라는 감성적인 가사와 귓가에 울리는 어쿠스틱 넘버들은 그 자연스러운 전개에 힘을 보탠다. 하나하나 곱씹어 볼수록 더 크게 와 닿는 노래 가사 덕분에 관객들은 금새 작품에 몰입하게 되고, 노래를 통해서도 큰 위안을 얻는다. 누구도 몰랐던 아픔을 가지고 있던 주인 할매가 나영에게 불러주는 노래는 특히 더 큰 울림을 준다.

 

“그래도 어쩌것냐 이것이 인생인 것을”이라는 주인할매의 말처럼, <빨래> 의 주인공들은 때론 힘들기도 하고, 때론 아프기도 하지만 그래도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게 ‘인생’이라는 걸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행복을 찾아간다. 그 위로가, 그 메시지가, 그 결말이 뻔하다고 할지라도, 그 속에 담긴 진심은 그 어떤 것보다 크고 따뜻하기에, 그 어떤 것보다 간절히 듣고 싶었던 한 마디이기에 사람들은 위안을 얻고 힘을 얻는다.

 

초연된 지 10여년이 지났지만 그때와 지금의 삶이 아직 크게 달라진 것 없다는 아이러니함은 가슴 아프다. 희망적이거나 장미빛만 가득할 것 같지 않은 <빨래> 속 인물들의 삶처럼, 우리네 삶도 그럴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축축하게 젖어 있던 빨래가 따뜻한 햇빛과 바람 속에서 빳빳하고 깨끗하게 마르고, 또 얼룩이 묻으면 다시 빨래를 해서 지워낼 수 있듯, 인생도 그렇게 돌고 도는 것이고, 그 속에서 하나의 행복이라도, 한 사람의 위로라도 받는다면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것 아닐까.  <빨래> 가 전해준 투박한 위로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큼 다정하고 따뜻하고 뭉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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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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