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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산책길에 함께하는 간식

이탈리아 젤라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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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팔리는 반 이상의 젤라또는 매장의 뒤편에 있는 작은 주방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젤라또 공장이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이탈리아 사람들은 홈 메이드 혹은 수제 음식의 열렬한 팬이다.

유럽인들 사이에서 가장 높이 평가되는 유럽 국가는 앞선 사고를 사진 스웨덴이나 네덜란드 같은 나라들이다. 실용적이면서도 자유로운 사고를 가진 그들 국가에서는 평등주의에 입각한 사회 정책이나 환경을 지키려는 노력들이 매우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이런 것들과는 아주 거리가 먼 나라이다. 사실 이탈리아 사람들보다 보수적인 사람들을 상상하기는 힘들다. 반면 이탈리아 사람들은 모든 것, 심지어는 그들의 보수적인 정치성향에 대해서도 너무나 열정적으로 표현을 잘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유럽 사람들은 그들의 독특함에 빠져드는 것 같다. 이탈리아 사람들과 어울려보면 그들이 얼마나 재미있는 사람들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팔리는 반 이상의 젤라또는 매장의 뒤편에 있는 작은 주방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젤라또 공장이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이탈리아 사람들은 홈 메이드 혹은 수제 음식의 열렬한 팬이다.


그들의 이런 고집스러움은 음식 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소식이다. 젤라또의 열풍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쯤 차가운 공기를 이용한 냉동고가 상용화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제 이탈리아의 거의 모든 마을에는 최소 하나 이상의 젤라또 맛집이 생겨날 정도로 발전하였다. 수많은 작은 젤라또 상점들과 손수레들은 이제 3대를 이어온 가업이 되었고, 이들은 수십 년 동안 대를 이어가며 같은 가족들에게 젤라또를 팔고 있다.


젤라또를 ‘이탈리안 아이스크림’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만약 이탈리아 사람들의 얼굴이 분노로 빨갛게 달아오르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면, 그리고 분노의 침 세례를 피하고 싶다면 이탈리아 사람들 앞에서는 절대로 그런 내색을 해서는 안 된다.


해외여행 중에 한국 사람들이 중국인으로 오해받는 것을 싫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탈리아 사람들 역시 그들의 소중한 젤라또가 아이스크림으로 오해받는 것을 큰 모욕으로 받아들인다. 젤라또는 기존의 냉동 시스템이 아닌 팬으로 차가운 공기를 끊임없이 불어넣어주는 방식의 기계에서 만들어지고 보관되는데, 이러한 차이점은 젤라또의 식감을 훨씬 더 가볍고 부드럽게 해준다. 젤라또에 들어 있는 수만 개의 작은 공기 분자들 때문에, 젤라또는 시각적으로도 미각적으로도 아이스크림보다 훨씬 가볍게 느껴진다. 또한 젤라또는 아이스크림보다 훨씬 높은 온도에서 보관이 되기 때문에 뜨거운 이탈리아의 태양 아래서는 셔츠에 얼룩을 만들고 싶지 않다면 빨리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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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이탈리아 사람들이 젤라또라는 특별한 간식을 맛보는 때는 주로 일요일 오후다. 일요일은 이탈리아 사람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날이다. 유럽의 모든 가정이 그러하듯, 일요일은 사실상 일종의 가정의 날과도 같다. 지금보다 독실한 신앙심을 가지고 있던 시절에는, 일요일이 되면 모든 식구들은 일명 선데이 베스트(Sunday best)라고 부르는 나름 가장 괜찮은 옷을 꺼내 입고 그 동네의 교회로 가서 미사를 드리고 성체를 모셨다.


로만 가톨릭의 중심지인 이탈리아 사람들은 아직도 매우 신앙심이 두텁다. 지금도 많은 가정이 일요일에 교회를 나가는 것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일요일을 식구들과 함께 보내는 풍습은 남아 있다. 평범한 이탈리아 주부들에게는 일요일은 맘껏 차려 입을 수 유일한 이유이자 기회가 된다. 그리고 그녀들이 이러한 절호의 찬스를 결코 그냥 넘기는 일은 없다. 자식들까지도 최대한 말쑥하고 근사하게 차려 입혀서 교회로 데려간다. 그러나 식구들이 교회에서 돌아온 후에는 먹을 것을 기다리는 배고픈 입들을 해결해야 한다.


다른 지중해 지역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탈리아 사람들 또한 가족들과 몇 시간에 걸쳐 식사를 한다. 그들은 열심히 배를 채우는 동안, 정치, 철학 그리고 일반적인 가십거리까지 모든 주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핏대를 세우며 열띤 논쟁을 벌인다. 사실 수다가 펼쳐지는 식탁에서는 음식을 준비하던 부엌보다 더 뜨거운 열기가 느껴진다. 교회를 다녀온 후, 한자리에 앉아서 기나긴 식사를 마친 식구들은, 그제야 밖으로 나가서 동네 한 바퀴를 돌며 늦은 오후의 부드러운 햇살을 즐기는 것이다.


이 산보는 이탈리아의 중년 주부들에게는 일주일의 하이라이트와도 같은 순간이다. 교회에 다녀왔다는 이유로, 제일 좋은 옷을 걸치고 말쑥하게 차려 입힌 자식들을 데리고 마을의 중심가를 걸으며 느리고 긴 산책에 나서는 이때가 바로 구찌, 프라다, 펜디 매장의 선반에만 얹혀 있던 핸드백들이 숨을 쉴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만약 나이 든 이탈리아 여성들이 우아해 보이고 싶을 때, 어떤 차림을 하는지가 궁금하다면, 일요일 오후 해가 뉘엿뉘엿 저물기 시작할 때 마을 광장으로 나가보라.


이것이 진정한 패션 워크(fashion walk)이다. 거리로 나온 모든 여성들은 서로의 옷차림에 시선을 고정한다. 누가 어떤 백을 들었는지, 누구의 립스틱 색상이 제일 예쁜지, 누구의 모피코트가 가장 비싸 보이는지- 오직 이런 것들만이 일요일 오후의 패션 워크에서 묻고 대답할 가치가 있는 질문이다.

 

하지만, 이 여인들의 자식과 손자들에게 이 산보는 무척이나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일 것이다. 바로 이때가 젤라또가 등장해야 하는 순간이다. 아이들한테 차갑고 달콤한 것보다 더 큰 뇌물이 없다는 것은 세상의 어느 부모라도 알 것이다. 만약 이 지루한 산보에 주세페 아저씨가 만든 상큼하고 시원한 젤라또가 보장된다면, 누구에게나 조금쯤 수월한 산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바나나와 쿠스쿠스』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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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와 쿠스쿠스 : 요리하는 철학자 팀 알퍼의 유럽 음식 여행팀 알퍼 저/조은정 역 | 옐로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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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팀 알퍼

바나나와 쿠스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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