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 재밌다 vs 덜 재밌다

객석에서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알아야 더 재밌게 감상할 수 있고, 아이러니하게도 뮤지컬 때문에 재미가 반감된다.

크기변환_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 공연사진 (1).jpg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가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재연에 돌입했다. <웃음의 대학>, <너와 함께라면> 등 국내에서도 마니아 팬이 확실한 미타니 코키의 작품인 데다 뮤지컬로 더 유명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원작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코믹하게 뒤집어 지난해 국내 초연 때도 많은 인기를 얻었던 작품이다. 하지만 미타니 코키의 작품만큼이나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아끼는 관객들이라면 이 연극을 보기 위해 공연장에 들어서기 까지 꽤나 고민했을 것이다. 무대 위의 신사라 할 수 있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가 미타니 코키의 나무랄 데 없는 난도질로 망가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 관람 평을 보면 ‘재밌다’ 일색인데, 이 연극이 그렇게 재밌을까? 물론 무대는 미타니 코키 특유의 코믹함과 재치가 더해져 객석에서는 시종일관 웃음꽃이 터진다. 하지만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알아야 더 재밌게 감상할 수 있고, 아이러니하게도 뮤지컬 때문에 재미가 반감된다. 무슨 얘기인지 기자의 관람 소감과 객석 곳곳에서 들었던, 또는 나눴을 법한 이야기들을 각색해 보았다.

 

크기변환_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 공연사진 (3).jpg

 

재밌다! : 역시 미타니 코키네. 지난 연말에 뮤지컬 <오케피> 보고 미타니 코키의 소극장 연극이 무척 그리웠는데, 역시 그의 오밀조밀한 유머감각을 즐기기에는 소극장이 제격이야.

 

덜 재밌다! : 그렇지, 미타니 코키의 작품은 ‘빵빵’보다 ‘뿅뿅’ 터지니까.

 

재밌다! : 설정 자체가 벌써 재밌잖아. 인간의 선과 악을 분리하는 신약 개발에 실패한 지킬 박사가 연구 발표회에서 자신의 악한 인격인 하이드를 연기할 무명 배우 빅터를 고용해 리허설을 하다! 사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캐릭터는 물론이고 지킬을 연기하는 배우도 너무 멋있어서 근사하기는 하지만 친근감은 들지 않았는데,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는 제목부터 좀 ‘저렴한’ 냄새가 나면서 왠지 더 친숙하다니까.

 

덜 재밌다! : 난 그래서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를 보기까지 고민이 많았어. 공연을 취재하는 기자인데도 초연을 보지 않았다고. 지난번에 배우 이시훈 씨(극 중 빅터)를 인터뷰할 때도 <지킬 앤 하이드>가 망가지는 걸 볼 수 없어서 이 작품을 보지 않았다고 말했을 정도야.

 

재밌다! : 난 뮤지컬 때문에 연극이 더 재밌던데. 결과적으로 보자면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보는 데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는 도움이 안 되지만, 뮤지컬을 먼저 봤던 사람이라면 연극이 더 재밌을 거야. 원작을 어떻게 비틀었는지, 무대 위 근사한 지킬이 어떻게 망가지는지 알 수 있으니까. 특히 지킬이 약을 주입하고 하이드로 변하는 과정이나 하이드의 자세, 목소리 등은 많은 부분 뮤지컬에서 차용했기 때문에 뮤지컬을 알아야 훨씬 재밌게 볼 수 있겠더라고.

 

크기변환_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 공연사진 (5).jpg

 

덜 재밌다! : 그게 재밌어? 그래, 재밌긴 재밌지.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가 문학사에 있어 길이 남을 엄청난 캐릭터를 만들었다면 뮤지컬에서 지킬과 하이드가 공존하는 장면은 공연예술의 묘미를 가장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어.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1인 2역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촬영과 편집이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는 무대 위에서의 1인 2역은 차원이 다르잖아.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있는 무대에서 그걸 구현해 내다니. 10여 년 전, 지킬과 하이드가 동시에 한 무대에 등장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공연에 완전히 빠졌다고. 그래서 그 모습이 희화되는 걸 보고 싶지 않았어. 

 

재밌다! : 달리 생각하면 미타니 코키가 그걸 한 번 더 비튼 거 아닐까? 한 배우가 시공간의 차이를 두지 않고 동시에 두 인물을 연기한다는 게 가능해? 한 인물이 지킬과 하이드로 분리될 수 없는 것처럼 불가능하잖아. 그래서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에서는 관객들의 눈에 빤히 보이게 버젓이 칸막이를 두고 두 배우가 지킬과 하이드를 우스꽝스럽게 연기하도록 한 게 아닐까? 심지어 공연을 제작하는 극작가인 미타니 코키가 만들어서 더 인간적이라고.

 

덜 재밌다! : 그래서 미타니 코키의 다른 작품보다는 그 기발함이나 재미가 덜하다는 거야. 결국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대단함을 인정한 것 같다고 할까? 우리는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에서 지킬 박사의 약혼녀인 정숙한 이브 댄버스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그녀는 지킬의 실패한 약을 마시고도 자기 최면에 빠져 관능적이고 자유로운 영혼의 하이디로 변신하잖아. 뮤지컬에서 지킬과 하이드를 한 배우가 연기한다면 연극에서는 이브 댄버스와 하이디를 한 배우가 연기해. 그리고 비록 우스꽝스럽게 그려냈지만 하이드를 연기하는 빅터 역시 순식간에 다른 인물로 돌변해야 하지. 뮤지컬과 같은 전율을 느낄 수는 없지만, 배우와 관객이 속고 속아주는 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를 차용한 셈이라고. 물론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와는 전혀 다른 재미지만 말이야.

 

크기변환_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 공연사진 (8).jpg

 

재밌다! : 나는 여성판 <지킬 앤 하이드>라는 생각도 들더군. 뮤지컬에서는 지킬의 약혼녀인 엠마와 매춘부 루시가 등장하는데, 정숙과 관능이라는 서로 상반되는 성향 역시 한 사람의 내면에 공존할 수 있잖아. 그걸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에서는 이브 댄버스와 하이디로 표현한 거고. 그녀가 극 초반에 복선을 깔잖아.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긴장한 나머지 평소 같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관심이 없는 사람 앞에서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결국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자신의 원래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고 말이야. 미타니 코키는 치밀하게 생각한 거라고.

 

덜 재밌다! : 그럼, 미타니 코키잖아. 하지만 이 연극은 원작소설을 비틀었다고 말할 수는 없어. 무대예술의 극치를 보여주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가 없었다면 결코 태어날 수 없었을 걸.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는 작품이라고 할까?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가 재밌을수록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가 얼마나 대단한지 깨닫게 된다고. 그래서 미타니 코키의 다른 연극보다 덜 재밌다는 거야.

 

크기변환_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 공연사진 (11).jpg

 

재밌다! : 꼭 더 재밌을 필요는 없잖아. 그래서 이런 제목을 달았나 보네.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 너무 뻔하지만 어쨌든 웃기니까(웃음).

 

 

[추천 기사]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 누구에게나 구세주가 필요하다

- 그때 그리고 지금, 연극 <보도지침>
- 뮤지컬 <삼총사>, 우정과 사랑을 통한 성장기
- 엄마란 소리만 들어도 가슴 미어지는 공연 - 연극 <친정엄마>
- 겸손 따위 찾아볼 수 없는 배우, 김호영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기사와 관련된 공연

오늘의 책

트럼프의 귀환, 위기인가? 기회인가?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을 거머쥔 트럼프. 글로벌 무역 질서를 뒤흔들 트럼프 2기 정부의 명암과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국제 정세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설명하는 박종훈 저자의 신간이다. 강경한 슈퍼 트럼프의 시대에 직면한 대한민국이 어떠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지 그 전략을 제시한다.

이래도 안 읽으실 건가요

텍스트 힙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다. 독서가 우리 삶에 필요해서다. 일본 뇌과학계 권위자가 뇌과학으로 입증하는 독서 예찬론. 책을 읽으면 뇌가 깨어난다. 집중력이 높아지고 이해력이 상승하며 즐겁기까지 하다. 책의 장르는 상관 없다. 어떤 책이든 일단 읽으면 삶이 윤택해진다.

죽음을 부르는 저주받은 소설

출간 즉시 “새로운 대표작”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 관련 영상을 제작하려 하면 재앙을 몰고 다니는, 저주받은 소설 『밤이 끝나는 곳』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등장인물들이 함께 떠난 크루즈 여행 중 숨겨진 진실과 사라진 작가의 그림자가 서서히 밝혀진다.

우리 아이 영어 공부, 이렇게만 하세요!

영어교육 전문가이자 유튜브 <교집합 스튜디오> 멘토 권태형 소장의 첫 영어 자녀 교육서. 다년간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초등 영어 교육의 현실과 아이들의 다양한 학습 성향에 맞는 영어 학습법을 제시한다. 학부모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침과 실천 방안을 담았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