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음악 > 주목, 이주의 앨범
이런 음악이 또 없다. 아니, 이런 음악을 하는 그룹이 극히 드물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겠다. 클래식인가 하면 록이 등장하고, 록인가 하면 우리 전통음악의 인자가 들어선다. 여기에 더해 팝의 어법도 적게나마 지분을 차지한다. 부산 동의대학교 음악학과 교수인 이기녕이 이끄는 토다(TODA)는 심포닉 록, 퓨전국악을 아우르는 크로스오버 스타일을 들려준다. 이런 그룹은 정말 흔치 않다.
도입부 멜로디가 헨델의 「울게 하소서 (Lascia ch'io pianga)」를 떠올리게 하는 「하모니움 (Harmonium)」부터 성향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클래식과 록의 요소를 버무려 심포닉 록의 형태를 띠지만 그 옛날 정가가 생각나는 고풍스러운 가사, 두 번째 버스(verse)부터 연하게 깔리는 해금 연주는 국악의 향취를 전달한다. 수미쌍관으로 배치한 태평소와 중반부를 리드하는 현악기 연주가 블루스, 록, 클래식을 아우르며 뚜렷한 기승전결을 나타내는 「소피 (Sophi)」, 라흐마니노프의 원곡을 국악기와 록의 골격을 혼합해 프로그레시브 록으로 완성한 「보컬리제 (Vocalise)」도 토다의 이채로운 퓨전 노선을 설명한다.
바이올린이 메인 악기로 나선 덕에 유연성과 서정성을 지니게 된 록 넘버 「콘트라스트 (Contrast) Part II」, 태평소와 해금, 바이올린이 번갈아 가며, 혹은 동시에 곡을 이끌어 융합의 기조에 충실한 「도리안의 춤 (Dorian dance)」, 국악과 재즈, 록의 요소가 공존하는 「아리랑 (Arirang)」에서도 활발하고 튼튼한 퓨전을 목격할 수 있다. 2011년에 발표한 데뷔 앨범 < TODA (T.O. To Dream Age) >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방향을 확고히 하지만 전과 다른 변화도 발견된다. 데뷔 음반은 모두 연주곡으로만 구성했던 반면에 이번에는 보컬이 들어간 노래를 다수 마련했다. 신영미와 변진혁이 부른 「하모니움」을 비롯해 이다희의 「그대를 본 순간 (The moment)」, 변진혁의 솔로 「꿈속이라도 (Even in my dream)」 등 세 편이다. 가수의 음성이 들어가니 보통 대중음악처럼 친숙하게 느껴진다. 이로써 두 번째 음반 < The Moment >는 어느 정도 편안한 면도 지니게 됐다.
독특한 어법과 대중적인 접근을 함께 내보이고 있으나 아쉬운 점도 존재한다. 그 문제는 일반적인 발라드 형식을 띤 「그대를 본 순간」과 「하모니움」을 유로댄스로 치환한 「E. 하모니움 (Electronic Harmonium)」이 갖는다. 「그대를 본 순간」을 수록한 것은 퓨전을 어렵지 않게 전달하기 위함이겠고 「E. 하모니움」은 요즘 트렌드를 반영하고자 함이었을 테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프로그레시브 록, 국악 퓨전이 이뤄지는 판이기에 이들 노래는 앨범의 통일성을 해하고 만다. 까다로운 성격을 줄이려는 의도가 짜임을 다소 헐렁하게 만들었다.
모자라게 느껴지는 부분은 크지 않다. 치밀한 구성의 곡과 탄탄한 연주가 그 부분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무엇보다도 우리 전통음악을 덧대 프로그레시브 록을 표현하는 독자성은 토다를 빛나 보이도록 한다. 견고함과 특별함이 그대로 이어지니 오랜만의 만남이 반갑기 그지없다.
2015/11 한동윤(bionicsou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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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다(吐多)는 국악과 클래식, 대중음악을 어우르는 독특한 음악을 보여주는 크로스오버 밴드이다. 이들은 대중성과 예술성을 함께 아우르는 음악들을 주로 연주하는데 창작곡과 함께 기존의 클래식을 편곡해서 재탄생시키는 작업 또한 하고 있다. 2011년에 1집 (TODA) T. O. to Dream Age를 발매한 바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