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뮤지컬 <고래고래>, 으리으리한 네 남자의 의리

우정과 사랑이 있는 아주 특별한 도보 음악여행!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처음부터 네 사람을 함께 엮어준 건 음악이었기에, 그들은 그 안에서 진심으로 서로 소통한다.

고래고래_스틸_한지상,박한근,허규,임병근.jpg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음악으로 뭉친 네 남자

 

같은 꿈을 가지고 같은 길을 걸으며 서로를 응원해주는 친구가 있으면 기분이 어떨까? 남들은 인정하지 않는 내 꿈을 이해해주고, 끝까지 격려하고 지지해주는 친구가 있다는 건 다른 무엇보다 든든한 일이다. 거기에 그 친구가 철없던 학창시절의 한 페이지를 공유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소중하고 애틋한 존재로 다가온다. 아직은 성숙하지 않아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지만, 다음 날 웃음 한 번에 모든 게 풀어졌던 학창시절의 단짝친구. 어딘가 오글거리는 학창시절의 흑역사(?)를 하나부터 열까지 알고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건, 충분히 행복하고 축복받은 일이다.

 

뮤지컬 <고래고래>의 네 명의 주인공 민우, 영민, 호빈, 병태는 바로 그런 사이다. 척하면 척! 말할 것 없이 눈빛만으로도 통하고, 함께 웃고, 울고, 싸우고 이내 화해하는 죽마고우들. 네 사람은 철없던 학창시절부터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로 뭉쳐 의리 넘치는 우정을 나눈다. 노래하는 게 제일 행복했던 그 시절, 서로가 있어 부러울 게 하나 없던 그 시절, 우정이라는 이름 아래 모두가 빛나던 그 시절. <고래고래>는 그런 네 남자의 과거와 현재를 자연스럽게 교차시키며 그들의 이야기를 전개시켜나간다.

 

각자의 삶이 바빠 음악과 잠시 멀어진 채 살고 있던 현실의 네 남자는, 고등학교 시절 약속 했던 ‘자라섬 밴드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인다. 네 사람은 목포에서 자라섬까지 한 달 여의 도보 음악여행을 통해 웃고, 울고, 싸우고, 화해하면서 그동안 잊고 살았던 진짜 꿈과 진실한 우정에 대해 깨닫게 된다.

 

고래고래_스틸_한지상,이창민,임병근,이정화-외.jpg

 

 

스토리냐 음악이냐

 

학창시절 함께 밴드를 했던 네 사람이기에 뮤지컬 <고래고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음악이다. 무대 뒤에서 실제 밴드가 연주를 해주는 덕분에, 관객들은 훨씬 더 생동감 있는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이는 극의 몰입감을 높여준다. 2시간여의 러닝타임 동안 네 사람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연주한다. 오랜만에 만난 어색함과 민망함도 노래로 허물고, 반가움과 즐거움도 노래로 표현하고, 미안함과 고마움도 노래로 전달한다. 처음부터 네 사람을 함께 엮어준 건 음악이었기에, 그들은 그 안에서 진심으로 서로 소통한다.

 

이렇듯 뮤지컬 <고래고래>에서 단연 돋보이는 건 그들의 음악이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건, 음악이 돋보이는 이유가 뮤지컬 안에 오직 ‘음악’만 존재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점이다. 즉, 뮤지컬 <고래고래>에는 음악 외에 극을 뒷받침해줄만한 다른 요소가 눈에 띄지 않는다. 네 사람의 도보 음악여행은 충분히 매력적인 소재이지만, 그 소재를 짜임새 있게 엮어나가지 못한다. 군데군데 잘못된 단추를 꿰매어 넣은 듯 어색하게 이어지는 스토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 빈약한 스토리를 채우는 건 배우들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연기다. 특히, 허세 드러머 호빈을 연기하는 배우 김재범이 하드캐리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넉살맞은 표정과 익살스러운 말투로 적재적소에서 웃음을 터뜨리는 호빈은, 뮤지컬 <고래고래>에 없어서는 안 될 감초 같은 캐릭터이다.

 

사실 여자 관객의 입장에서 보자면 뮤지컬 <고래고래>는, 남자 냄새가 물씬 나는 다분히 ‘마초적’ 작품일 수 있다. 남자들의 우정, 의리, 미움과 용서 그리고 화해 등의 심플한 세계를, 복잡 미묘한 여자들의 입장에서 이해하는 게 쉽지 않다. 아마 이 으리으리한 남자들의 우정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전체적인 스토리가 애매모호해진 것 같다. 드라마의 부족은, 바퀴가 한 개 없는 자전거를 바라볼 때처럼 불안하고 어색하다. 뮤지컬 <고래고래>가 다시 관객 앞에 찾아오기 위해, 스토리를 보완해야 하는 건 분명해 보인다.

 

조금은 모자라고 엉성하지만, 함께 있어서 빛나는 네 사람의 이야기 <고래고래>는 11월15일까지 광림 아트센터 BBC 홀에서 공연된다.

 

 

 

[추천 기사]

- 뮤지컬 <드림걸즈> 눈부시게 빛나는 그녀들
- 뮤지컬 <그남자 그여자>, 서로 다른 언어로 사랑을 말하다
- 진짜 북한군 4명 VS 남한군 2명, 그들은 운명은?
- 꿈을 파는 데 지친 이들에게 - 뮤지컬 <곤, 더 버스커>
- 우리는 친구일까 연인일까? - 연극 <70분간의 연애>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임수빈

현실과 몽상 그 중간즈음

기사와 관련된 공연

오늘의 책

장재현 감독의 K-오컬트

2015년 〈검은 사제들〉, 2019년 〈사바하〉, 2024년 〈파묘〉를 통해 K-오컬트 세계관을 구축해온 장재현 감독의 각본집. 장재현 오컬트의 시작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여준다. 디테일이 살아 있는 오리지날 각본은 영화를 문자로 다시 읽는 즐거움을 선사하며, 독자를 오컬트 세계로 초대한다.

위기의 한국에 던지는 최재천의 일갈

출산율 꼴찌 대한민국, 우리사회는 재생산을 포기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원인은 갈등이다. 대한민국의 대표 지성인 최재천 교수는 오랜 고민 끝에 이 책을 펴냈다. 갈등을 해결할 두 글자로 숙론을 제안한다. 잠시 다툼을 멈추고 함께 앉아 대화를 시작해보자.

어렵지 않아요, 함께 해요 채식 테이블!

비건 인플루언서 정고메의 첫 번째 레시피 책. 한식부터 중식,일식,양식,디저트까지 개성 있는 101가지 비건 레시피와 현실적인 4주 채식 식단 가이드등을 소개했다. 건강 뿐 아니라 맛까지 보장된 비건 메뉴들은 처음 채식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훌륭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할 말, 제대로 합시다.

할 말을 하면서도 호감을 얻는 사람이 있다. 일과 관계, 어른으로서의 성장을 다뤄온 작가 정문정은 이번 책에서 자기표현을 위한 의사소통 기술을 전한다. 편안함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 대화법, 말과 글을 더 나은 곳으로 이끄는 방식을 상세히 담아낸 실전 가이드를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