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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나를 나 자신으로부터 소외시킨다

『라면을 끓이며』 저자 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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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이메일 속의 내 모습은 진짜 나와 가장 먼 자아일지 모른다. 나를 소외시키지 않는 노동은 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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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노동과 인격이 분리가 되지 않았던 시대의 노동이 아니었나 싶죠. 이런 이야기를 하면 시대에 뒤떨어진 말밖에 안 되겠지만, 우리는 잔혹한 노동 속에 살고 있어요. 그렇게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나로부터 멀어져요. 하지만 우리가 정말 즐거운 노동을 한다면 자유로부터 멀어지지는 않겠죠."

  - 『라면을 끓이며』 저자 김훈

 

사람은 혼자 있을 때, 본연의 모습이 나온다고 한다. 심각한 무표정으로 거리를 걷는 사람을 볼 때, 곁에 아무도 없는데 해맑게 웃고 지나가는 사람을 볼 때, 나는 생각한다. "아, 저 모습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겠구나." 간혹 어떤 자리에서 내가 가장 연장자일 때, 나는 이 자리를 리드하고 싶지 않아 몸을 비튼다. 막내일 때가 가장 편하나, 이제 그런 소중한 기회는 쉬이 찾아오지 않는다.

 

어쩌다 나는 이렇게 혼자 있는 시간이 갈급해졌을까. 눈치보지 않고 제멋대로 하늘을 쳐다보고 싶은데,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나는 종종 소외감을 느낀다. "너는 평소에 가면을 많이 써?"라고 묻는다면, 부정할 수 없다. 마음에 없는 이모티콘을 날리며 문자를 남기고, 매끄럽게 올라가지 않는 입꼬리를 올리고 있을 때 자아는 속삭인다. "나 좀 그만 소외 시켜줄래?"

 

소설가 김훈은 “부지런을 떨수록 나로부터 멀어진다”고 했다. “일은 나를 나 자신으로부터 소외시킨다”고 했다. 그러니 회사 이메일 속의 내 모습은 진짜 나와 가장 먼 자아일지 모른다. 나를 소외시키지 않는 노동은 존재할까. 아이를 살뜰히 보살피는 내 모습은 사랑인가, 노동인가. 책임감을 벗어 던진 자유로운 노동은 과연 존재할까.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 비로소 나는 나일 수 있을까. 인격을 버리지 않은 노동은 이 사회 속에서 가능할까. 노동이 아닌 일이 없을지언정, 다만 내가 의식하지 않을 때 자유로운 노동은 가능하지 않을까. 나부터 소외시키지 않을 일이다.

 

 

김훈 인터뷰 다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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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umji01@naver.com

라면을 끓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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