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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동 덤앤더머,〈품질개선〉
연남동 덤앤더머,〈품질개선〉
차가운 그로테스크, 사이키델릭 음악을 하는 밴드 내 귀에 도청장치의 이면에는 따뜻한 포크음악으로 두근대는 심장이 있다.
차가운 그로테스크, 사이키델릭 음악을 하는 밴드 내 귀에 도청장치의 이면에는 따뜻한 포크음악으로 두근대는 심장이 있다. 제 심장의 소리를 거부할 수 없는 밴드 멤버들 중 홍대 근처 연남동에 거주하는 기타의 김태진과 베이스의 황의준은 스스로 “덤앤더머”로 분해 철저한 음악적 외도를 시도한다. 밴드의 신작은 「너랑 하고 싶다」라는 자극적 가사로 유명해진 데뷔작 < 우리는 날 것이다 > 보다 확실히 “품질개선”되었다.
작년에 출시된 매끈한 사운드의 내 귀에 도청장치 5집 < Cumulus >와는 다르게 컬트 영화한 장면을 보는듯한 b급 정서가 넘친다. 단순하고 서정적인 멜로디와 대척점으로 놓이는 역설적이리만큼 파격적인 주제와 가사는 그들의 지향점인 풍자와 해학을 잘 드러낸다. 첫 곡 「갈고리 타령」부터 교과서적 슬랩 패턴을 바탕으로 각설이 풍 유쾌한 포크 음악을 선보인다. 이어지는 버스커 버스커 풍 따뜻한 「오로라 공주」와 상승하는 분위기의 타이틀 「우리 이혼하자」를 듣는다면 앨범에서 드러나는 자신감이 허투루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베테랑답게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달달한 트윈폴리오의 「웨딩케이크」풍 노래뿐만 아니라 80년대의 젊음을 담은 「Good boy」의 디스코와 달리는 분위기의 「배째라」, 그로울링을 선보이는 「나를 음해하는 세력이 있어」로 대조되는 매력을 챙긴다. 평소에 설설 웃기만 하는 친구가 화내면 가장 무서운 것처럼, 밴드가 진지해질 때 가져오는 파급력은 상당한 편이다. 애틋한 사랑을 갈구하는 「애타는 남자」와 분위기를 반전하는 여성보컬의 「상실」이 가져오는 슬픔의 파장은 농밀하다.
여자친구의 어머니와 몇 살 차이가 나지 않는 「마흔 즈음에」 연남동을 하릴없이 어슬렁거리며 삶을 즐기는 듯한 덤앤더머가 한편으로 부러워진다. 저예산으로 만들었지만 30배가 넘는 수익을 낸 영화 < 덤앤더머 >의 주인공들처럼 현실에 움츠려들지 않고 용감하게 당당히 고개를 내민다.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워 사랑하는 누군가와 같이 걷고 싶어지는 연남동의 풍광이 떠오른다.
2015/05 이기찬(Geechan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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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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