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퓨전 재즈의 시발점 - 봄여름가을겨울 2집
한국 대중음악사에 또렷한 발자국을 남긴 봄여름가을겨울의 2집 앨범.
지금은 인디 신의 다양함을 보면서도, 그리고 공중파 가수들이 여러 장르의 음악을 혼합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퓨전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레 떠오르곤 합니다. 그러나 1980년대 당시만 해도 ‘퓨전’이라는 단어는 하나의 신(新)조류에 다름없었는데요.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으로도 젊은 세대들에게 익히 알려진 봄여름가을겨울이 그 흐름의 선두에 있던 그룹입니다. 우리가 지금과 같은 다양함의 풍요 속에 살고 있을 수 있도록 도와준 그룹이라고나 할까요.
지금은 인디 신의 다양함을 보면서도, 그리고 공중파 가수들이 여러 장르의 음악을 혼합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퓨전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레 떠오르곤 합니다. 그러나 1980년대 당시만 해도 ‘퓨전’이라는 단어는 하나의 신(新)조류에 다름없었는데요.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으로도 젊은 세대들에게 익히 알려진 봄여름가을겨울이 그 흐름의 선두에 있던 그룹입니다. 우리가 지금과 같은 다양함의 풍요 속에 살고 있을 수 있도록 도와준 그룹이라고나 할까요. 한국 대중음악사에 또렷한 발자국을 남긴 이들의 2집 앨범, < 나의 아름다운 노래가 당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면 >을 소개해 드립니다.
봄여름가을겨울 < 나의 아름다운 노래가 당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면 > (1989)
봄여름가울겨울 사계가 은밀히 자신의 외연을 바꾸어가며 시간의 테를 쌓아가듯, 그룹 봄여름가을겨울 역시도 자신들의 음악을 조금씩 표변(表變)화하며 그들 음악 역사에 있어 세월의 중력을 더해나갔다.
데뷔작 <봄여름가을겨울>을 통해 최초의 가시적 성과를 추수한 그들은 1989년에 발표한 2집 음반 <나의 노래가 당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면...>으로 퓨전 재즈의 초석을 완벽히 마름질, 향후 10년간 한국음악의 대표 브랜드로서 막강한 대중 소구력을 뽐냈다.
바로 이 점, 우리 음악 문화에 있어 퓨전 재즈에 관한 전반적 공법(公法)을 마련했다는 점 덕에 그들의 행보 하나하나는 지금도 언론매체가 쳐놓은 그물망 내에서 유효한 의미들을 획득한다. 헌데 2002년에 발표했던 30, 40대를 위한 송가이자 그들도 가장 자랑스러워한 작품 「Bravo! my life」를 떠올리면 조금은 갸우뚱할 팬들도 있을 것이다. 퓨전 재즈라고?
하지만 시계추를 1980년대 말의 시점으로 돌리면 사정은 전혀 달라진다. 가요의 식상한 패턴을 견딜 수 없었던 그들의 눈은 ‘음악가의 실험’과 ‘신신함’을 동시에 담아낼 수 있을 것 같은 퓨전 재즈로 향해 있었다. 그들의 실천욕은 한해 전인 1988년의 데뷔작 수록곡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에서 이미 드러났다. 그리고 그 확대생산인 이 앨범과 함께 적어도 한국에서만큼은 퓨전 재즈하면 봄여름가을겨울이 바로 떠오를 정도로 그들의 명성은 확고해졌다.
그들이 택했던 방식은 (당연하게도) 그때까지 빈약한 토양 위에서만 머물러 있던 한국 퓨전 재즈 필드를 위한 제반 문법의 정립이었다. 김현식 밴드를 나와 의기투합할 당시, 퓨전 재즈의 국산화를 음악적 목표로 최종 확정한 김종진과 전태관은 재즈의 자유분방한 리듬 플레이를 유지하면서도 가요적 감수성을 놓치지 않는 음악적 영민함을 발휘, 거대한 홍보 루트 없이도 그 스스로 히트의 윤곽을 잡아가는 인상적인 성과를 거둬들였다.
한마디로 그것은 퓨전 재즈의 한국적 세탁, 그것도 일반 세탁이 아닌 ‘드럼 세탁’을 연상시킬 정도로 그 강도가 강했다. 퓨전 재즈에 다소 익숙하지 못한 팬들이 듣기에도 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놀라운 소화 흡수력을 자랑했던 것이다. 듀오의 완벽한 주류로의 입성을 견인한 최대 히트송 「어떤 이의 꿈」을 포함, 재즈의 향취가 물씬 풍기는 기타 전주와 블루지한 표현법으로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쓸쓸한 오후’, 흥겨운 한바탕의 리듬 잔치를 연출한 「봄여름가을겨울」 등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봄여름가을겨울의 시그니처 송이라 해도 무방할 「어떤 이의 꿈」은 라디오와 노래방 모두에서 지금까지도 애청 및 애창되는 단골 레퍼토리이고, 뒤의 두 곡은 본래 김현식의 3집과 1집에 수록되었지만, 그들만의 스타일로 다시 한 번 걸러낸 자가 리메이크 곡들이다.
봄여름가을겨울이 진정 추앙 받는 주된 이유는 그러나 ‘100% 순수 연주곡’만으로도 라디오 전파를 독점했다는데 있었다. 처녀작의 수록곡 「항상 기뻐하는 사람들」로 이 땅에 첫 인스트루멘탈 히트의 깃봉을 내리꽂은 그들은 본 2집에 실린 세 연주곡들을 통해 그에 대한 마침점을 완성, ‘연주곡 히트 불가’라는 과거의 경고 표지를 종량제에 의거해 폐기 처분했다. 이렇듯, 대한민국 음악 흐름에 있어 새 장을 열었다는 점만으로도 봄여름가을겨울의 역사적 가치는 고금을 통틀어 독보적 위상을 확립한다.
이 외에 (지금은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지만) 당시 연인 사이의 나이 차 콤플렉스 극복을 격려한 「열일 곱, 스물 넷」과 후에 이현도에 의해 두 가지 싱글 버전으로 리메이크된 「사랑해」 등이 꾸준한 판매를 촉진하며 1980년대 음반계의 스테디셀러 중 하나로써 명실상부한 입지를 구축했다.
더불어 혀 짧은 김종진 특유의 보컬이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올 정도로 구수한 인간미도 폴폴 내뿜었던 앨범. 이후 봄여름가을겨울의 두 멤버는 3집의 연이은 대박 성공, 그리고 바로 찾아온 4집의 쓰디쓴 실패를 연속적으로 경험하며 부침의 세월을 보냈지만 결코 흔들리지 않는 뚝심으로 한국 대중음악계를 쌍끌이, 영원한 퓨전 재즈계의 큰 형님으로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다.
최근 히트송 「Bravo! My Life」가 증명해주듯, 지금은 비록 퓨전 재즈적 성격이 많이 희석화되었지만 김종진과 전태관, 두 음악 신사들은 시간과 더불어 긍정할 줄 아는 음악적 태도를 통해 다시 한 번 이 땅의 음악 인구 대부분을 위한 감동의 세례식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세월의 이끼와 때가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깊이 있는 음악! 바로 이것이 그룹 이름을 꼭 닮은 봄여름가을겨울 음악의 성공 비법이었다.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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