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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서 울고 싶어도 눈물이 나지 않아 괴로워요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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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울고 싶을 때에 울어야 한다. 그게 심리적으로 건강한 아이이다. 그리고 엄마도 울고 싶으면 울어야 한다. 그게 울고 싶어도 못 우는 엄마보다 심리적으로 건강한 엄마이다. 분노 조절이 잘 되지 않을 때, 감정적으로 힘이 들 때 시원하게 마음껏 울자. 엄마니까 그래도 된다.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는 엄마


진료실에 어두운 표정의 수정 씨가 들어왔다. 분노 조절이 되지 않아 병원을 찾은 수정 씨는 대기업에 다니는 커리어우먼으로 살다가 출산 후 휴직 생활을 하며 오히려 직장생활을 하던 때보다 안정된 마음으로 아이를 잘 키웠다. 그런데 아이가 돌 무렵이 되자 분노의 감정을 많이 느끼게 되었다. 한 1년 키웠으니 슬슬 복직을 준비해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순했던 아이가 떼를 부릴 때가 많아지고 그런 아이를 컨트롤하다보면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부터이다. 잘 타일러도 말을 듣지 않으면 급기야 소리를 지르고, 놀란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이러면 안 되겠다는 마음으로 겨우 진정하고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더 열심히 아이와 놀아주었다. 또 반복되는 아이의 행동에 실망하고 마음이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느낌을 수없이 받았다. 너무 힘들어 울컥할 때조차 아이 앞에서 우는 것은 엄마의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에 운다는 것은 감히 상상도 못했다. 아이와 잠시 떨어져 휴식을 취하면 나아지겠지 하는 생각에, 아이를 친정엄마에게 맡기고 혼자 집에서 쉬며 감동적인 가족영화를 보았다. 그런데 예전에 영화를 보던 때와는 달리 눈물 한 방울 나오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후기를 읽어보면 많은 이들이 이 영화는 눈물 없이 볼 순 없었다고 하는데, 나는 왜 눈물이 나지 않을까? 평소 눈물이 없는 성격도 아닌데 울고 싶은데 울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수정 씨는 육아하면서 감정이 메마른 것일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눈물을 참느라 감정까지 억제한 엄마들

 

이야기를 듣다가 이 부분에서 개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정 씨는 감정이 메말라버린 게 아니라 감정을 억누른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엄마니까 울면 안 되는 게 아니라 엄마니까 울어도 된다고 했다. 아이 앞에서 우는 것보다는 아이가 없을 때 우는 게 엄마 마음이 편하겠지만 혼자만의 시간에도 눈물이 나지 않을 정도로 그동안 울지 못했다면 차라리 아이 앞에서라도 우는 게 낫다고 했다. 엄마가 우는 건 당연하다고, 육아하면서 나도 매일 울었던 시기도 있었다고 말해주었다. 그제야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 수정 씨는 한동안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엄마는 울면 안 된다는 자신을 옭아매던 생각을 내려놓아서인지 표정이 많이 편안해졌다. 물론 모든 문제가 한번에 해결된 건 아니었지만 눈물을 억제하느라 감정까지 억제했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만으로 문제의 해결은 반이나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문제는 눈물을 흘리고 싶을 때 흘리지 못하는 것


난 어릴 적부터 울보였다. 감정적으로 조금만 격해질 일만 생기면 바로바로 울었던 기억이 꽤 많다. 자라면서 슬프거나 화나는 일을 겪거나 감동적인 영화를 볼 때에 쉽게 눈물을 흘려 수치심을 느끼면서도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정신과의사가 되고 나서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생각이 바뀌었다. 우울증을 온몸으로 겪고 있으면서도 우울하다는 자신의 감정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수많은 내담자들을 겪으며,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잘 우는 것이 아니라 눈물을 흘리지 못하는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다. 눈물을 잘 흘리지 않는 사람은 감정을 잘 조절한다기보다는 감정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에 가깝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흔한 것은 어려서부터 자신의 감정을 부모로부터 공감받지 못하거나, 강압적인 분위기 가운데 눈물을 흘리면 안 되는 상황을 여러 번 겪은 경우이다. 나도 만약 내가 울 때마다 전적으로 공감해주는 어머니가 없었다면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감정적인 눈물


눈물은 의학적으로 ‘누액’이라고 명명하고 이는 ‘눈알의 표면 및 결막낭에서 분비되는 무색의 투명한 액체’로 정의된다. 물이 98.5퍼센트를 차지하며, 염분과 단백질 무기질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눈물에는 카테콜라민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바로 이 스트레스 호르몬을 몸 밖으로 배출해내는 매개체가 바로 눈물이다. 한마디로 눈물은 스트레스로부터 몸을 지키려는 방어기제이다. 그 외에도 눈물을 흘리면 혈액순환이 원활해지며 림프 순환도 촉진되어 면역력이 높아진다. 기분 좋을 때 생성되는 엔도르핀, 진통효과가 몰핀의 300배나 강한 엔케팔린, 우울증 치료제로 쓰이는 세로토닌 등 유익한 호르몬 분비도 늘어난다.


미국의 생화학자 빌 프레이는 눈물을 3종류로 나누었다. 지속적인 눈물, 자극에 의한 눈물, 감정적인 눈물이 그것이다. 지속적인 눈물은 눈동자 표면을 촉촉하게 해주는 윤활유이고 여러 가지 외부의 병균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자극에 의한 눈물은 눈에 자극을 주는 물질을 희석시켜 눈의 손상을 예방한다. 그런데 세 번째 종류인 감정적인 눈물은 지속적인 눈물이나 자극에 의한 눈물과는 다른 뇌 구조의 통제를 받는다. 한 예로, 뇌신경이나 눈이 마비되어 지속적인 눈물과 자극적인 눈물을 흘릴 수는 없어도 여전히 감정적인 눈물은 흘릴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눈을 자극하면 눈물이 흘러도 감정 상태에 따른 눈물은 말라버린 듯 느껴질 수 있다.

 

 

눈물은 셀프 힐링 도구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난 뒤, 육아빠로서 보통 남자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면서 나는 눈물과 더 친해졌다. 하루 종일 집에서 아이와만 있다보니 친구들도 만나지 못하고 육아하며 받는 스트레스를 말로 다 풀어내지도 못해 외롭기까지 해서 눈물을 흘렸던 적이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밤새 아이가 잘 자지 않았던 날인데 다음 날이 되어도 아무렇지 않게 육아 일상을 똑같이 해야 하는 원망의 눈물이었던 것 같다. 아이가 돌이 지나고 자연스럽게 떼가 늘어나면서 머리로는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면서도 감정적으로는 그 상황에 대한 분노 때문에 혼자 눈물을 흘렸던 적도 있다. 하지만 짧은 순간이나마 눈물을 마음껏 흘리고 나면 감정적인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되고, 그것이 하나의 기분전환 방법이 되어 이전과 다른 감정 상태에 다다를 수 있었다. 언제부턴가 나는 이런 식으로 감정을 다스리며 반복되는 육아 일상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있기도 하다.


한 실험에 따르면 감정이 고조되어 눈물이 터져 나오는 순간까지 뇌파는 요동하고 심장박동도 빨라지다가, 눈물을 흘리는 동안엔 안정 상태를 보인다고 한다. 또한 일본 도호대 아리타 히데오 교수는 목 놓아 우는 것은 뇌를 다시 한 번 리셋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실컷 울고 나면 오히려 그 감정 상태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었던 경험을 대부분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다이애나 이펙트’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영국 왕세자비 다이애나가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했을 때, 영국은 큰 슬픔에 빠졌고 영국 전체가 흐느꼈다. 이 일이 있은 후 우울증에 빠진 사람이 많았을 것 같지만 오히려 영국 심리상담소에 상담받으러 가는 사람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슬픔의 눈물을 장기간 흘리면서 스트레스가 풀렸고 정서적으로 안정이 된 것이다. 이처럼 눈물은 훌륭한 셀프 힐링의 도구이다.

 

 

엄마니까 마음껏 울자


암 전문의인 이병욱 박사는 소위 ‘눈물 예찬론자’인데, 암 환자 분들이 고통스러운 감정을 쏟아놓으며 마음껏 울게 한다. 많이 울고 크게 우는 환자가 회복과 치유가 빠른 것을 수없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웃음치료도 좋지만 그보다는 눈물치료가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암 전문의로서 고치기 어려운 환자는 말기 암 환자가 아니라 감정이 말라버린 환자라고 했다.


정신과에 내원하는 분들도 마찬가지이다. 첫 내원 시 자신의 이야기를 죽 늘어놓으며 눈물을 한껏 흘리고 돌아가는 내담자가 있다면 앞으로 치료 효과가 좋다는 것을 대부분의 정신과의사들은 소위 감으로 안다. 의사 앞에서 크게 울고 나면 앞으로도 의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우울증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치료하기에 가장 어려운 타입 중 하나는 자신의 감정을 부인하거나 눈물을 흘릴 정도의 감정 상태까지 가지 못하는 내담자이다. 엄마들은 10개월 동안 배속에서 키운 자신의 아이가 세상으로 나와 처음으로 우는 소리를 들었던 순간을 기억한다. 그때 아무도 갓난아이가 울지 않게 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아이가 우는 것은 그것 자체로 참 소중한 감정 표현 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다보면 점점 아이가 우는 게 견디기 힘들어지기도 하고, 아이가 우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연말마다 아이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울면 안 돼”라는 캐럴도 아이가 울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주지 않는다는 식으로 아이의 순수한 감정 표현을 억압하고 있는지 모른다. 더구나 우는 아이는 착한 아이가 아니고 나쁜 아이라는 식으로 잘못된 주입을 시키기까지 한다.


사실 이 캐럴은 우는 아이뿐 아니라, 그 노래를 함께 부르는 엄마의 눈물도 마르게 하고 있다. 그리고 엄마가 우는 것은 착한 엄마가 아니라 나쁜 엄마라는 생각까지 하게 만든다. 마치 엄마가 울면 아이에게 무슨 문제가 생길 것처럼 여기는 것이다.


아이는 울고 싶을 때에 울어야 한다. 그게 심리적으로 건강한 아이이다. 그리고 엄마도 울고 싶으면 울어야 한다. 그게 울고 싶어도 못 우는 엄마보다 심리적으로 건강한 엄마이다. 분노 조절이 잘 되지 않을 때, 감정적으로 힘이 들 때 시원하게 마음껏 울자. 엄마니까 그래도 된다.

 

* 이 글은 『엄마만 느끼는 육아 감정』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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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만 느끼는 육.아.감.정.정우열 저 | 팬덤북스
저자는 엄마들이 힘들어 하는 고민을 사례로 제시해, 그 감정에 대해 심리적으로 알려주면서 충분히 인지하게 하고, 왜 육아하면서 그런 감정이 들 수밖에 없는지 분석하고, 그 감정의 이면에 숨어 있는 진짜 감정에 대해서 알려준다. 그리고 그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간단한 솔루션을 제공해 엄마들이 육아하면서 느끼는 감정에 조금 유연해지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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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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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우열

‘육아빠’라는 닉네임으로 엄마들 사이에 잘 알려진 파워블로거. 한양대학교 의학과를 졸업했고, 육아 전문지 <베스트베이비>, <베이비뉴스>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했으며, 현대-신세계-롯데백화점 문화센터 및 육아지원센터 강사이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정회원, 부부가족치료연구회 회원, 한국강사협회 정회원이기도 하다. 저자는 주 양육자가 되어 엄마로서의 삶을 살면서, 엄마로 사는 것이 얼마나 외롭고 힘든 일인지 알게 되었다. 엄마로 살면서 느낄 수밖에 없는 복잡한 감정들을 경험하고 난 뒤, 엄마들이 유독 힘들어하는 감정에 집중하면서 이 책을 집필하였다. 그동안 엄마들이 숨기고 싶어 했던 감정, 억압했던 감정을 발견할 수 있도록 이끌어, 육아하는 엄마의 삶이 좀 더 행복해지고 수월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EBS <육아를 부탁해>,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KBS <굿모닝 대한민국>, KBS <아침마당>, KBS <엄마의 탄생>, KBS , SBS <좋은 아침>, SBS <생활의 달인-육아의 달인>, SBS <오! 마이 베이비>, SBS <모닝와이드>, MBC <컬투의 베란다쇼>, MBC <굿모닝 FM 전현무입니다> 등에 출연했다. 최근엔 SBS <한밤의 TV 연예>,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JTBC <속사정 쌀롱> 등에 출연해 엄마 심리뿐 아니라 일반인들을 위한 재미있는 심리 분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외에도 다수의 TV, 라디오, 신문, 잡지 등에서 활동했으며, 저서로는 《아빠가 나서면 아이가 다르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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