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뮤지션 리그에 대한 고찰
포털 사이트 영역에 올라선 프로슈머 시장의 명과 암
음원 시장의 수익 구조를 바꾸어보고자 시작한 플랫폼 바이닐이 출범한지 얼마 안 되어 거대한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인 네이버 뮤직이 미묘하게 비슷한 서비스를 만들었다는 점은 무언가 꺼림칙한 뒷맛을 남긴다. 이는 그저 우연을 과대 해석한 기우일까 아니면 하나의 불편한 진실일까. 개인적으로는 전자이길 바란다.
음악팬들에게 있어서 네이버 뮤직은 독특한 면이 있었다. 음원을 제공하는 서비스 외에도 사이트 내외로 갖추고 있는 콘텐츠들 속에는 메이저나 거물급 음악가가 아닌 인디 뮤지션에게 초점이 맞추어진 기획들이 있었던 것이다. 매주 한 장의 앨범을 선정하는 이주의 발견에서 종종 발견되는 인디 음반들이나, 이미 4년의 발자취를 걸어오고 있는 온스테이지의 사례에서 이런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개설된 뮤지션 리그는 네이버 뮤직이 지속적으로 비인기 장르들에 취하고 있던 노선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해외의 프로슈머 플랫폼 밴드캠프(Bandcamp)
뮤지션 리그라는 포맷이 새로운 시도인 것은 아니다. 이미 해외에서는 밴드캠프(Bandcamp)나 사운드 클라우드(Soundcloud) 등의 사이트를 통해 소비자와 공급자의 영역을 허무는 프로슈머 시장의 전례가 있었다. 국내에서도 광범위한 영향력이 없었을 뿐 밀림 등의 매체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여기에 뮤지션 리그는 SNS의 성향까지 가미하면서 음악가가 직접적으로 소통하고 작업물을 공유하는 통로를 연 것이다. 최근 기존의 전철을 밟으며 뮤지션이 직접 음원을 공개하는 바이닐(Bainil)같은 사이트도 국내에서 생겨났다는 점을 볼 때 네이버 뮤직의 뮤지션 리그 출범이 난데없는 시도나 무리수로 보이진 않는다.
뮤지션 리그는 먼저 음악가들이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비디오나 오디오파일을 업로드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렇게 등록된 매체는 사람들에게 공개되어 '좋아요'와 같은 추천을 받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후 매달마다 추천수와 조회수 활동지수 등을 토대로 우수한 팀을 선정하는 베스트 리그를 진행할 예정도 있다. 아직 베타 테스트 중이지만 < 슈퍼스타 k >등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다. 오디션이라는 포맷을 다분히 인터넷과 인디라는 범위로 좁힌 인상인 것이다. 무엇보다 거의 500팀 가량의 뮤지션들이 참여를 하고 있는 등 호응에 있어서도 무시 못 할 성과를 거두고 있는 중이라 이런 성향이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네이버 뮤지션 리그에 참가한 인디 밴드 솔루션스
이전 < 슈퍼스타 k > < 탑밴드 >같은 TV 프로그램에서도 중견 음악가나 밴드들이 참가자로 출연하는 경우가 있었듯이 뮤지션 리그에서도 인지도 있는 인디 밴드의 참가가 눈에 띈다. 자신들의 연주 영상을 공개하면서 활동을 하는데 당연하게도 이들의 추천수는 다른 참가자들 보다 높은 편이다. 새로운 무명 참가자들과의 묘한 불평등을 상쇄해가는 과정은 뮤지션 리그의 숙제이자 나름의 재미가 될 것이다.
가장 기대할만한 점은 역시 네이버라는 사이트의 영향력에서 나온다. 음원 사이트라는 기능 외에도 네이버가 현재 우리나라에 공론장으로 역할 하는 부분이 그만큼 거대한 것이다. 무명의 위치에 서있던 음악가들이 스스로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직접적인 창구이기 때문에 뮤지션 리그가 자리를 잡는다면 이 노선을 통한 지속적인 신인 유입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TV등 대중매체가 심의나 흥행과 같은 매체 본래의 성격 때문에 뮤지션에게 변화를 강요할 수밖에 없는 반면, 이곳은 최소한의 개입을 약속으로 내걸은 만큼 작가의 본래 색을 보존한 상태로 활동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고 이 점 역시 뮤지션 리그만의 강점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다만 현재 우리나라 인디씬에 뮤지션 리그가 가져올 영향이 긍정적일지는 미지수이다. 무엇보다 이 플랫폼을 통해 등장할 신인들이 참신함 혹은 실험성과는 거리가 먼 음악가들이라면 그 여파는 더욱 치명적이다. 이미 500여개의 팀이 각자의 계정을 만든 이 상황에서 대중은 개인의 기호 혹은 인기에 따라서 콘텐츠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마이 메뉴를 따로 개설한 것이나, 음악이나 음악가를 추천수에 따라 나열해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는 피할 수 없는 귀결이다.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생리라고 하더라도 지금 현재 뮤지션 리그를 차지하는 대다수의 장르는 포크 싱어송라이터나 버스킹 계열의 음악 혹은 일렉트로니카다.
참여자 개인에게는 인지도를 높일 기회일수도 있겠지만 불균형하게 성장하고 있는 인디씬의 입장에서는 이미 포화한 분야에 더 많은 용질만 투여할 뿐이다. 아이돌 음악으로 대표되는 대중음악에 대한 회의 때문인지 상대적으로 현재 인디 음악에는 과한 찬사나 과대평가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빛의 뒤편에 여전히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재즈 혹은 월드 뮤직과 같은 비주류 장르들 역시 존재한다. 인디씬에 대한 대중의 다소 과장된 인식과 그 와중에도 더 주목받지 못하는 그림자들 사이의 미묘한 격차는 현재의 뮤지션 리그가 가진 규칙만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이다.
네이버 뮤지션 리그 참가자(민키)의 영상
언더그라운드의 많은 음악인들이 공간의 부재를 호소한다. 소통의 통로가 새로이 열리며 일시적 갈증의 해소는 기대할 수 있겠으나 결국에는 그 나물에 그 밥처럼 유야무야 할 수도 있다. 인디 음악도 대중의 지지를 필요로 하는 만큼 인기 역시 중요한 측도이다. 하지만 인디 음악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만 모든 것을 걸어서 좋은 호응을 일으킬 수는 없다. 메이저와 차별을 가지는 독립성에서 빛을 발해야 하는 인디씬의 특성을 인기의 생리로 밀어 넣는 과정은 한계를 맞닥뜨릴 가능성이 많다.
< 탑밴드 >나 < 밴드의 시대 >같은 프로그램들이 가진 문제도 어느 정도 상기한 질문들과 비슷한 맥락에 있었다. 뮤지션 리그가 그저 그런 인기투표의 범주를 벗어나 비주류 장르에도 시선을 돌리고 신인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는 프로슈머 공동체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 또한 이 지점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장르별 추천을 따로 개설하거나 앨범을 낸 경험이 없는 가수들을 전면에 노출시키는 등 어느 정도의 인위적인 개입이 필요할 수도 있다. 뮤지션 리그 옆에 붙은 베타라는 표지가 떨어져나간 이후의 모습은 어떨지 새삼 기대가 된다.
사소한 사족을 붙이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음원 시장의 수익 구조를 바꾸어보고자 시작한 플랫폼 바이닐이 출범한지 얼마 안 되어 거대한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인 네이버 뮤직이 미묘하게 비슷한 서비스를 만들었다는 점은 무언가 꺼림칙한 뒷맛을 남긴다. 이는 그저 우연을 과대 해석한 기우일까 아니면 하나의 불편한 진실일까. 개인적으로는 전자이길 바란다.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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