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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과 운명의 차이

행하느냐 행하지 못하느냐는 능력이고, 도달하느냐 도달하지 못하느냐는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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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써 노력해도 안 될 것 같은 일이 있다. 노력해도 이루지 못할 일이라면 처음부터 포기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어디까지가 내가 책임져야 할 몫이고, 무엇이 내 능력 밖의 일일까? 이에 대해 성호 이익(1681~1763)은 능력과 운명의 차이라고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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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과 운명의 차이

행하느냐 행하지 못하느냐는 능력이고,
도달하느냐 도달하지 못하느냐는 운명이다.
行不行力也, 至不至命也
이익, 《성호선생전집》 49권 중 <중용질서서>

 

힘써 노력해도 안 될 것 같은 일이 있다. 노력해도 이루지 못할 일이라면 처음부터 포기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어디까지가 내가 책임져야 할 몫이고, 무엇이 내 능력 밖의 일일까? 이에 대해 성호 이익(1681~1763)은 능력과 운명의 차이라고 들려준다.


성호 이익은 조선 후기 새로운 사상적 흐름인 실학의 토대를 놓았으며, 그 사상적 깊이가 퍽 깊고 넓어 학파를 이룬 인물이다. 그는 실천을 중요하게 여겼고 배움에는 의문을 품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의문을 일으키지 않으면 앎이 알찬 것이 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는 옛 지식에 대해 아무런 의문도 내놓지 않는다면 남이 웃는 대로 따라 웃기만 할 뿐 자신의 생각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 주장했다.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서는 안 되며 모르고 지내는 것보다 따져서라도 밝히는 것이 옳다고 보았다. 평소에도 모르는 것은 반드시 묻고 끝까지 캐내려 하였으며 그러한 새로운 탐구 정신은 실학 정신으로 이어졌다.


이익은 항상 메모하는 습관을 갖고 있었다. 그는 질서疾書(이미지6)를 실천했다. 질서란 빨리 적는다는 뜻으로, 좋은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그때그때 메모를 해두는 것이다.


송나라 학자인 장재는 집 안 곳곳에 붓과 벼루를 놓아 두고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그때마다 곁에 있는 붓으로 메모했다고 한다. 심지어는 자리에 누웠다가도 벌떡 일어나 메모를 했다고 한다.


성호 역시 길을 가다가 혹은 글을 읽다가 새로운 깨달음이 있으면 곧바로 메모를 해두어 까먹지 않도록 했다. 경전인 사서를 읽으면서도 구절마다 새로운 생각을 얻으면 바로 메모하며 정리했다.


《중용질서》 머리말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천 리 길은 하루아침에 요행으로 가는 것이 아니고, 차츰차츰 나아가서 도달하는 것이다. 만일 길이 멀다고 해서 처음부터 포기한다면 끝내 도달할 수 없다. 그래서 《시경》에 “높은 산을 쳐다보며 큰 길을 걸어간다.”라고 했는데 공자는 이 시에 대해 “이 시를 쓴 사람이 인을 지향하는 정신이 이렇게 철저하였다. 도를 지향하여 가다가 도중에서 그만두는 경우가 있는데, 자기가 늙은 것도 잊어버리고 자기의 나이가 도에 이르기에 부족하다는 것도 몰라야 한다.”고 논평하였다.


세상에는 참으로 노력하여 올라가도 미치지 못하는 자가 있다. 그러나 나는 노력하지도 않으면서 능히 미치는 자를 보지 못했다. 그러므로 행하느냐 행하지 못하느냐 하는 것은 능력이고,


끝까지 도달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것은 운명이다. 운명에 대해서야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가? 다만 노력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노력할 뿐이다.

 

아무리 아등바등 애써도 끝내 성취할 수 없기도 하다. ‘언젠가는 되리라’는 믿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노력해 보지만 결국 현실 앞에 뜻을 이루지 못하기도 한다. 바라는 바를 성취하느냐, 성취하지 못하느냐는 각자에게 주어진 복이자 운명이다. 그러나 아예 해보지도 않으면서 이루는 일은 없다.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천 리 길은 하루아침에 저절로 이르는 것이 아니다. 천천히 걷다 보면 언젠가 도착하는 것이다. 길이 멀다고 처음부터 걷지도 않는다면 절대 도달할 수 없다.


힘써 노력하느냐 내버려 두느냐는 내 능력에 달린 일이다. 하늘의 뜻을 내가 어찌하겠는가? 다만 내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 곧 해야 할 일을 힘써 노력해 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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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공부벌레들의 좌우명박수밀,강병인 저 | 샘터
옛 지식인들의 삶을 이끈 한마디와 그 문장을 오롯이 드러내 주는 인생의 한 국면을 담은 책이다. 아침저녁으로 눈과 귀로 접하는 해와 달, 바람과 구름, 새와 짐승의 변화하는 모습에서부터 손님과 하인이 주고받는 자질구레한 말들에 이르기까지 일상의 모든 것에서 의미를 읽어내고 배우려고 노력했다. 그들은 공부를 통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한 것은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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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수밀

한양대학교에서 국문학을 공부하고 동 대학원에서 <연암 박지원의 문예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옛사람들의 문학에 나타난 심미적이고 실천적인 문제 의식을 오늘의 삶 속에서 다시 음미하고, 인문적 관점으로 재사유하는 데 천착해 왔다. 《알기 쉬운 한자 인문학》, 《연암 박지원의 글 짓는 법》, 《새기고 싶은 명문장》, 《18세기 지식인의 생각과 글쓰기 전략》, 《연암 산문집》, 《살아 있는 한자교과서》(공저) 등의 책을 썼다. 현재 한양대학교에서 고전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옛 공부벌레들의 좌우명

<박수밀>,<강병인> 저11,700원(10% + 5%)

옛 지식인들의 삶을 이끈 한마디와 그 문장을 오롯이 드러내 주는 인생의 한 국면을 담은 책이다. 저자가 동명의 주제로 월간 [샘터]에 3년간 연재한 글을 묶었다. 흔히 공부벌레란 공부밖에 모르고 세상물정에만 어두운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옛사람들에게 공부는 삶 그 자체이자 존재의 이유였다. 공부의 대상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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