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대한민국 연봉" 이야기
『연봉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소통과 토론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연봉과 임금에 관한 이야기를 우리는 좀 더 해야 한다. 연봉이란 행정직 직원과 개인이 그 해의 성과를 놓고 협상해서 결정하는 게 아니다. 국가별, 지역별로 차이도 많고 관련된 법률과 제도 혹은 문화적 속성들이 전부 종합적으로 개입해서 결정되는 것이다.
음식방송의 시대, 연봉 이야기는?
박정희 시절에 무슨 음식을 많이 먹었는지, 별로 기억나지는 않는다. 그 시기에 나는 초등학생이었다. 전두환이 대통령이던 시절에 아귀찜을 처음 먹어보았다. 마산 음식이라는 것도 그때 알았다. YS가 대통령이던 시절에는 칼국수가 유행했다. 그렇다고 특별히 칼국수를 많이 먹지는 않았다. 어쨌든 그 시기를 대표하던 음식이 칼국수였던 것 같다. DJ가 대통령이던 시절, 매생이국이라는 것을 처음 먹어보았다. 목포 출신이 상사로 왔는데, 그가 어린 시절에 배고프고 힘들던 시절을 회상하며 점심 때 매생이국을 사줬다. 노무현 때에는 무슨 음식이 유행했을까? 특별히 부산 음식이 더 유행했던 것 같지는 않다. 어쨌든 그 시절에는 소주 안주로 홍어회를 꽤 자주 먹었던 것 같다. 광주 사람들이 내 주변에 많았던 것은 아니지만 광화문 일대가 재개발로 완전히 바뀌기 전에 홍어회를 맛있게 하는 집들이 좀 있었다. 이명박 시절에는 확실히 과메기를 많이 먹었다. 그 전에는 과메기를 파는 데가 거의 없었고 구룡포 주변에 친척이 있는 사람들이 현지에서 공수해온 것을 좀 얻어먹는 정도였다. 이명박의 친형, 이상득이 ‘만사형통’, 뭐든지 형을 통하면 다 된다고 하던 시절에 재래시장은 물론이고 동네 슈퍼에까지 과메기가 들어왔다. 입이 까탈스러워 생선도 안 먹는 같이 사는 고양이가 과메기는 한 입씩 먹었다.
그렇다면 박근혜 시대에는 무슨 음식이 유행할까? 모든 음식이 다 유행한다. <삼시세끼> 정선 편의 해물 요리와 <집밥 백선생>의 집밥, 그야말로 양 대척점에 있는 슬로우푸드와 패스트푸드가 극단을 형성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저렴하지만 푸짐한 <맛있는 녀석들>을 비롯한 먹방에서 초호화 셰프의 오리지널 이탈리안 식단까지, 모든 종류의 음식이 다 유행한다. 거기에 최불암 스타일의 <한국인의 맛>까지 그야말로 맛의 전성시대다. 우리는 요즘 가끔 별식을 하면서 먹는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휴식의 순간에는 먹을 것만 떠올린다. 나중에 우리가 이 시기를 회상 하면 과연 어떤 음식이 이 시기를 대표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특별한 음 식이 아니라 그냥 음식이 대유행했던 시기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아주 극소수를 제외하면 한국인의 삶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는 연봉과 같은 임금 수준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음식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의 1/100 정도를 연봉과 관련된 삶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하버마스가 소통에 관해 지적하면서 이야기한 공론장의 기능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연봉에 대해 충분히 소통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명확해 보인다. 당장 직장에서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실랑이를 하 면서 고민하는 시간과 전체의 연봉 수준이나 결정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생각해보자. 동료들과 자신의 연봉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단 1분도 안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간단한 원칙이다. 음식에 대해 이야기를 사회적으로 많이 하면 약간이라도 음식 맛도 좋아지고 장기적으로는 위생과 청결 문제도 나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관심이 높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우리는 각자의 연봉에 대해 혹은 우리 모두의 임금에 대해 너무 이야기를 안 한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연봉이 너무 높아서 내놓고 말하기가 불편할 것이고 또 다른 사람들은 정말 형편없어 보이는 자신의 시급을 밝히는 게 싫어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종류의 사람들은 이미 정부에서 다 결정한 것이라서 말을 하나마나인 경우라 굳이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셰프의 실력과 식당의 맛에 대해 이야기기를 하면 할수록 그쪽으로 자원이 더 많이 들어가는 것처럼 우리가 연봉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부당한 일들이 줄어들고 결국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의 연봉이 올라가게 된다.
이 시기를 나중에 우리가 회상한다고 생각해보자. 경제적으로만 본다면 일반해고가 전면화되고 비정규직과 파견이 보편적인 일자리 형태로 자리 잡은 시기라고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가 원하는 대로 지금의 변화가 마무리되면 결국은 매우 소수의 연봉만 올라가고, 대다수 사람의 연봉은 형편없는 수준으로 급락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올라간 사람의 연봉이 높아서 평균치는 크게 바뀌지 않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사람들의 삶은 더 어려워진다.
소통과 토론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연봉과 임금에 관한 이야기를 우리는 좀 더 해야 한다. 연봉이란 행정직 직원과 개인이 그 해의 성과를 놓고 협상해서 결정하는 게 아니다. 국가별, 지역별로 차이도 많고 관련된 법률과 제도 혹은 문화적 속성들이 전부 종합적으로 개입해서 결정되는 것이다. 미국의 건설일용직과 교사와의 임금 차이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그걸 제도와 역사에 대한 배경 없이 무슨 수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음식이 맛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지난 몇 년 동안 이래저래 시간을 많이 들인 것 같다. TV도 많이 봤고 실제 맛있는 집을 많이 찾아다녀보기도 했다. 집에서 하던 밥도 요즘은 조금 더 신경을 써서 이것저것 새로운 시도를 해본다. 아이들에게 주기 위해서 집에서 양갈비를 구운 것은 나도 정말이지 태어나서 처음이다. 그렇지만 이제부터는 연봉이 정 당하면서도 초라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시간을 들이면 좋을 것 같다. 당신이나 나나 조현아 같은 집에서 태어난 것은 어차피 아니다. 뼈빠지게 일하고 잠시라도 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삶, 그 정도가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표준적이며 바람직한 삶 아니겠는가.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해 우리에게는 좀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하고 지금보다 많은 수다가 필요하다.
연봉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우석훈 저 | 새로운현재
아주 극소수를 제외하면 한국인의 삶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는 연봉 과 같은 임금 수준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음식에 관해 이야기 하는 것의 1/100 정도를 연봉과 관련된 삶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하버마스가 소통에 관해 지적하면서 이야기한 공론장의 기능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연봉에 대해 충분히 소통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명확해 보인다. 당장 직장에서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실랑이를 하면서 고민하는 시간과 전체의 연봉 수준이나 결정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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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 저13,300원(5% + 2%)
누구나 한 번쯤 의심해봤지만, 아무도 모르는 연봉 형성 메커니즘 “우리의 연봉은 어떻게, 무엇으로 결정되고 정해지는가!” 《88만원세대》, 《불황10년》 등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을 파헤치는 글쓰기에 천착해온 경제학자 우석훈이 매년 최저임금 결정 논란으로 촉발된 사회적 갈등의 근본적인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