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열어보는 나무 세상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나무가 있다. 집을 나서면서 제일 처음 만나는 것들도 대부분 나무다. 정원수로, 가로수로, 크고 작은 숲으로, 또는 화분의 나무로 언제나 우리 곁을 지켜준다. 계절 따라 수수하지만 정갈한 옷차림을 할 줄 아는 멋쟁이기도 하다. 그래서 세상이 아무리 복잡해지고 바쁘게 돌아가도, 나무는 우리에게 편안함을 안겨주는 가장 정겨운 이웃이다.
나는 대학에서 전공으로 나무속의 세포를 들여다보는 일에서부터 나무와 첫 인연을 맺었다. 차츰 나무로 만들어진 문화재에 관심을 갖게 됐고, 다행히 해인사 팔만대장경판, 공주 무령왕릉의 관재 등 나무로 만들어진 문화재의 재질을 밝히는 일을 내 손으로 할 수 있는 영광도 얻었다. 손톱 크기의 작은 나무 조각 하나에서 역사의 비밀을 밝혀줄 실마리를 찾아냈다는 사실은 보람 그 자체였다.
주말 나들이로 시작한 고목나무 찾아다니기는 나무를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 생명이 다할 때까지 한자리를 지켜야 하는 나무는 이야기에 보탬이 없고 거짓이 없다.
장군나무라는 별칭을 가진 전남 장성 단전리 느티나무
고목나무는 짧아도 수백 년 길게는 천년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삶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살아 있는 ‘나무 문화재’이며, 거기에는 역사와 문화가 서려 있다. 나는 고목나무를 비롯한 수많은 나무와의 만남에 식물학적인 특성뿐만 아니라 우리 역사와 문화 속에서 찾아낸 이야기를 입히는 일에 빠져들었다. 나무 문화재의 세포연구에서 출발하여 살아 있는 문화재까지 관여하게 된 셈이다. 그렇게 어느덧 나무와 함께한 세월의 길이는 반세기를 훌쩍 넘겼다.
작년 가을 조그마한 산문집을 하나 만들자는 제안을 받았다. ‘산문은 가볍고 읽을 수 있으면서 책장을 덮으면 무언가 울림이 있어야 한다고 믿어왔는데 과연 내가 나무를 주제로 읽을 만한 글을 쓸 수 있을까?’ 한참 동안 망설였다.
우선 지금까지 써온 글을 훑어보기로 했다. 나는 그동안 나무에 관심 있는 분들이 나무에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많은 글을 써왔다. 출간한 단행본은 물론 신문이나 잡지에 실은 글과 미발표 글까지 새롭게 들춰봤다. 나무와 함께 살아온 긴 세월의 인연들 속에서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내용들을 여기저기서 찾을 수 있었다. 나무를 통하여 내가 얻었던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끄집어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나무 탐독』은 오래전부터 각종 매체와 신문 칼럼 등에 기고해온 내용을 바탕으로 했다. 그러나 기존 글들은 매체의 성격이나 형식에 얽매여 있어, 그 점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좀 더 자유롭게 나의 경험이 들어간 글로 다시 쓰기로 했다. 연구를 하면서 부닥쳤던 어려움, 대학에서 강의하며 마주한 학생들과의 일화, 나무를 통해 본 사회현상의 부조화 등을 형식에 구애 없이 이야기하고자 했다. 아울러서 새롭게 찾아낸 내용을 보태고 논란이 있는 부분은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 보다 구체적으로 알아보기도 했다.
이 책은 편의상 5부로 나누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1부 ‘나무, 찾아 떠나다’에는 반평생 나무를 쫓아다니면서 느낀 일상의 이야기들을 담았고, 2부 ‘나무, 새로움을 발견하다’에서는 흔하디흔한 나무지만 우리가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관련 정보들을 제공하고자 했다. 3부 ‘나무, 추억을 기록하다’는 직접 경험한 추억의 나무들에 대한 단상이 중심이다. 4부 ‘나무, 역사와 함께하다’에는 연구를 통해 밝혀낸 나무와 관련된 역사, 문화적인 사실들을 풀어냈으며, 5부 ‘나무, 그늘을 만나다’에는 나무를 통해 투영한 사람살이에 대한 생각들을 담아냈다.
모든 분들이 이 책을 통해서 나무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가다듬어보는 계기를 만났으면 한다.
2015년 10월
박상진
나무 탐독박상진 저 | 샘터
삶의 기록을 매년 몸속에 남기는 나무를 두고 훌륭한 벗이자, 편안한 안식처를 넘어 살아 있는 과거이자 미래라고 말한다. 《나무 탐독》은 반평생을 넘게 나무 문화재를 연구하며 전국 각지의 수많은 나무들을 만나온 나무 박사의 특별한 기록이다. 나무를 만나면서 경험한 소소한 일상을 비롯해 연구 과정에서 직접 밝혀낸 나무와 관련된 역사적인 사실까지……. 조그만 묘목이 풍파를 견디며 큰 둥치를 가진 성목이 되는 것처럼 나무와 함께한 인생 속에서 발견한 삶의 지혜는 저마다 힘겨운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더없는 위안과 교훈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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