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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엘, 송라이팅은 걸음마 단계
라엘(Ra.L) < A >
미숙한 송라이팅은 창작에 도전했다는 의미만 남길 뿐, 음반에는 독이 되었다. 좋은 보컬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라엘은 CCM을 벗어나 발표하는 첫 EP로 자작곡 위주의 구성을 택했다. 5곡의 수록곡 중 커버 곡과 반주 트랙을 제외하면 모든 곡을 직접 쓰고 불렀다. 그러나 커버 영상과 방송 출연(< JTBC 히든 싱어2 >) 등으로 검증된 가창력과 달리, 송라이팅은 걸음마 단계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가사는 다듬어지지 않아 투박하고, 프레이즈의 반복과 빈약한 멜로디로 점철된 음악의 짜임새는 허술하다. 자작곡으로 대부분을 채운 앨범에서 보컬 역량을 마음껏 발휘한 커버곡 'Brave'의 흡인력이 가장 크다는 아이러니는 송라이터로서 치명적이다.
음반 내 유일한 신곡이자 타이틀곡 'Take it slow'는 반복되는 구절과 진부한 멜로디로 집중력을 분산시키고 단순, 직설적인 가사는 스토리텔링을 밋밋하게 만든다. 밴드 사운드를 가미한 '좋겠다'는 파워풀한 음악과 흐느끼는 보컬이 충돌하며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No (집에 갈 생각이 없어)'의 정교하게 프로그래밍된 사운드는 인상적이나 부족한 선율의 힘이 다시 한 번 발목을 잡는다. 미숙한 송라이팅은 창작에 도전했다는 의미만 남길 뿐, 음반에는 독이 되었다. 좋은 보컬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2016/01 정민재(minjaej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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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엘(Ra.L)의 미니앨범 'A' 라엘의 목소리는 악기다. 작은 체구에서 뽑아내는 탄식 같은 소리에서부터 긴 호흡으로 굵고 둔중하게 몰아 내지르는 음성까지. 다양한 음색을 대할 때마다 듣는 이는 그녀의 내밀한 이야기에 귀를 세우고 가슴으로 음악을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치 싱그러운 아침에 드리운 신선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