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리뷰 대전] 모지스 할머니, 힘을 주세요!
일상의 작은 예술
예술가만 예술을 하라는 법은 없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뭔가를 새롭게 생각해내는 순간, 우리는 예술가가 된다. 마음을 흔드는 예술과 일상을 새롭게 하는 예술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모지스 할머니, 힘을 주세요!
또 아침이다. 매일 같은 시각 울리는 알람을 끄면서 사는 게 지긋지긋하다. 의미 없는 하루가 바쁘게 지나가면, 또 밤이다. 왜 이렇게 사는 걸까, 생각한 지 10초도 지나지 않아 잠이 든다. 이런 마음으로 산 지 꽤 오래다. 이제는 그 마음에 익숙해져 더 이상 슬플 것도, 놀랄 것도 없다. 인생이 더는 기대되지 않으니, 인생 별거 없다고 말씀하시는 우리 할머니의 마음과 다를 바가 없다. 밥벌이에 치이면서도 자신의 시간을 지키는 사람들이 대단해 보인다. 젊은이보다 팝핀 댄스를 더 잘 추는 70대 할아버지에게 감탄한 건 그의 춤 실력 때문이 아니다. 반복되는 70년의 시간을 살아오면서도 뭔가에 그토록 열정을 쏟을 수 있다는 게 부러웠다.
“사람들은 늘 내게 늦었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사실 지금이야말로 가장 고마워해야 할 시간이에요. 진정으로 무언가를 추구하는 사람에겐 바로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때입니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딱 좋은 때이죠.” 미국의 ‘국민 화가’로 불리는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는 말한다. 그녀는 75세에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가난한 농장의 10남매 중 셋째 딸로 태어나 10대 때부터 다른 집의 가정부로 일해야 했던 그녀는 결혼 후에는 남편을 도와 농장 일을 하고, 틈틈이 자수를 놓았다. 관절염이 심해져 더는 자수를 할 수 없게 되자, 좋아했던 그림 그리기를 시작했다. 비누 만들기, 빨래하는 날, 퀼팅 모임, 단풍 설탕 만들기, 마을 축제 등 그녀는 자신이 살았던 농장의 모습, 마을 풍경, 마을 사람들의 일상을 그렸다. 한 미술 수집가에 의해 우연히 그녀의 그림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그림은 크리마스마실, 우표, 카드 등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모지스 할머니는 세상을 떠난 101세까지 모두 1,600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 그중 250점이 100세 이후에 그린 그림으로, 그녀의 삶은 마지막까지 열정으로 가득했다.
너무나 사소하고 평범해 그냥 지나쳐버리는 일상의 시간이 모지스 할머니의 눈과 손을 통하면 반짝거리는 행복으로 되살아난다. 뭔가를 반복하는 것은 지치는 일이지만, 때론 편안함을 가져다준다. 그래서인지 일상을 자세히 그려낸 그녀의 작품을 들여다보면 이내 마음이 편안해진다. 언덕과 나무, 집, 수많은 사람이 등장하는 그림 속으로 들어가 그 시간을 함께 즐기다 보면 현실의 두통은 없어지고, 알 수 없는 따스함이 전해온다. 뜻밖에 얻은 격려랄까. 그림의 어딘가에서 그녀가 아주 따뜻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모지스 할머니의 책을 보고 그녀의 그림을 사랑하게 된 저자의 마음이 이러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매일 반복되는 집안일의 시간에서 모지스 할머니는 지긋지긋함 대신 고요하게 흘러가는 일상의 행복을 발견했다. 다시는 오지 않을 그날의 시간을 도화지 위로 불러내어 아름답게 표현했다. 반복되는 일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예술이고, 나만의 시간을 지키는 첫 걸음일 것이다. 일흔 살이 넘어 선택한 새로운 삶이 그 후 30년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줬다던 그녀의 말처럼, 절대 늦은 시간이란 없다. 오늘은 내가 가장 젊은 날일 테니,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지금보다 더 적절한 때는 없다.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에서 기운을 얻어 일상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새로운 취미 생활도 만들었다.
오늘 아침, 알람을 끄고 일어나니 킬킬 웃음이 났다.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갖자, 그 관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알고 싶은 게 많은 삶은 지루할 틈이 없다. 그동안 흘려보냈던 시간이 갑자기 아쉬워진다. 50대가 되고, 70대가 되어도 처음 해보는 것이나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좋겠다. 평범해서 더 지나치기 쉬운 일상의 행복을 발견한 모지스 할머니처럼.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이소영 저 | 홍익출판사
75세에 처음 그림을 배우기 시작해 101세까지 살면서 그림 하나로 미국인들을 매료시킨 할머니가 있다. 전문적인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질박한 손으로 빚어낸 작품들은 2차 세계대전으로 피폐해진 국민들에게 응원의 노래가 되었고,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 가득한 그림들은 그 어느 유명화가의 작품보다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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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건 좋다고 꼭 말하는 사람
<이소영> 저11,520원(10% + 5%)
75세에 그림을 시작해 101세까지 활동한 ‘미국의 국민화가’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 평범했던 한 할머니는 어떻게 추앙받는 국민화가가 되었을까? 모지스 할머니의 삶과 그림 이야기를 한국 최초로 만난다! 75세에 처음 그림을 배우기 시작해 101세까지 살면서 그림 하나로 미국인들을 매료시킨 할머니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