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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터, 공간감 넘치는 사운드

도터(Daughter) - < Not To Disappea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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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이 기타로 밀려드는 몽환감, 은근하게 흡인력을 자아내는 멜로디와 보컬이 자기들만의 매력으로 47분에 이르는 러닝 타임을 듬뿍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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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 록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영국의 3인조 밴드 도터의 음악은 결코 우리가 흔히 아는 포크 록처럼만은 들리지 않는다. 요즘의 여러 밴드가 그렇듯 자신들이 자양분으로 삼는 음악들을 이리저리 혼합해가며 장르의 원형으로부터 상당히 먼 거리에 결과물을 두기 때문이다. 포크의 성격이 기저에 분명 존재한다고 해도 이들의 주된 인상을 결정하는 요인은 앰비언트 팝과 드림팝의 느낌이 가득 묻어나는 풍성한 딜레이 기타와 두텁게 쌓아놓은 레이어로 만든, 공간감 넘치는 사운드에 있다. 캣 파워에다 우주적인 분위기를 가미했다고 할까.

 

2013년의 데뷔 음반 < If You Leave >을 전후로 한 차례 완성된 위와 같은 도터의 컬러가 이번 작품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느릿한 템포, 여유로운 사운드 구성, 의식을 따라 흘러가는 듯한 가사와 엘리나 톤라의 보컬, 각 파트들이 너른 허공을 횡행하는 형상 등의 성분들을 필수 재료로서 밴드는 다시 한 번 사용한다. 리프부터 보컬까지 호흡을 길게 늘리는 「New ways」나 「Doing the right thing」, 사운드스케이핑에 집중, 저 너머로 소리를 아득하게 흩뿌리는 「Numbers」, 「How」와 같은 곡들이 음반을 충분히 대표하며 이를 포함한 앨범 대부분 곡에서도 팀을 정의하는 최소 단위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동시에 도터는 이번 음반을 통해 약간의 변화를 수행하기도 한다. 2013년에 내놓은 전작 < If You Leave >에서는 뿌연 톤과 약간은 거친 질감을 더해 사운드와 선율의 형태를 명확하지 않게 감췄던 반면 이번 음반에 접어들어 이들은 더욱 분명한 형상으로 음악의 성분들을 노출한다. 덕분에 음악이 보다 듣기에 쉬워졌다. 부유하는 공기에 응집력이 생겨 사운드가 단단해졌으며 구심력 또한 높아져 완력을 표현하려는 지점에도 능히 에너지를 낼 수 있게 됐다. 진행에 속도감을 더한 「No care」와 팝적인 선율이 넘실대는 「To belong」, 로킹한 기타 리프를 내세운 「Fossa」에서 이들의 변이가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고유의 색을 유지해감과 동시에 보다 접근성을 높여 행보에 활력을 더했다. 적잖은 가치의 발생은 물론 이와 같은 의미 차원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곡들도 대체로 좋다. 단번에 귀를 사로잡는 트랙은 거의 없으나 딜레이 기타로 밀려드는 몽환감, 은근하게 흡인력을 자아내는 멜로디와 보컬이 자기들만의 매력으로 47분에 이르는 러닝 타임을 듬뿍 적신다. 자신들의 영역을 구축하는 과정에 건강한 변화까지 더했다. 여러모로 < Not To Disappear >는 좋은 결과물이 아닐 수 없다.

 


2016/01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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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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