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플로우, 당신이 TV에서 보지 못한 진짜 힙합
딥플로우 인터뷰
언더그라운드 래퍼 앨범이 버스 측면광고로 붙었다. 험상궂은 민머리 사내가 ‘당신이 TV에서 보지 못한 진짜 힙합’이라는 문구와 함께. 우리가 만난 건 음반에서 듣지 못한 유쾌한 딥플로우, 인터뷰 내내 웃음이 번졌다. 웰메이드 힙합 앨범 < 양화 >부터 그의 레이블, VMC 또 한국 힙합에 대한 흥미로운 생각들까지, 성심성의껏 짚어주었다.
언더그라운드 래퍼 앨범이 버스 측면광고로 붙었다. 험상궂은 민머리 사내가 ‘당신이 TV에서 보지 못한 진짜 힙합’이라는 문구와 함께. 우리가 만난 건 음반에서 듣지 못한 유쾌한 딥플로우, 인터뷰 내내 웃음이 번졌다. 웰메이드 힙합 앨범 < 양화 >부터 그의 레이블, VMC 또 한국 힙합에 대한 흥미로운 생각들까지, 성심성의껏 짚어주었다.
앨범 발매가 작년 겨울에서 올 4월로 연기되었습니다. 무슨 이유였나요?
원래는 지난해보다 한해 전, 2013년 겨울이었는데...(웃음) 저의 계획은 그랬는데, 1년 반 정도가 연기된 거죠. 맡은 일이 여러 가지여서, 밀린 것도 있지만 비트가 바뀌었던 게 가장 큰 이유였어요. 비트를 고르면 바로 픽스하고 진행하는 추진력이 필요한데 계속 마음이 바뀌고, 그러다보니 오래 걸리게 되었습니다.
< 양화 > 발매 전, 마지막 활동이 < 언프리티 랩스타 >에 나간 것 입니다. 출연을 어떻게 결정하셨나요?
최근 인터뷰들에서 < 쇼미더머니 >를 향한 제 비판적인 입장에 대해 그럴 자격이 있느냐, < 언프리티 랩스타 >도 나가 놓고 앞뒤가 다른 것 아니냐는 피드백이 많았어요. 동감하고 후회하는 부분이에요. 저는 당시, 섭외가 왔을 때 2회까지 본 상황이었어요. <쇼미더머니>와는 다르게, 더 예능적인 시각으로요. 그러다 재미없어져서 안 보고, 한창 앨범 작업하는 중에 연락이 왔죠. 심사라기 보단 투표고, 다른 래퍼 분들도 많이 오신다, 하면서 제가 알고지내는 좋은 형들 이름을 얘기하더라고요. “잔뜩 오니까 오셔서 관람하시고 투표해주시면 됩니다. 가볍게 오세요.” 그래서 가볍게 갔는데 그런 포맷으로 준비해놨더라고요. 제가 선택한 거니까 어쩔 수 없죠, 하지만 그 프로그램 방향성에 동조한다기보다 ‘그냥 간 거’예요. 함부로 행동했다가 뒤탈이 난 경우죠. 이번 일로 뮤지션이 자신의 음악, 가사와 일관성 있게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제 본격적인 < 양화 > 이야기 해보죠. 3년 반 만에 솔로 정규로 돌아왔습니다. 기분이 어떤가요?
지금은 발매된 지 꽤 지나서, 축하받거나 좋았다고 연락 오는 일은 없어지는 시기에요. 다시 앨범 내기 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 같은데, 딱 나왔을 땐 엄청 좋았어요. 우선 < 양화 >가 제겐 상징적인 앨범이었거든요.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제작한 앨범이고, 그때의 어떤 중2병 같은 감성도 있고... 또 환경이 바뀌고 과정이 힘들어지면서, 이 숙변을 싸고 나면 평화로워지리라. 창문을 열고 분위기 환기하는 기분일 것이다. 라고 제게 의미를 부여했는데 막 체감 되지는 않더라고요. 저는 아침형 인간도 되고 살도 빠지고 그럴 줄 알았어요.(전원 웃음) 앨범 나오면 내가 많이 바뀌고, 리프레쉬되서 건강한 사람이 되겠지 했는데 그런 거 없더라고요.
또 좋았던 건, 피드백. 제가 발표하고 나서 받은 피드백 중 가장 좋았어요. 원래 좋은 거 내면 이렇구나를 느꼈죠. 전에는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오거나, 지나가다 만난 뮤지션이 잘 들었다고 하는 정도였는데 이번엔 커뮤니티, SNS에 글도 많았고 평소에 아예 연락 안하고 제 결혼식에도 안 올 것 같은 뮤지션들이 막 연락했거든요. 제 생각에는 원래 앨범이 좋으면 ‘좋다’ 라고 생각만 해요. 그다음 단계로 좋으면 SNS로 샤라웃하는 거고, 그 다음으로 좋으면 연락을 하는 건데 연락을 생일 때보다 더 많이 받았어요. 제가 리스펙하는 형들도 전화 와서 “뭐 뭐 좋았다.” 말씀해주시는데, 이 사람이 어떤 기분으로 전화했는지 알 거 같으니까 더 공감되고, 좋았죠.
앨범 프로모션으로 양화대교 지나는 버스에 광고를 건 것은 기발했습니다. 미리 공개된 ‘잘 어울려’ 뮤직비디오도 감각적이었고요. CD는 639(류상구, 딥플로우의 본명)장만 찍고 VMC 카드 주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흐름을 이어갈 멋진 < 양화 > 관련 결과물들이 더 있나요?
제 콘서트 때 다른 힙합 공연과 달리 무대에 투자해 볼까 생각중이에요. 나스 20주년 콘서트에서 무대를 < Illmatic > 배경, 퀸스브릿지처럼 꾸며놓았더라고요. 인상적이었고, < 양화 >도 공간적인 배경이 있으니까 욕심내고 있는 부분이에요. 외적으론 조금 더 재밌는 느낌을 원해서, 버스킹 해보고 싶어요. 날씨가 따뜻해지면 버스킹 하고 시디도 팔고. 아니면 양화대교 위에서 공연? 아직까진 구상하고 있는 것들이에요.(웃음)
본격적인 앨범 이야기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대부분의 비트를 TK에게 맡겼죠.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원래는 비트를 손 쓸 수 있는, 손이 닿을 수 있는 한에서 다 들어봤어요. 하다하다 SNS에 메일 주소를 올려 받아 보기도 했고요. 개인적으로 안 좋다고 생각하는 방법이긴 한데, 너무 방법이 없었어요. 원하는 콘셉트가 분명한데 거기에 맞는 비트가 없었거든요. 결국 신뢰하는 TK에게 밑그림을 그려주면 TK가 후반 작업을 맡는 방식으로 작업했어요. 그리고 틈틈이 저의 초안 없이 독자적으로 쓴 비트를 들려주기도 했는데 그중 < 양화 >에 어울릴법한 트랙도 가져왔어요. 그래서 TK의 비트가 많이 실리게 된 거죠.
대체적으로 가사를 먼저 쓰셨다 들었습니다.
처음 그런 방식으로 작업하게 된 계기는 변심 때문이에요. 비트를 받아놓고 변심하게 되면 가사 진행이 어렵거든요, 안 꼴리니까. 비트를 반납하자니 프로듀서에게 실례고 해서, 원하는 비트나 템포에 작업한 뒤 아카펠라를 보내주는 방식을 택했어요. 더 빨리 나오고 변심할 확률도 줄어들고, 이젠 버릇이 되었어요. 크루 친구들에게도 추천하는 방법이에요.
가사를 먼저 쓰셨다는 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분명했다’는 증거이기도 하겠죠?
콘셉트 앨범이니까, 시나리오를 정한 거죠. 배경을 정하고, 담을 이야기도 정하고, 각자의 역할을 정했는데, 개별적인 트랙으로도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리니까 당연히 가사를 먼저 썼어야 했죠. 그것을 뒷받침할 비트 고르기도 힘들었던 것 같아요. 원래는 이렇게 안하죠. 처음 해본 거예요.
이번 앨범의 중심에는 딥플로우와 류상구가 공존합니다. 그것이 양화(兩話)겠죠? 전작에선 꺼내지 않던 개인사를 이번에 털어놓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 Heavy Deep >의 몇몇 트랙에서 맛을 봤거든요. 「Welcome to the club」같은 노래로 제 이야기를 다루면서 느껴지는 피드백, 성취감이 이 더 코어한 느낌이 들었어요. 음악을 하고 랩을 하는 이유마저도 거기서 더 코어함을 느꼈고요. 전 그래서 누가 제 1집 앨범 좋다고 하면 속으로 아무것도 모른다 생각해요.(전원 웃음) 그때 저도 분명히 뇌가 있었겠지만 실체가 없는 가사들이 많아요. 전부터 막연하게 랩은 메시지야 라고 해왔는데, 내게 메시지가 될 수 있는 게 뭔지 안 시점부터는 내 이야기 하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죠. 남의 음악을 들을 때도 그런 것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해졌어요.
처음으로 부모님에게 본인의 CD를 드렸다고 들었습니다. 부모님은 어떻게 들으셨나요?
시디를 드렸지 들려드리지는 못했어요. 그래서 반응은 모르겠네요. 자연스럽게 들려드리고 싶어요. 공감에 나온다든가, 콘서트에 초청해서요. 관심은 많으세요. 이름도 헷갈려 하시고 하시지만 항상 저를 응원해주시죠. 그 정도 향유하는 것에 만족해요. 더 나아가서 음악에 제 가족이야기를 담은 것도 알아주시면 더 좋고요.
이후의 앨범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솔직히 이런 식은 진절머리가 나있는 상태라, < 양화 >같은 앨범은 당분간 나오지 않을 것 같아요. 원래 음악시장 논리상 먹힌 거를 또 하는 게 맞는지만, 관심이 없어요. 흥미 있는 게 아니라면 저에겐 의미 없고요. 이제는 딥플로우 콘텐츠로 못해본 거를 해보고 싶네요. < 양화 >가 웰메이드라면 이제는 뤄(Raw)한 걸해보고 싶어요. 믹스테이프를 내거나 차에서 듣기 위한 트랙이 끊기지 않게 믹싱이 된 결과물이라든지. 더 언더그라운드, 날 것의 음악을 해보고 싶어요. 전혀 돈이 안 될 것 같지만요.(웃음)
한국 힙합 신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합니다. 대표적으로 「열반」과 「불구경」에서 부정적인 신의 생태를 보고하죠. 적나라합니다. 그렇다면 딥플로우 씨가 생각하는 2015년 한국 힙합 신의 밝은 면은 무엇인가요?
제가 완전 이런 얘기만 해서, 제 스스로가 씹꼰대 도장을 찍는 것 같아 두렵기도 하지만 저는 없는 것 같아요. 전혀 없다고 하기에도 뭐가 있겠지만, 저는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칼럼리스트가 아니라서 논리정연하게 정리해 드리지는 못하겠는데요, 신에 오래 있었던 사람으로서 망조가 보여요. 일단 차세대들의 성향,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거랑 달라요. 단순히 요즘 애들은 쯧쯧하는 게 아니에요. 저는 오히려 그 다음 세대, 이제 태동하는 애들이 멋져 보여요. 던 말릭 같은 친구의 인터뷰 애티튜드나 가사를 보면 96년생인데, 나이 많은 친구들보다 애티튜드가 좋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저의 다음 세대가 망치고 그 다음 세대가 잘되지 않을까 생각은 하는데... 이걸(웃음) 인터뷰에 싣기도 좀 그런 게 막연해요. 하지만 촉 있잖아요. 촉! 새와 쥐가 도망가면 날씨가 어떻게 되고, 그런 논리인거죠.
신에 오래 계셨는데 그 동안 팬들의 성향도 많이 변했죠?
유행의 주기가 10년 주기로 변한다고 하는데, 그걸 확실하게 느꼈어요. 1세대 MP힙합은 성인이 엄청 많았는데. 빅딜, 소울 컴퍼니 때는 중고생들이 많았거든요. 그건 뮤지션들의 성향, 겉모습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MP힙합 때는 간지나는 형들이 많았어요, 주석 같은. 하지만 소울 컴퍼니와 빅딜은 그냥 랩 잘하는 형들.(웃음) 그러한 성향이 팬들의 경향도 바꾼 거죠. 다시 10년이 돌아와서 일리네어 코홀트처럼 비주얼 적으로 스웩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각광을 받고, 성인 팬이 많아지는 게 보여요. 서브 컬쳐를 동경하는, 신에 유입되고 싶은 성인들이 있거든요. 단순히 음원만 냈을 때와 라이프 스타일까지 보여줬을 때가 많이 차이 나게 되는 거죠. 공연장엔 아직 여중고생이 많아 보여도 파티가 열리면 예전과 달라요. 또 팬들이 생각하는 멋진 힙합, 멋진 래퍼의 기준에 곤조도 느껴지고요.
「작두」에 대한 반응이 뜨겁습니다. 비트도 딥플로우 씨가 만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요?
기획을 했던 거죠. 앨범에 필요한 킬링 트랙인데. 의도가 성공적으로 먹혔어요.
제 전작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던 트랙이 「이 구역의 미친놈은 나야」예요. 저는 기믹이 너무 보여서 싫어했는데, 덕분에 공식을 알았죠. 제 옆에 어떤 래퍼들을 배치하고 어떤 주제에 어떤 콘셉트와 어떤 분위기로 가면 킬링 트랙이 된다 라는 공식. 그런 지점들을 이용해 만든 노래예요.
주제가 굳이 「작두」인 이유가 있나요?
크루나 랩 레슨 친구들에게 라임을 설명할 때 나온 거예요. 제가 생각하는 상위 클래스의 라임은 명사/명사 혹은 뭐 명사/동사 이런 걸 넘어 의미까지 링크가 되는 그런 라임이거든요. 그걸 설명할 때의 예시가 작두/싹뚝이었어요.
「작두」에서 넉살 씨와 딥플로우 씨의 래핑이 완전 달라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의도하신 장치인가요?
제가 랩을 먼저 녹음하고 허클베리 피를 섭외했죠. < 분신 >이라는 공연 브랜드를 운영하는 친구라 「작두」 콘셉트에 제격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넉살에게 “이런 트랙이고 넉살아 헉피랑 같이 할 건데 이 곡은 네가 주인공이 되어야 해”라고 했죠. 제 노래지만 넉살은 제가 푸시해야 하는 뮤지션이기도 하니까요. 저는 넉살이가 이 곡에서 1등이길 바랐어요, 헉피를 섭외했지만.(전원 웃음) 주인공 만들려고 넉살이 가사도 한 번 엎고 그랬었어요. 두 번째 쓴 가사가 지금 결과물이에요.
결국 「작두」가 의도대로 킬링트랙이 되어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죠. 저보다 넉살이 주인공이 된 것도 의도였지만 제 계획에 헉피는 없었거든요.(웃음) 사람들이 넉살, 헉피를 좋아하면서 저는 꼴찌가 됐어요. 왠지 모를 씁쓸함이 있습니다.
「이 구역의 미친놈은 나야」 말씀 하시니까 넉살 씨가 지구인 씨와 매칭이 되네요.
그렇죠. 저는 우리나라 로우 톤 래퍼들의 핸디캡에 대해 다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들을 역이용한 거예요. 전달력이나 속도감, 제가 부족한 부분을 채움으로서 더 재밌어지는 거죠.
랩 스타일을 확고하게 유지하고 계십니다. 바꾸고 싶은 적은 없었나요?
저로서는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1,2,3집 랩이 다 다르게 들리거든요. 그중 지금 랩이 가장 내추럴한 느낌인 것 같고요. 그런데 피드백은 지루하다는 이야기가 많았어요. 인정하는 부분도 있지만 랩은 이렇게 하면 되지 않나 라는 사상이에요. 아이돌 래퍼들도 랩 서커스하듯이 스킬을 잘 보여주는데 저는 하고 싶지 않아요. 비프리나 팔로알토 정도로, 라이밍하는 랩을 하고 싶어요.
「당산대형」이란 콘셉트는 어떻게 작업하게 된 건가요?
일단 작업실이 당산동에 있어서 떠오른 것 같아요.(웃음) 여러 가지 오마주를 넣었죠. 이소룡 영화, 소울스케이프 형, 완전 형님 앁(Shit)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인데 우리나라에 트랩이라는 사운드가 정착 되려면 약간 B급 느낌이 첨가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마약 얘기를 다룰 수 는 없잖아요. 또 사운드는 트랩인데 보여주고 싶었던 바이브는 우탱클랜이었죠. 그래서 소울스케이프 형께 스크래치도 부탁드리고 “트랩에 스크래치를 해달라니”라는 말도 들었어요.
중요한 건 아니지만 들을 때마다 궁금했던 것이 스킷입니다. 앨범을 전체적으로 끈끈하게 이어주는데요, 설정 하지 않고 녹음한 것인가요?
까발려보자면 다른 것들은 다 내추럴하게 녹음이 된 거고, 「낡은 신발」만 아니에요. 실제로 제가 택시를 자주 타는데 매번 듣는 질문이 “왜 머리 밀었어요? 스님이에요? 운동선수에요?” 그런 질문을 정말 많이 듣거든요. 그래서 그걸 녹음해야겠다. 마음먹고 1년간 녹음기 켜고 다녔는데 딱 그 질문이 끊겼어요!(전원 웃음) 택시 탈 때마다 괜히 목소리 톤도 다듬고 대사를 똑같이 치는데 요즘 기사님들은 말씀이 없으시더라고요. 마스터링하기 삼일 전까지 안 돼서 따로 아저씨 같은 목소리의 형을 섭외해서, 녹음했죠. 그동안 녹음했던 소스들과 이 형의 목소리를 섞은 게 결과물이고요. 나머지는 실제 녹음한 것들입니다.
「Bucket list」 끝 부분의 통화는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이었나요?
우탄이의 목소리인데... 우탄이가 새벽에 전화할 땐 항상 같은 내용이에요. 술 취해서 “형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런 오그라드는 건데 저는 놀리려고 녹음 버튼을 누르죠. 아마 그거 녹음한 날은 자기 앨범, < Zooreca > 낸 날이었을 거예요. 저희가 모여서 힙합플레이야 라디오도 나가고, 축하 술자리도 갖고 있던 도중에 로꼬의 싱글이 나와서 1위를 했어요. 그걸 보고 제가 속상했죠. 우탄이는 괜찮아했는데 우탄이가 열심히 만든걸 아니까... 물론 로꼬도 열심히 했겠지만 뭔가 씁쓸해서 집에 먼저 갔어요. 갔는데 전화가 온 걸 녹음한 거죠.
지금 잠깐 얘기가 나왔는데 < Zooreca >도 그렇고 VMC는 앨범 전체적인 흐름에 신경을 많이 쏟은 게 느껴집니다. 앨범을 한 번에 듣는 사람이 거의 없어지고 있음에도 흐름에 열의를 쏟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앨범을 정주행해달라고 하면서도, 간지러워요. 나도 그런 식으로 감상 안 하니까. 저한테는 형식미에요. 그리고 그렇게 듣지 않아도 감상법은 그거니까요. 또 이런 식이 아니라면 굳이 앨범의 형태로 만들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딥플로우 씨가 청자로 누렸던 쾌감을 본인도 선사하고 싶은 생각에서 앨범을 만든 것은 없나요?
당연히 있죠. 하지만 그렇게 듣지 않아온 어린 친구들에겐 강요할 수 없는 거죠. 그런데 켄드릭 라마가 그걸 납득시키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보여주면 설득력이 생긴다는 걸 알고 힘을 얻었어요.
래퍼로서 가장 큰 욕심은 무엇인가요?
제가 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구현하고 싶어요. 또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막연하게 장래희망이 있어요. 내 랩이 완성되었을 때, 내가 랩 마스터가 되었을 때 이런 느낌일거야. 라는 게 있어요. 어떻게 보면 잘 하고 싶은 욕망, “피쳐링 해줘” 했을 때 ‘내가 다 조져야지’ 이러한 욕심의 근원지일 거예요. 거기에 가까워지기 위해서 계속 하는 거 같아요. 죽을 때까지 없어지지는 않을 것 같은 제 원동력 같은 거죠.
포지션 적으로는 나중에 A&R이 되고 싶어요. 저는 래퍼로서 멋없는 나이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거 있어요. 솔직히 저는 제이지 새 앨범 기대 안 되거든요. 잘 하겠죠. 블록버스터 같은 거잖아요. 저는 차라리 제이 콜이나 켄드릭 듣겠다는 거예요. 여튼 그런 나이가 되면 그동안 쌓아둔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제가 생각하는 멋진 것들을 유지시키고 발전시키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똘배(석찬우)가 이런 걸 제대로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에요. 유입된 지 오래됐고, 상황도 알고 뮤지션도 이해해주고, 문화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죠.
레이블의 사장님으로서 가장 큰 욕심은 무엇인가요?
애들이 돈 벌면 저도 버는 거잖아요. 다들 돈 벌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각각 개인의 성취도 있겠지만, 상징적으로 비스메이저가 돈 버는 구조라면, 새로 생기는 레이블들도 승산이 생기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걸 보여주고 싶고,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하이라이트처럼 보이거든요. 정공법으로 정당한 성취를 얻고 있는 것 같아 멋져 보여요. 저희도 다른 이들도 그렇게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VMC가 음악에 비해 과소평가 받는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도 그렇게 느끼고 있어요. < 양화 > 앨범 내기 전까지만 해도 부당하다고 느끼는 편이었는데, 좋은 거 내면 이미지가 바뀌고 인정받지 않을까 라는 진리 같은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아직 많이 보여준 것도 적으니까요. 더 열심히 하고 멋있는 거 많이 보여주면 당연히 인정 받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쇼미더머니> 나가면 그 순간이 더 빨리 찾아올 것 같지만 저희는 그러지 않을 거고, 정공법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허클베리 피의 < 분신 >이나 그러한 공연 브랜드를 만드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희도 < 비스메이저 리그 >라는 이름으로 하고 있는데, 브랜드가 되기에는 모호한 거 같아요. 또 비스메이저 하면서 제 것도 계속 하다보니까 온전히 신경을 못 쓰기도 했고요. 앞으로는 온전히 비스메이저에 신경을 써서 공연 브랜드 제작이라든가, 친구들 앨범 콘셉트도 잡아 주고 해야죠.
< 양화 > 이후, VMC의 다음 스텝은 어떻게 되나요?
넉살의 앨범, < 작은 것들의 신 >이 나올 예정이에요. 10트랙이고 LP, EP 구분 없고요, 동명의 소설을 모티브로 만든 앨범이고, 메인 프로듀서도 따로 없어요. 제가 디렉팅해 준 정도, 6월 말 ~7월 초쯤이 목표예요. 또 여름에 TK 프로듀싱 앨범이 나올 거고요. 던 밀스, 우탄 다 작업하고 있는데, 던밀스가 속도가 빨라요. 지 혼자 “했어유~” 하면서 들려주는 앤데 제 계획에는 없고요.(웃음) 오디라는 친구도 중간에 미니 앨범을 낼 예정이에요.
딥플로우 기사에 꼭 달리는 댓글이 ‘진짜 힙합’입니다. 가장 청렴한 래퍼의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죠. 본인은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좋죠... 돈 주고 살 수 없는 이미지니까. 제가 하고 있는 음악에 그런 이미지가 있다고 느끼신다면 감사하죠. 그런데 최근에도 가사에 진짜 힙합이라는 단어를 담는데 당시 워드플레이일 수도 있고, 단순한 단어 선택일 수도 있는데, 요즘은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 같아 그런 단어가 민망해요. 하지만 로망이긴 하죠. 솔직히 우리가 토론을 할 때 진짜 “힙합이 뭐냐?” 라고 하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 있는 있지만 각자의 기준은 가슴 속에 있잖아요. 모호하게라도. 늘 하고 싶고, 티내고 싶은 게 입으로 말하지 않더라도 썸즈 업 할 수 있는 느낌. 말로 하는 게 아니고 그 느낌을 유도해 낼 수 있으면 성공한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에요. 내 입으로 내가 진짜 힙합이죠 라고 하기엔 민망해요. 그 실체가 없으니까.
이즘의 공식 질문이기도 한데요, 인생의 음반 3장을 꼽아주세요.
일단 일매틱 들어가고 음... (최근에 힙합 첫사랑이라면서 인스타그램에 몹딥 올리셨었죠. 넣어드릴까요?) 네 몹딥 < The Infamous >그리고... 그냥 클래식으로 가죠. < The Blueprint >, 정말 뻔하네요.(웃음)
인터뷰 : 황선업 전민석
사진 : 이한수
정리 : 전민석
2015/05 전민석(lego9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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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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