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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매력 더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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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글과 재능이 가장 중요해도 그 사람이 작가로서 뿜어내는 이미지 역시도 무시할 수 없는 하나의 매개임이 분명하다. 작가라면 최소한 ‘서울’보다는 개성이 넘쳐야 하지 않겠는가.

서울시의 새로운 슬로건 ‘I. SEOUL. YOU.’가 이번 주 내내 화제다. 안 좋은 쪽으로다. 다른 도시들을 일컫는 패러디물이 쏟아져나왔다. 덕분에 많이 웃었다. 한데 서울시 담당자들도 난감하긴 했겠다.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체 어떤 이미지가 있단 말인가.
 

출처_ 서울시 홈페이지.png

출처_ 서울시 홈페이지


대중에게 소비되는 많은 것들이 각자의 브랜드에 적절한 이미지를 입히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본인들이 인식을 못할 뿐이지 책의 저자들 역시 다르지 않다. 물론 책이란 다른 제품들과 엄연히 다름을 강조할 수 있다. 하지만 내용의 전문성이나 문학적 깊이라는 저 안의 것들을 만나기 이전에 풍겨지는 이미지가 대중에게 우선적으로 작용하는 부분은 적지 않다.
 
서점에서 여러 책들을 뒤적일 때 우선 무엇을 보는가. 책제목과 커버디자인(그 속의 홍보카피), 그리고 프로필과 사진을 둘러볼 것이다. 내용을 직접 읽어보고 사는 경우는 드물다. 책제목과 커버디자인의 최종 결정권자는 법적으로 출판사에 있기에 저자들은 종종 거기에 관여를 덜 하는 경우를 본다. 때로는 관여를 안 하고 무심하게 가만히 있는 것이 저자의 점잖은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오로지 내용으로만 승부한다는 것!). 그러나 기괴하거나 노골적이거나 지루하게 무거운 제목은 그와 엇비슷한 이해 불가능하거나 천박하거나 밋밋한 커버디자인을 세트로 불러들이고 그것이 자아내는 어떤 ‘참 별로인’ 브랜드 이미지는 고스란히 저자가 등에 업고 가야만 한다.
 
실제 책의 내용은 재미와 깊이가 고루 어우러진 참 괜찮은 에세이임에도 불구, 차별화된 컨셉을 뽑아낼 고민을 담당자가 게을리한 체, 저자의 외모가 출중하다는 죄로 저자의 성적 매력을 제목과 커버 전면에 내세운 책들도 더러 보았다. 도발과 비호감은 한끝 차이인 상황에서, 비주얼을 악용해서 저자의 이미지에 오히려 해를 입히는 사례다. 어떤 책들은 홍보를 넘어 ‘장사’를 하는 것 같은 홍보카피를 크게 박아넣거나 유명인들의 영혼 없는 추천사를 줄줄이 박아놓음으로써 책의 내용 없음과 얄팍함을 역으로 홍보하기도 한다.
 
과거와는 달리 요새는 두문불출 방에 틀어박혀 글만 쓰는 저자가 아닌,  SNS활동으로 세상과 소통하기를 즐기는 저자들도 있다. 어쩌면 대중들은 저자의 민낯을 볼 수 있는 셈인데, 자신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소탈하게 드러내며 같은 눈높이로 독자들과 소통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나 작가요’라는 문학적인 아우라를 중시하는 고고하고 새침한 이들도 있어 어떤 이미지의 차이를 보여준다. 어떤 이들은 책과 글에서 보여준 이미지와 전혀 다른 엽기적인 행태를 샅샅이 드러냄으로써 신선함과 실망을 동시에 안겨주는 등, SNS는 작가들의 놀이터인 동시에 이미지의 무덤으로서도 기능한다. 편하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매력적인 이미지로 다가오지만 그렇다고 동시에 너무 방심하면 안 되는 이상한 곳이기도 하다. 
 
오프라인 상에서도 숨어서 조용히 지내는 저자들이 있는 반면, 활발하게 독자들과 만나는 각종 대외활동에 적극적인 저자들이 있다. 후자는 친근하고 활달한 이미지를 줄 수는 있지만 그만큼 신비주의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어떤 작가들은 단순히 독자들을 만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손수 이름을 새긴 연필을 나눠주는 등, 개성 있는 독자서비스에도 열심이니 그런 저자들의 이미지는 특별해질 수 밖에 없다.
 
저자의 프로필사진과 내용도 이미지 호감도를 좌우한다. 사진이 자연스러우면 자연스러울수록 호감이요, 작위적이면 작위적일수록 멀리하고 싫어진다. 자기소개 내용이 짧으면 짧을수록 멋있고, 프로필을 수필 쓰듯 이러쿵저러쿵 길게 쓰는 것은 도리어 ‘없어’보인다. 서울대학교를 나온 이들은 출신대학 이름을 넣는 것의 의미도 한 번쯤은 고민해봐야 하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우리가 어떤 저자를 좋아할 때는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경우가 크겠지만 또한 그 저자가 상징하는 어떤 이미지를 좋아해서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아무리 글과 재능이 가장 중요해도 그 사람이 작가로서 뿜어내는 이미지 역시도 무시할 수 없는 하나의 매개임이 분명하다. 작가라면 최소한 ‘서울’보다는 개성이 넘쳐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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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경선 (소설가)

『태도에 관하여』,『나의 남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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