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정택용의 책과 마주치다
‘대통령’이 없어진 다음날은 6년 전 일본 후쿠시마에서 핵발전소 사고가 났던 날이었다. 체르노빌, 스리마일, 후쿠시마. 누가 감히 안전을 장담할 수 있을까.
2년 전 송전탑 건설 공사를 막으려고 싸우는 밀양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전국의 핵발전소, 송전탑 밀집 지역, 변전소 건설 예정지를 찾아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온 적이 있다. 그렇게 만든 책이 『탈핵 탈송전탑 원정대』였다. 송전탑이 어디에서 왔나 따라가 보니 핵발전소가 있었다. 송전탑만 보며 싸웠는데 탈핵이라는 더 근본적인 문제로 밀양 싸움의 방향이 전환됐다.
이제는 765kV 송전탑이 들어선 밀양 부북면 평밭마을에서 온 한옥순 할머니도 그때 함께 ‘원정’을 다녀왔다. 이날 할머니는 탈핵 행진 뒤 열린 촛불집회 무대에 올라 ‘우리가 잘 살려고 12년째 핵발전소와 철탑을 막고 있는 것이 아니라 후손들이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주기 위해 막고 있다’고 말했다. 탈핵은 지금 당장보다 할머니의 말처럼 뒤를 더 걱정해야 하는 게 아닐까?
작년에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건설을 승인한 신고리 5?6호기가 지어지면 고리 지역 원자로는 총 10기가 된다. 반경 30km 이내 인구가 20만 명이 안 됐던 후쿠시마의 경우는 6기 중 4기가 폭발한 사고였다. 신고리 핵발전소 반경 30km 이내인 울산, 부산, 경남지역에는 약 340만 명이 살고 있다. 경주 지역에서 났던 지진은 여러 가지 경우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이렇게 요행을 바라며 살아가도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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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언어학을 배운 뒤 불성실한 직장인으로 살다가 관뒀다. 사진이 가장 쉽겠거니 지레짐작하고 덤볐다가 여태껏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개인 사진집으로 기륭전자 비정규직 투쟁 1,895일 헌정사진집 《너희는 고립되었다》와 고공농성과 한뎃잠을 찍은 《외박》이 있다.
<밀양 할매 할배들> 저13,500원(10% + 5%)
10년의 저항, 가슴 아픈 패배. 그러나, 밀양의 할매 할배들은 길을 떠났다. 2,900킬로미터의 여정 위에서 ‘눈물을 타고 흐르는’ 이 나라 ‘나쁜 전기’의 실체를 똑똑히 보았다. 2015년 3월 한 달 동안 밀양 할매 할배들이 전국의 핵발전소와 송전탑 지역을 무려 2,900km에 걸쳐 누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