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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에 부응한 코드 쿤스트

코드 쿤스트 〈MUGGLES’ MAN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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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에 부응한 선각자는 앞으로 더욱 바쁠 것이고 그와 ‘예술 코드’를 공유하고픈 사람들이 줄을 잇는 눈부신 전망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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뜸을 제대로 들였다. 하이그라운드(HIGHGRND) 이적 후 「PARACHUTE (Feat. 오혁, Dok2)」가 나왔을 때만 해도 정규 3집의 발매는 머지않은 것 같았다. 그로부터 일 년 후 다시 한번 싱글 「Beside Me (Feat. BewhY, YDG, Suran)」를 공개했고 이듬해 완전한 앨범의 형태인 <MUGGLES’ MANSION>을 내놓았다.

 

MUGGLE은 본디 대마초라는 뜻이지만 본작에선 해리포터식 의미인 ‘일반인’을 차용했다. MANSION이 갖는 대저택을 더해 ‘일반인의 저택’은 앨범을 관통하는 적확한 제목이다. 당장 트랙에 열거된 피처링 진을 보면 당대 슈퍼스타들을 모두 모았는데 역설적이게도 한자리에 모셔놓고 보니 튀는 사람 없이 고르다. 아티스트의 자리에서 청춘, 사랑, 추억 등을 주제로 한 근원적 대화를 주고받으며 적어도 한 공간 안에서만큼은 지위의 높낮이를 자연스레 허물었다. 주된 정서는 공깃밥과 같은 일반적인 담론을 말하지만, 메시지가 담긴 그릇은 저택과 같이 작지 않다.

 

늦깎이 유망주에서 힙합 트렌드의 첨병이 되기까지 그는 유서 깊은 맛집처럼 제자리에서 타협 없이 독창적 음악을 해왔다. 더딘 작업 속도와 반비례하듯 결과물은 질척이지 않고 고슬고슬하다. 인트로와 간주, 아웃트로를 배치해 트랙 간 내러티브를 강화했고 곡 전체를 메우는 단단한 저음과 비트는 음악의 기본이 되는 저음역을 충실하게 받든다. 곳곳에 배치된 미묘한 진동음이나 대화들은 ‘ASMR’으로 작용해 특별한 시그니처 사운드를 넣지 않아도 그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이지적인 비트 속에서도 참여 진들은 기량 저하 없이 제 능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각자의 영역에서 이미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그의 꼼꼼한 조율을 통해 다른 개성을 잘 엮어냈다. 「향수 (Feat. 넉살)」 간주 이후의 변주 위에 걸친 넉살의 래핑은 프로듀서와 래퍼 사이의 질서정연한 호흡을 보여준다. 「X (Feat. 이하이)」와 「Don’t shoot me MAMA (Feat. Car, the garden)」에서는 싱어가 가진 본래 이미지를 넘어 새로운 캐릭터를 부여했다. 한 곡에 최대 인원이 참여한 「Cruz (Feat. Loopy, PUNCHNELLO, Ugly Duck)」는 캐릭터들이 각자 말하고픈 얘기를 충돌 없이 균등한 배분을 보여준다.

 

무수히 많은 프로듀서 중 그를 구분 짓는 포인트는 좋은 디렉팅이나 화려한 피쳐링 진이 아닌 꾸밈없는 스토리텔링이다. 감독의 위치에서 19인의 뮤지션을 페르소나 삼아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전작 <Novel>과 <Crumple>을 통해 자신의 작법을 시험하고 보강한 일종의 과도기였다면 <MUGGLES’ MANSION>은 코드 쿤스트를 알리는 해설서에 가깝다. ‘음악을 해줘서 감사하다’는 타블로의 찬사는 결코 사탕발림이 아니였다. 기대에 부응한 선각자는 앞으로 더욱 바쁠 것이고 그와 ‘예술 코드’를 공유하고픈 사람들이 줄을 잇는 눈부신 전망이 예상된다.


노태양(leolionhe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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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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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쿤스트>15,000원(19%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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