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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원문학상, 작가는 오직 작품으로 말한다

황순원 탄생 100주년, 황순원문학상으로 잇는 고집스런 작가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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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작가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이런 시점에서 무엇보다 황순원의 작가 정신과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01년 제정된 황순원문학상을 살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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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다운 작품을 쓰지 못할 바에는 오히려 안 쓰는 편이 낫다는 작가적 양심이 그저 쓰고 싶다는 욕심 앞에 제발 무릎을 꿇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작가의 의식은 언제나 깨어 있어야 한다. 무의식의 세계를 그릴 때에도 분명히 의식하고 있어야 한다”

 

1915년 태어난 소설가 황순원. 「소나기」의 인상이 워낙 강한 탓에 그저 작가를 ‘서정적인 작품을 쓴 작가’로 기억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결코 그것만은 아니다. 평생 엄격하고 깐깐하게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구축했던 황순원은 104편의 시와 112편의 소설을 남겼다. 황순원이 작품 활동을 하던 시기, 우리는 격동의 근현대사를 지난다. 일제 강점, 전쟁, 민족 분단, 개발 독재의 비극적 역사들을 말이다. 그 속에서 작가는 이 모든 격랑을 오롯이 겪어낸다. 도쿄에서 시집을 간행한 협의로 구류를 당하기도 했고, 일본어로 작품을 쓰라는 요구를 거절하고 낙향하기도 했으며, 해방 후에는 고향을 떠나 월남을 하게 된다. 창씨개명의 강압이 심하던 시절에 작품을 썼으면서도 작가는 일본어로 된 작품은 단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 60년이 넘는 오랜 작가 생활 동안 황순원은 변치 않는 철학으로 작품을 써냈는데, 그것은 “작가는 오직 작품으로 말한다”는 작가만의 고집이었다.


인간성에 대해 치열하게 탐구하면서도 황순원의 작품은 그야말로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품은 소설 미학의 극치를 보여준다. 황순원의 작품들은 “기독교도 불교도 유교도 아닌, 한민족의 정신 근저에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를 소설적 미학으로 추구한 작품들로 우리 소설이 거둔 높은 성과 중의 하나”( 『한국소설사』, 416) 라는 평을 받고 있다. 작가의 세련된 문체는 시, 단편 소설, 장편 소설을 썼던 황순원만이 구가할 수 있었던 드문 예술성의 경지인 것이다.

 

 

황순원문학상


올해는 작가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문학계는 황순원을 다시 기리는 다양한 시도들을 통해 황순원 탄생 100주년을 축하하며 그의 ‘작가 정신’을 되새기고 있다. 후배 작가들이 황순원 작가의 대표작 「소나기」를 오마주한 속편 형태의 작품을 선보이는 등 눈에 띄는 움직임들이 많다. 이런 시점에서 무엇보다 황순원의 작가 정신과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01년 제정된 황순원문학상을 살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황순원문학상은 소설가 황순원(1915~2000)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01년 <중앙일보>가 시부문의 미당문학상과 함께 제정한 문학상이다. 전년도 7월부터 수상년도 6월까지 발표된 모든 중, 단편 가운데 문학평론가와 소설가들이 10편씩 추천한 작품을 대상으로 세 차례의 심사를 거쳐 결정한다. 1년에 한 번, 9월에 시상하며 상금은 5,000만 원이다. <문예중앙>에서는 이렇게 결정된 수상작과 최종 예심에 오른 작품을 묶어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을 발간한다.

 

 

수상소감


2013년 「카레 온 더 보더」로 14회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하성란은 수상소감에서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쓴 제 소설은 중학교 때 읽은 황순원 선생님의 「소나기」와 정말 흡사했다. 심사평을 아직도 기억한다. ‘「소나기」와 흡사하나 앞으로의 가능성이 엿보인다’였다. 그 심사평에 기대 줄곧 소설을 썼다. 그러니 제 시작에 황순원 선생님이 계셨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하다”고 말했다.


2005년 5회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김훈에게도 황순원과의 추억이 있다. 김훈은 「언니의 폐경」으로 상을 수상하고, 수상소감을 통해 “나는 동네 의사의 글씨로 ‘황순원’ 이름 석 자가 적힌 빈 약봉투를 가져올 수 있었다. 나는 그 빈 약봉투를 선생님이 쓰신 소설책 갈피 속에 보관해오다가 이사통에 잃어버렸다. 선생님은 세상을 떠나시고, 그때의 젊은 기자가 늙어서 선생님의 이름으로 주는 상을 받게 되니 잃어버린 약봉투가 더욱 아깝다. 내 마음속에서, 그 약봉투는 글과 삶, 양쪽을 이어주는 지표처럼 남아 있다”며 황순원과의 추억을 기록했다.


특별한 축사가 눈에 띄는 것은 2006년 「명두」로 6회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한 구효서의 시상식장에서다. 작가와 20년 지기 친구인 소설가 이순원은 “우리가 처음 만난 것이 20년 전 바로 이 자리다. 똑같이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을 응모했고 최종심에서 두 작품이 다투다 구효서 씨가 당선되고 제가 떨어졌다. 원수도 이런 원수가 없다.”며 “인생의 오랜 길동무로서 원수 같기도 하고 스승 같기도 한 구효서가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돼 정말 행복하다”고 축하를 전한 것. 구효서는 수상 소감으로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20년 동안의 고달팠던 글쓰기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오랫동안 감회에 젖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황종연 평론가는 “위대한 소설의 근저에는 예외 없이 삶과 의미, 경험과 본질을 결합시키려는 열정이 있다”며 그런 작품으로 은희경의 「금성녀」를 꼽았다. 2014년 15회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다. 은희경은 “새 소설을 시작할 때마다 수십 번 해 본 일인데도 어쩜 이렇게 서툰지 매번 자신감을 잃는다. 하지만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 점이 나에게 질문을 만들고, 모색과 탐문의 동기를 주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살아봐도 모르겠고,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변해버리고, 그 의외성과 놀람과 두려움 덕분에 계속 소설을 쓸 수 있는 건 아닐까.”라고 말하며 수상소감을 밝혔다. 

 

 

역대 황순원문학상 수상자와 수상작품


▲ 제1회 2001년 박완서 「그리움을 위하여」
▲ 제2회 2002년 김원일 「손풍금」
▲ 제3회 2003년 방현석 「존재의 형식」
▲ 제4회 2004년 김영하 「오빠가 돌아왔다-보물선」
▲ 제5회 2005년 김훈 「언니의 폐경」
▲ 제6회 2006년 구효서 「명두」
▲ 제7회 2007년 김연수 「달로 간 코미디언」
▲ 제8회 2008년 수상자 없음
▲ 제9회 2009년 박민규 「근처」
▲ 제10회 2010년 이승우 「칼」
▲ 제11회 2011년 윤성희 「부메랑」
▲ 제12회 2012년 김인숙 「빈집」
▲ 제14회 2013년 하성란 「카레 온 더 보더」
▲ 제15회 2014년 은희경 「금성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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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녀은희경 등저 | 문예중앙
이번 황순원문학상은 2013년 하반기부터 2014년 상반기까지 문예지에 발표된 작품들을 대상으로 심사하였으며, 예심은 문학평론가 강경석, 권희철, 백지은, 이경재, 조연정이 맡았고, 본심은 문학평론가 황종연, 우찬제, 정홍수, 소설가 최윤, 김인숙이 맡았다. 본심에서의 치열한 논의 끝에 이번 제14회 수상작은 은희경의 「금성녀」로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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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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