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소구력을 잃은 노랫말, 태연

태연 〈My Voice〉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팝 감성을 기조로 통기타를 내세운 영민한 전략은 좋지만 음률의 기본적인 발음체계를 경시한 인위적인 메시지 교합은 스토리텔링의 붙임성을 약화시키고 있다.

1.jpg

 

서구화한 비주얼만큼이나 팝의 작법을 좇는 앨범이다. 지난 미니앨범의 「Why」와 싱글 「11:11」으로 어쿠스틱 기타 운용에 대한 검증을 마친 그는 본 정규앨범 타이틀곡 「Fine」을 통해 정체성을 본격적으로 드러낸다. 전초 감정선을 간질이는 스트링 솔로 파트와 더불어 후렴에서의 격정적인 드럼 비트,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절미(節尾)의 감탄사 등은 대중의 선호를 완연히 체득한 형태로 존재한다. 흡사 종전의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를 연상시키는 스타일과 전개방식이 팝의 전형을 뒤따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팝의 구성 아래 아이덴티티를 획득해낸 그이지만 동시에 그로 인해 소구력을 잃은 노랫말이 아쉬움을 남긴다. 녹록지 않은 내공의 해외 프로듀서들이 생산해낸 트로피컬 하우스, 알앤비, 스윙 등 다양한 장르의 곡들은 완성도 높은 사운드를 들려주는 것과는 별개로 각 노래의 가사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각기 차입된 가사들이 선율과 음절의 불균형을 초래한 것이다. 「I’m OK」의 첫 소절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다 모른 척해도’가 대표적인 예이다. 앨범 전반에 걸쳐 더러 발견되는 이러한 미숙한 접합은 번안곡이 연상된다.

 

그럼에도 탁월한 감상을 생성해내는 근원지는 목소리이다. 「Fine」, 「날개」 등의 팝은 물론이고 빠른 리듬감의 「Cover up」, 슬로우 템포 발라드인 「수채화」까지.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올라운드 보컬의 강점이 앨범 제목 그대로 <My Voice> 안에서 발현되고 있다. 특히 후렴에서 파워풀한 보컬톤을 선보이는 「Sweet love」가 인상적이다. 다만 이 지점에서도 팝이란 명목 하에 가사에 한영 혼용 전법을 충실히 적용한 탓에 우리나라의 서정성을 온전히 느끼긴 어렵다. 그나마 넬(Nell)의 김종완이 프로듀싱한 「Time lapse」가 한국적인 정서를 내포하고 있지만 지나치게 ‘김종완화’한 보컬은 불편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올해로 10년 차를 맞이하는 소녀시대의 리더에서 오롯이 솔로 가수로 거듭난 태연. 그는 K-Pop을 주도하는 아이돌로서 화려한 외모와 월등한 보컬을 활용하여 지속적인 성공을 이어나간다. 팝 감성을 기조로 통기타를 내세운 영민한 전략은 그의 역량에 날개를 단 셈이지만 음률의 기본적인 발음체계를 경시한 인위적인 메시지 교합은 스토리텔링의 붙임성을 약화시키고 있다.


현민형(musikpeople@naver.com)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3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산업의 흐름으로 반도체 읽기!

『현명한 반도체 투자』 우황제 저자의 신간. 반도체 산업 전문가이며 실전 투자가인 저자의 풍부한 산업 지식을 담아냈다.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반도체를 각 산업들의 흐름 속에서 읽어낸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산업별 분석과 기업의 투자 포인트로 기회를 만들어 보자.

가장 알맞은 시절에 전하는 행복 안부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는 사람, 작가 김신지의 에세이. 지금 이 순간에 느낄 수 있는 작은 기쁨들, ‘제철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1년을 24절기에 맞추며 눈앞의 행복을 마주해보자. 그리고 행복의 순간을 하나씩 늘려보자. 제철의 모습을 놓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행복은 우리 곁에 머무를 것이다.

2024년 런던국제도서전 화제작

실존하는 편지 가게 ‘글월’을 배경으로 한 힐링 소설. 사기를 당한 언니 때문에 꿈을 포기한 주인공. 편지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며, 모르는 이와 편지를 교환하는 펜팔 서비스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성장해나간다. 진실한 마음으로 쓴 편지가 주는 힘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소설.

나를 지키는 건 결국 나 자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물질적 부나 명예는 두 번째다. 첫째는 나 자신. 불확실한 세상에서 심리학은 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무기다. 요즘 대세 심리학자 신고은이 돈, 일, 관계, 사랑에서 어려움을 겪는 현대인을 위해 따뜻한 책 한 권을 펴냈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