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음악 > 주목, 이주의 앨범
불규칙한 ‘빛과 소음’
빛과 소음 〈Irregular〉
이들은 좀처럼 자기 자신을 숨길 줄 모른다. 포획할 수 없는 무정형성, 산발적인 이미지와 소리들은 이들 자체이다.
4인조 혼성 밴드 빛과소음은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은 아니다. 이들의 첫 시작은 2009년이었다. 내부적인 곡절을 이겨낸 뒤 이들은 2015년 <EBS 스페이스 공감 헬로루키> 선정을 시작으로 여러 가시적인 성과를 보인다. 밴드 결성 8년 만에 낸 EP <Irregular> 역시 그 중 하나다. 수록곡 모두 상당히 칼을 갈았다. 로-파이 사운드는 투박하고 거친 사포처럼 느껴지나 한 꺼풀만 벗겨내면 이들의 매끄러운 연륜이 보인다
.
포문을 여는 첫 곡은 「무당」. 제목에서 보이는 스피리추얼함(spiritual)은 사운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재생하는 순간, 이들의 에너지는 폭격처럼 무차별하게 쏟아진다. 지글거리는 전자 기타와 무당의 방울소리 같은, 끊임없이 쪼개지는 하이햇 소리가 벌이는 2분간의 살풀이. 뒤이은 “바람속에 파이어/구름 속의 춤을”이란 의미를 알 수 없는 가사는 일종의 주술적 언어, 또는 정처 없는 읊조림처럼 피어오른다.
「영아다방」은 실낙원(失樂園)을 향한 이들의 귀여운, 혹은 아련한 찬가. 인천 부평에 실제로 있는 다방의 이름을 따왔다.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켜오며 지역적 아카이브(archive)가 된 영아다방에 얽힌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찾아낼 수 있다. 실낙원은 많은 이들에게 추억을 선물한 ‘영아다방’ 그 자체이기도, 추억 저편의 ‘그 때 그 시절’이기도 하다.
공항에 오가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순환을 바라보며 만든 「에어플레인」은 진솔함이 미덕인 곡이다. 담백한 사운드, “당신을 망막과 기억에 새겨 넣으면”이라는 선언이 그 어떤 말보다 무겁다. 인천의 상징처럼 자리 잡은 「월미도 바이킹」, 제주도에 살고 있는 지인이 출연한 프로그램을 보고 지었다는 「해녀」.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는 사운드와 달리 이들의 가사는 가까이에 있다. 서로 다른 두 요소가 빚어내는 조화가 곡의 결을 만든다.
이들은 좀처럼 자기 자신을 숨길 줄 모른다. 포획할 수 없는 무정형성, 산발적인 이미지와 소리들은 이들 자체이다. 그동안 축적해 온 내공을 발산하듯, 이들은 자신들의 음악 가도를 쉴 새 없이 달린다. 빛, 소음, 그리고 불규칙함(Irregular). 이들을 설명하는 데에 이처럼 탁월한 단어가 있을까. 듣는 이들은 이 빛처럼 빠른 속도를, 소음처럼 흩어지는 사운드를 겨우겨우 숨 가쁘게 쫓아간다. 하지만 이 여정이 고되진 않다. 쉼 없이 달리며 숨이 턱 끝 까지 차오른 그 순간, 밭은 숨을 내뱉을 때의 쾌감을 우리는 알고 있으므로.
강민정(jao1457@naver.com)
관련태그: 빛과 소음, Irregular, 무당, 영아다방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빛과소음>8,900원(19% + 1%)
아름답게 펼쳐내는 노이즈의 향연 노이즈가 불을 밝힌다. 소리가 넘실넘실 춤을 춘다. 그 자태가 흥미롭다. 위태롭게 모였다 미련 없이 흩어진다. 무심하게 시크하게 사운드의 결을 만든다. 라이브에서 보여주었던 모든 요소들이 다섯 개의 곡으로 모였다. 빛과소음의 첫 번째 EP [Irregular] 안으로. [I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