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음악 > 주목, 이주의 앨범
밤하늘의 달은 오직 하나지만 음악 팬들에게는 두 번째 달이 있다. 이국의 낯선 소리는 굳어진 현실을 녹여 낭만을 빚었고, 따스한 인간의 체온을 닮은 선율은 삶을 깊이 끌어안으며 영혼을 위로했다. 세간의 주목을 받은 데뷔작부터 하나의 동화책과 같았던 앨리스 인 네버랜드, 아이리시 선율의 방랑 시인 바드까지, 해가 지고 달이 뜨는 자연의 이치처럼 이들의 음악도 항상 우리 곁에 있었다.
두 번째 달이라는 이름으로는 무려 10년 만의 앨범이지만 낯설지 않은 까닭이다. <그동안 뭐하고 지냈니?>라는 수줍은 인사를 맞이하고, 익숙한 이색의 음악 세계를 기쁘게 받아들이면 된다. 왁자지껄한 폴카 리듬에 집시 바이올린을 더한 「구슬은 이미 던져졌다」가 출발을 알리면 낭만적인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재즈 피아노 연주가 빛나는 「여행의 기술」이 안내를 시작한다. 「여행의 시작」을 알렸던 이들이 어느새 전문가가 되었다.
프로젝트 밴드 바드, 앨리스 인 네버랜드 각각의 팬이었더라도 첫 만남과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일관성이 있다. 전 멤버였던 아일랜드 출신 린다 컬린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Paper boat」는 아일랜드의 선율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도, 여행의 두근거림을 선사하는 은근한 질주감의 '달리는 비행기'나 현악의 웅장함을 강조한 「두 개의 길」은 동화 같은 설렘을 기대하는 이들에게도 모두 입맛에 딱 맞다. 「서쪽 하늘에」와 「바다를 꿈꾸다」에 익숙하다면 경쾌한 「똑바로 걷기」와 「가라앉는 섬」에 구미가 당긴다.
다양한 월드 뮤직을 한데 묶어내는 팀인 만큼 다양한 재료를 한데 우려내는 장기는 여전하다. 여기에 조금은 생소한 장치를 더 해 에스닉 퓨전의 독보적인 가치까지도 확보하며 진한 존재감을 보이는 것이 두 번째 달의 진짜 매력이다. 남인도의 구음 장단을 도입해 서정적인 피아노와 힘을 갖춘 일렉기타의 멜로디를 더한 「타키타타키타다디게나도」는 전통 민속 음악과 현대적 재즈의 아름다운 콜라보레이션을 들려준다. 아이리시 풍 기타 연주로 출발하여 모던 프리 재즈의 즉흥성으로 앨범을 마무리하는 「그동안 뭐하고 지냈니」 또한 일품이다. 여기에 '사랑가'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국악 크로스오버 중 이렇게 달콤하고도 아름다운 분위기를 만들어낸 경우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춘향가의 대표 노래를 자신들의 시그내쳐 싱글로 자연스레 가져왔다.
월드 뮤직, 에스닉이라는 칭호도 좋지만 두 번째 달의 음악을 가장 잘 수식하는 명칭은 그저 음악그대로다. 민속 음악의 주체가 인간의 삶 그 자체이기에 우리네 삶과 감성을 투영해 노래하는 이들의 음악은 진솔하고 순수하다. 소중한 음악의 복귀에 감사한다.
2015/03 김도헌(zener1218@gmail.com)
관련태그: 두번째 달, 크로스 오버, 그동안 뭐하고 지냈니?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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