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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에는 와인을 어떻게 시원하게 만들었을까?
고대 이집트의 냉각 기술
기원전 1400년경으로 추정되는 무덤 벽화에는 단지를 얹은 선반을 향해 열심히 부채질을 하는 노예들이 나온다. 이것은 단지 속에 든 와인을 차갑게 하려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이집트에서는 와인을 토기에 보관했고, 나중에 그리스 로마 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고대 이집트에는 얼음이 매우 드물었다. 얼음 덮인 산은 여러 날을 걸어가야 있었고, 이집트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유일한 천연 얼음은 격렬한 폭풍우와 함께 내리는 우박뿐이었다. 성경에서 모세가 일으킨 기적에서 볼 수 있듯이 우박을 동반한 사막의 폭풍우는 놀라울 정도로 사납다. 2010년에는 우박 때문에 이집트에서 네 사람이 죽고 수십 명이 다쳤다. 그러나 이렇게 내린 우박은 금방 녹아 없어졌다. 그러므로 파라오와 그의 신하들이 와인을 시원하게 마시려면 다른 냉각 기술을 사용해야 했다.
기원전 1400년경으로 추정되는 무덤 벽화에는 단지를 얹은 선반을 향해 열심히 부채질을 하는 노예들이 나온다. 이것은 단지 속에 든 와인을 차갑게 하려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이집트에서는 와인을 토기에 보관했고, 나중에 그리스 로마 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이 와인을 넣는 단지를 암포라(몸통이 불룩한 긴 항아리)라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와인을 담은 암포라는 진흙으로 단열한 지하 저장고에 보관했을 것이다. 와인은 그 지하 저장고에서 이글거리는 태양의 열을 피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더운 건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암포라 ⓒ Marie-Lan Nguyen / Wikimedia Commons
서기 3세기경에 헬레니즘의 세례를 받은 이집트의 저술가 아테나이오스는 그의 조상들이 와인을 시원하게 만든 방법을 기록했다. 밤이 되면 노예들이 지하실에서 암포라 하나 또는 둘을 지붕 위로 끌고 가서, 시원한 밤바람이 가장 많이 부는 지붕 꼭대기에 둔다. 얕은 물통에 암포라를 넣고, 계속 물을 뿌려서, 밤 동안 내내 암포라가 젖어 있게 한다. 토기는 다공질이어서 표면에서 많은 물을 흡수한다. 밤바람이 몰아치면 암포라 벽에 스며들었던 물이 증발하고, 암포라 속 와인은 아주 천천히 차가워진다. 바람이 충분하지 않으면 노예들은 부채로 기류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나중에 무덤 벽화로 기록되었다. 이집트의 왕이 시원한 와인 한 잔을 마시려면 노예 여러 명이 물을 계속 뿌리고, 미친 듯이 부채질을 해야 했던 것이다.
분주한 노예들과 술에 취한 파라오만 살펴봐서는 어떤 물리적 원리도 알아낼 수 없다. 아이디어의 발상은 분명히, 피부에 바람을 쐬면 시원하게 느껴진다는 것이고, 피부에서 땀이 흐르면 시원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와인 단지가 '땀을 흘리게' 한 것이다. 계몽시대의 사람들이 몇백 년 뒤에 이 아이디어를 조사했고, 물을 기체 또는 증기로 바꾸려면 에너지가 든다는 것을 밝혀냈다. 바람에 의해 증발하는 물방울과 함께 작은 양의 에너지가 날아가는 것이다.
피스 헬멧을 쓴 남자
우연히, 똑같은 증발 냉각의 원리가 피스 헬멧에도 적용된다. 지금은 19세기 제국주의 억압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화를 잘 내는 유럽 사람들이 쓰고 다녔던 것이다. 거기에 알맞게, 피스 헬멧은 식민지의 뜨거운 열기로부터 머리를 식히기 위해 설계되었다. 이 헬멧은 꽤 무거워 보이지만, 보호 기능은 없다.
이것은 피스(가벼운 코르크처럼 말랑말랑한 식물의 내피)로 만든 틀 위에 하얀 천을 덮어서 그늘을 만든다. 이 천에도 구멍이 많아서 머리 위 공간에는 바람이 잘 통한다. 모슬린을 접은 두꺼운 두꺼운 띠를 퍼거리라고 부르는데(힌두어로 터번) 이 퍼거리로 헬멧 챙을 빙 둘러 감싼다. 이 천에 물을 적시면 헬멧 위에 덮인 천도 함께 젖어서 고대 이집트의 와인 냉각과 똑같은 증발 냉각이 일어난다.
토기를 증발 냉각에 사용한 예는 고대 인도에서도 기록이 남아 있는데, 이 또한 교역로를 따라 기술이 이전된 사례일 수 있다. 그 방향이 어느 쪽이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말이다. 찬바람이 불고 밤 기온이 낮으면 단지에 속에 든 것(당시에는 대개 물이었다)이 얼기도 했다.
통에 채우는 물로는 방금 끓인 물을 썼는데, 끓인 물이 더 빨리 얼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는 오늘날까지도 물리학자들 사이에 논란이 되고 있다. 운전자들은 추운 날 얼어붙은 자동차 앞 유리를 녹이려고 뜨거운 물을 부었다가 너무 빨리 얼어서 난처해하기도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와 데카르트 같은 사람들도 이것을 설명하려고 애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오늘날에는 이것을 음펨바 효과Mpemba Effect라고 부르는데, 1963년에 아직 어린이였을 때 이 현상을 과학적인 맥락으로 끌어들인 탄자니아 출신의 에라스토 음펨바Erasto Mpemba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냉장고의 탄생톰 잭슨 저/김희봉 역 | MID 엠아이디
이 책에선 수많은 사람들이 차가움을 꿈꾸며 ‘차가움의 궁극적인 원인’을 밝혀내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한 덩이 얼음을 얼리기 위해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파라셀수스, 베이컨, 보일, 라부아지에, 돌턴, 아보가드로 등 근엄한 철학자와 과학자들이 줄줄이 소환되어 물질의 본질에 대해 논쟁을 벌인다.
관련태그: 냉장고, 이집트, 냉각 기술, 냉장고의 탄생
영국 브리스톨에 살고 있는 톰 잭슨은 역사적인 맥락에서 과학과 기술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을 즐긴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이들과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과학과 기술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들을 발굴했다. 동물원 사육사, 여행작가, 들소 사냥꾼, 문서 정리원 등으로 일했지만, 지금은 과학을 배우고 즐기는 새로운 방법을 창조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톰 잭슨> 저/<김희봉> 역14,400원(10% + 5%)
차가움을 꿈꾸는 자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냉장고의 탄생』은 고대 수메르 문명에서부터 현대를 지나 미래까지 냉장고의 발자취를 추적하고 가늠한다. 이 책은 냉장고의 역사에 관한 책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을 보여준다. 냉장고를 만들기 위해서 인간은 가지고 있던 물질과 자연, 그리고 세계에 대한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