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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오면

제철간식, 김장,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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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에도 제철이 있기 때문에, 겨울엔 간식 욕심이 폭발한다. 4개에 천원이던 붕어빵이 비싸져 슬프지만, 소의 종류는 크림, 고구마, 피자 등으로 다양해져서 좋다. (2017. 12.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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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투데이

 

우리나라에 사계절이 있는 건 정말 아름다운 일이지만, 1년 내내 변화하는 날씨에 적응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니 고된 일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주고받는 질문이 있다. '여름이 좋아, 겨울이 좋아?’ 나는 겨울이 더 좋은데, 요즘엔 여름이라고 대답할지 망설여진다. 회사원이 되면 추위에 약해지는 걸까. 학생 때 살색스타킹만 신고, 발도 안 시린 지 힐을 신고, 멋 부리겠다고 얇게 입었던 모습을 떠올리면 과거의 나를 칭찬해주고 싶을 정도다. 아무리 싸매고 보온을 유지하려고 해도 냉증러인 나는 발이 시리고, 물콧물이 줄줄 흐른다. 잠도 많아 죽겠는데 출근하는 건 너무 힘들다. 그래도 여전히 여름보단 겨울이 좋다. 비록 해가 늦게 떠서 지각의 빈도수가 급증했다 하더라도 말이다. 겨울이 오면 내가 찾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

 

#제철간식

 

겨울이면, 특히 12월로 갈수록 행복지수가 최고치를 찍는다. 무척 다채로운 이벤트들이 있기 때문이다. 2월 생일일 뻔했던 나는, 뭐가 그리도 급했는지 2달이나 먼저 세상에 나왔다. 그 덕에 12월에는 생일도 있고, 크리스마스도 있고, 특유의 연말 분위기도 있어서 한 달 내내 웃을 일뿐이다. 축하도 많이 받고, 사람도 제일 많이 만나는 시즌이다. 게다가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식욕도 폭발한다. 과일/생선 말고도 간식에도 제철이 있기 때문에, 겨울엔 간식 욕심이 폭발한다. 4개에 1천 원이던 붕어빵이 비싸져 슬프지만, 소의 종류는 크림, 고구마, 피자 등으로 다양해져서 좋다. 호빵과 같은 소를 가지고 있어도, 붕어빵으로 먹으면 더 색다르기 때문이다. 또 카드결제가 안 되는 트럭들이기 때문에 지갑에 일이천 원은 꼭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떡볶이, 호떡이, 그리고 군고구마에 이끌리기도 한다. 이런 간식들을 잔뜩 쟁여와 이불 밑에서 만화책이나 잡지를 읽으면 내가 내가 아닌 무아지경의 경지(?)에 오르기도 하고 말이다.


#김장


그리고 겨울이 오면 으레 하는 일이 김장이다. 나는 김장을 떠올리면 할머니 생각이 난다. 겨울마다 할머니가 김치를 담아서 서울에 있는 딸 3명에게 꼬박꼬박 보내주셨는데, 몇 년 전 겨울부터는 세 자매 중 유일하게 김장을 하는 엄마의 김치가 부산에 내려가기 시작했다. 할머니가 이제 김치를 담을 체력이 안 되시기 때문이다. 연말이면 더욱 할머니의 늙어감을 느껴서, 어딘가 모르게 서글픈 손녀딸이 되기도 한다. 올해도 11kg 정도가 부산으로 내려갔고, (작년도 맛있었다고 하신 것 같은데) 올해 김치가 더 맛있다고 한 할머니의 말이 인상 깊었다.


#시

 

또 겨울이 오면, 황인찬의 『희지의 세계』를 펴서 「종로사가」를 읽는다.

 

앞으로는 우리 자주 걸을까요 너는 다정하게 말했지 하지만 나는 네 마음을 안다 걷다가 걷다가 걷고 또 걷다가 우리가 걷고 지쳐 버리면, 지쳐서 주저앉으면,

그러다 우리가 잠시 지쳐 주저앉을 때, 우리는 서로의 눈에 담긴 것을 보고, 거기에 담긴 것이 정말 무엇이었는지 알아 버리겠지 그래도 우리는 걸을 거야 추운 겨울 서울의 밤거리를 자꾸만 걸을 거야 아무래도 상관이 없어서 그냥 막 걸을 거야 우리 자주 걸을까요 너는 아직도 나에게 다정하게 말하고 나는 너에게 대답을 하지 않고 이것이 얼마나 오래 계속된 일인지 우리는 모른다

 

이 시를 읽으며 청자가 되기도 하고, 화자가 되기도 한다. 마음속으로 읽으며 이런 말을 생각하는 상상을 한다. 입으로 읽으면서는 감정을 싣는다. 아직도 읽으면, 울컥하는 걸 보니 많이 아끼는 시인 건 유효한가 보다. 이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언제든 나에게 아는 척해주길 바란다. “김지연 씨 「종로사가」 좋아한다면서요?” 라고.


이 밖에도 겨울이 오면 찾게 되는 것들은 많다. 건조함과 맞서 싸우기 위해 준비하는 가습기, 추위를 피하기 위한 담요나 롱패딩 등등 말이다. 찾게 되는 게 많다는 것은 번거롭긴 하지만 매력도 많다. 필요한 게 많다 보니 멋 부리기 좋은 계절이라 생각하고, 가장 메마른 시기지만 맛있는 음식이 많아지는 계절이라고도 생각하며, 여름보단 불쾌지수가 적어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믿기 때문에 겨울은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각자가 가진 겨울의 매력을 느끼며 추위를 이겨내는 정신승리에 성공하자.


 

 

희지의 세계황인찬 저 | 민음사
주체가 퇴조한 동시대 젊은 시인의 움직임 중에서 황인찬의 시는 돋보이는 사유와 감각을 보여 준다. 치밀한 싸움을 멈추지 않는 젊은 시인 황인찬이 구축한 『희지의 세계』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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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지연(예스24 굿즈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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