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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센스, 힙합 씬에 대한 일갈을 날려줄 수 있는 랩퍼

이센스(E-sens) < The Anecdo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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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힙합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아로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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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Anecdote >는 이방인의 기록이다. 촉망받는 신인에서부터 메이저 시장의 성공을 거친 이센스는 현재 한국 힙합 씬 외곽에 위치한다. 아니, 오히려 그 외곽에 자리를 잡았다. 단단한 열개의 비트 위로 흐르는 메시지는 이센스와 한국 힙합의 현재 진행형 역사를 날카롭게 관조하고 있다.

 

단 한 명의 피쳐링과 북유럽 프로듀서 오비(Obi)에게 의뢰한 붐뱁 비트, 으레 있을 법한 훅의 부재와 라임 논란까지 불러온 흐르는 듯한 랩까지 모두가 현재에 얽매이지 않는다. 앨범의 시작인 '주사위'부터가 자전적 이야기로부터 출발하여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형식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마음보다는 그 자신에게 충실하고,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을 빚어내겠다는 열의가 앨범 전체에 깊이 묻어난다.

 

선 공개된 「Back in time」을 필두로 「주사위」와 「The anecdote」에서 아픈 과거를 덤덤히 뱉어내다가도 「A-g-e」를 통해 획일화된 사고방식과 문화의 허영을 지적하다가 창작의 고통을 풀어낸 「Writer's block」까지, 앨범은 다양한 주제로 엮인 단편 소설집, 혹은 수필집을 연상케 한다. 물 흐르듯 흘러가면서도 치밀한 배치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랩 스킬은 효과적으로 이 메시지들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랩퍼 이센스의 삶을 압축하여 한 편의 서사시를 그려낸 「Next level」의 스토리텔링과 인간 강민호의 「The anecdote」는 '한국의 < Illmatic >'이라는 찬사가 허언이 아니었음을 느끼게 한다.

 

「삐끗」, 「Tick tock」처럼 잘못된 장르 이해로 부패한 한국 힙합 씬에 대한 일갈을 날려줄 수 있는 랩퍼도 사실상 이센스 뿐이다. 대부분이 메이저 시장과 좋든 싫든 모종의 관계로 이어진 상황에 깨끗이 씬을 바라볼 수 있는 랩퍼로써의 위치를 잘 활용했다. 아메바 컬쳐 탈퇴 이후 오래도록 언더그라운드의 상징 자리를 지킨 고유의 캐릭터 덕이다.

 

회고와 비판이라는 가장 큰 두 주제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오히려 확고한 의식 때문에 듣는 입장에서는 거칠고 투박한 앨범이 될 수 있다. 두 테마가 나란히 손을 잡고, 순서대로 달려가는 것이 아니기에 발생하는 문제다. 일관성이라는 지점도 앨범 전체의 유기적 흐름은 좋지만 개별 곡의 매력은 다소 낮다. 한 쪽에서는 폭발적으로 응답하였으나 다른 쪽에선 당황하거나, 실망했다는 식으로 호불호가 발생하는 이유다.

 

이센스의 이야기는 공감의 폭이 좁다. 앞서도 언급했듯 앨범은 대중적 장치를 의도적으로 배제하였고, 메시지 또한 현실에서 그의 행동 때문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진솔한 내용의 가사도 정돈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의 목적이 더이상 대중의 관심이나 동정에 머무르지 않음을 보이는 것이다. 이센스는 가장 큰 적인 자신과 싸워가며 본인이 만족할 수 있는 치열한 결과를 써내려갔다. 그 몰입의 결과가 < The Anecdote >이며, 이방인의 기록 그대로 낯설고, 냉소적이며 길들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이 레어(Rare)함, 리얼(Real)함으로 앨범은 한국 힙합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아로새기게 되었다.

 

2015/09 김도헌(zener12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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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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