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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까다로운 게 나 때문인 것 같아 괴로워요

엄마 탓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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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 살다보면 모든 것이 내 탓처럼 여겨질 때가 참 많다. 그럴 때에는 쿨하게 때론 뻔뻔하게 내 탓과 남 탓을 융통성 있게 구분하자. 어찌 보면 그것은 엄마로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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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기질 때문에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엄마

 

4세 여자 아이 수진이 엄마는 요즘 짜증이 극에 달했다. 아이 때문에 너무 힘들 때엔 아이를 베란다에 던져버리고 싶다고 말하던 베프의 이야기가 자신의 이야기가 될 줄은 몰랐다. 신생아 때부터 다른 아이보다 잘 자고 잘 먹고 무럭무럭 자랐기 때문에 아이를 키운다는 게 남들처럼 그렇게 힘들지 않게 여겨졌다. 교만했던 탓일까? 아이가 돌이 지나고 두 돌이 다가오는 시점부터 성격이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자기 고집대로 되지 않으면 그 자리에 누워서 소리 지르며 우는 행동을 자그마치 한 시간 동안 지속하곤 했다. 밥은 먹지 않고 과자나 주스만 달라고 떼를 쓰는가 하면 밤에 자다가도 자주 징징대곤 했다. 귀도 예민한 건지 자동차 소리만 나면 정색을 하며 안아달라고 울곤 했다. 얼마 전, 아이를 키우는 친구들과 키즈 카페에서 오랜만에 모였는데 다른 또래 아이들처럼 여기저기 다니며 혼자 놀지 못하고, 무섭다며 엄마 보고 같이 놀자고 떼를 써서 모처럼 만들어진 자리에서 아이만 졸졸 따라다녀야만 했다. 그 모습을 본 한 친구가 수진이가 다른 아이들과 좀 다른 것 같다며 전문가를 한번 찾아가 보는 게 어떻겠냐는 식으로 말해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순한 기질로 태어난 우리 아이를 내가 잘못 키워서 이렇게 까다롭고 예민한 아이로 만들었나 생각하니 죄책감까지 들었다. 또 한편으로는 외모도 남편을 빼닮은 우리 딸이 결국은 성격도 아빠를 닮고 태어났고, 이제야 그런 점들이 드러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아이가 까다로운 건 기질과 양육 방식 사이


육아 상담을 할 때에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아이가 여러 가지 불안정해 보이는 행동을 하는 것이 기질 때문인지 양육 방식 때문인지 하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 질문을 하는 엄마들은 그나마 아이와 관련된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시도를 한다는 점에서 이미 훌륭한 엄마일 가능성이 크다. 소위 육아 전문가들에 의해 아이에게 문제가 있으면 그것은 부모 탓이라는 통념이 확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문제는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기질은 개인의 행동 특성을 결정하는 기본 행동양식 중에서 생후 초기부터 나타나는 개인차를 일컫는다. 쉽게 말해 타고난 것이기 때문에 ‘왜 이렇게 행동하느냐’가 아니라 그저 ‘어떻게 행동하느냐’만 말할 수 있는 방식이다. 여러 가지 환경에 대해 예측된 방식으로 반응하는 개인의 어떤 성향이 기질이란 것이기 때문에 성격 형성 및 정서적?행동적 특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맞다. 아동발달 및 유전학 분야에서 최근 발견한 사실을 보면 아이들의 행동 방식의 절반 정도는 부모의 양육 방식 및 양육 환경과 별 관련이 없고 DNA의 지시와 더 관련 있다고도 한다. 그렇다면 기질적인 부분은 그렇게 타고나서 어쩔 수 없으니 그냥 받아들여야 할까?


 

아이의 기질이 엄마의 양육 방식에 영향을 준다


기질의 영향이 어느 정도를 차지하든 사실 그리 중요하진 않다. 그렇다고 체념하듯 담담히 받아들이는 것으로 그치는 것도 아이를 키우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기질이 엄마 된 나의 양육 태도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인식하는 것이다. 행동유전학자들이 ‘부모 자녀 효과’라고 부르는 개념이 이를 뒷받침한다. 한 예로, 공격적인 기질을 타고난 아이의 엄마는 역시 아이에게 공격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또한 활동성이 높은 기질의 아이는 언제나 에너지가 넘쳐서 엄마의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할 가능성이 더 높다. 까다로운 기질로 타고난 아이가 끊임없이 울 때에 엄마는 화를 내게 되면서 동시에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엄마는 아이의 행동을 수용하기보다는 제한하게 되고, 아이는 위축되거나 반대로 거부하는 행동을 하게 된다. 이러한 엄마와 아이의 상호적 패턴이 자주 반복되면서 아이를 통제하기가 어려워지면 엄마는 심리적 갈등을 자주 느끼고 양육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아이가 까다로우면 엄마도 까다로워진다


대표적인 기질 관련 연구를 보면 기질을 파악할 때 활동 수준, 규칙성, 접근-회피성, 적응성, 반응성, 반응 강도, 기분 상태, 주의 전환성, 집중력과 지속성 등 9가지 하위 범주로 나누곤 한다. 이 중 불규칙성, 잦은 부정적 정서, 낮은 적응성, 새로운 자극에 대한 강렬하면서 회피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을 까다로운 기질이라고 한다. 이러한 까다로운 기질을 타고나는 아이는 10명 중 1명꼴이다. 이러한 기질을 타고난 아이들은 행동 문제가 많고 불안이나 공격성 같은 행동 문제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까다로운 기질을 타고난 아이의 엄마는 아이의 요구에 덜 반응적이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하게 되며 더 통제적이며 아이와 상호작용하는 시간 자체도 적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그렇게 되면 아이는 애정적인 양육을 적게 받고 애착이나 정서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더구나 이러한 까다로운 기질은 성인기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와는 반대로 까다로운 기질의 아이 엄마가 더 애정적이고 열중해서 아이를 돌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상황을 더 열정적인 에너지로 극복하기엔 그저 평범한 엄마로 살기에도 참 버거운 엄마로선 쉬운 일이 아니다.


 

엄마 탓 하지 말자


이렇듯 아이가 까다로운 기질을 타고나면 이상적인 양육 행동을 하기가 힘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므로 아이의 기질로 인한 현상을 잘못된 양육 방식의 결과로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괜히 엄마 탓 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가끔 만날 뿐인 주위 사람들이 아이를 보며 하는 평가들을 때론 자신의 잘못으로 여길 것이다. 특히 아이에 대한 시어머니의 부정적인 한마디는 가슴을 후벼 파기까지 한다. 그러한 죄책감은 그 사람에 대한 분노로까지 이어져 관계까지 어렵게 만들기도 하니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이럴 때엔 한 귀로 듣고 두 귀로 흘려보내는 센스가 필요하다.


당신을 힘들게 한 그 아이가 잘 자고 잘 먹으며 혼자서도 잘 노는 순한 아이로 태어났다면 지금보다 아이를 훨씬 더 안정된 마음으로 잘 키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엄마인 당신은 아이에게 덜 신경 썼을 것이고 아이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볼 일이 없어 오히려 아이의 요구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위니콧도 순한 아이가 부모 입장에서는 키우기 수월하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비극적인 인생의 출발이 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기질과 양육 방식을 제외하더라도 아이의 행동 양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참 많다. 아빠, 어린이집 선생님, 아이 돌보는 분, 친정엄마, 시어머니 등 아이와 함께하는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엄마로 살다보면 모든 것이 내 탓처럼 여겨질 때가 참 많다. 그럴 때에는 쿨하게 때론 뻔뻔하게 내 탓과 남 탓을 융통성 있게 구분하자. 어찌 보면 그것은 엄마로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능력이다.

 

* 이 글은 『엄마만 느끼는 육아 감정』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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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만 느끼는 육.아.감.정.정우열 저 | 팬덤북스
저자는 엄마들이 힘들어 하는 고민을 사례로 제시해, 그 감정에 대해 심리적으로 알려주면서 충분히 인지하게 하고, 왜 육아하면서 그런 감정이 들 수밖에 없는지 분석하고, 그 감정의 이면에 숨어 있는 진짜 감정에 대해서 알려준다. 그리고 그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간단한 솔루션을 제공해 엄마들이 육아하면서 느끼는 감정에 조금 유연해지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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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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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우열

‘육아빠’라는 닉네임으로 엄마들 사이에 잘 알려진 파워블로거. 한양대학교 의학과를 졸업했고, 육아 전문지 <베스트베이비>, <베이비뉴스>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했으며, 현대-신세계-롯데백화점 문화센터 및 육아지원센터 강사이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정회원, 부부가족치료연구회 회원, 한국강사협회 정회원이기도 하다. 저자는 주 양육자가 되어 엄마로서의 삶을 살면서, 엄마로 사는 것이 얼마나 외롭고 힘든 일인지 알게 되었다. 엄마로 살면서 느낄 수밖에 없는 복잡한 감정들을 경험하고 난 뒤, 엄마들이 유독 힘들어하는 감정에 집중하면서 이 책을 집필하였다. 그동안 엄마들이 숨기고 싶어 했던 감정, 억압했던 감정을 발견할 수 있도록 이끌어, 육아하는 엄마의 삶이 좀 더 행복해지고 수월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EBS <육아를 부탁해>,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KBS <굿모닝 대한민국>, KBS <아침마당>, KBS <엄마의 탄생>, KBS , SBS <좋은 아침>, SBS <생활의 달인-육아의 달인>, SBS <오! 마이 베이비>, SBS <모닝와이드>, MBC <컬투의 베란다쇼>, MBC <굿모닝 FM 전현무입니다> 등에 출연했다. 최근엔 SBS <한밤의 TV 연예>,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JTBC <속사정 쌀롱> 등에 출연해 엄마 심리뿐 아니라 일반인들을 위한 재미있는 심리 분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외에도 다수의 TV, 라디오, 신문, 잡지 등에서 활동했으며, 저서로는 《아빠가 나서면 아이가 다르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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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그리고 35개월, 17개월 두 아이의 주양육자이면서 ‘육아빠’로 유명한 파워블로거인 정우열 원장은 힘들고 외롭기까지 한 엄마의 삶을 직접 경험하며 엄마로 살면서 느끼는 복잡한 감정들, 특히 엄마들이 유독 힘들어하는 불편한 감정에 집중한다. 정 원장은 심리 상담을 통해 만난 많은 엄마들,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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