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맛집] 도심의 숲에서 맛보는 산채정식 만나
여의도 맛집 만나
큰 상에 폭 빠져 식사를 하고 있으니 여기가 여의도인지 산속인지 알 수가 없다. 그저 이 산채정식이 맛있고 힘이 나서 오후도 또 열심히 살아갈 수 있다는 기분 좋은 배부름뿐이다.
회사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점심시간은 어떤 메뉴를 먹을지 매일매일 고민하는 시간이다. 여의도에 근무하면서 놀랐던 것은 수많은 건물들에 더 많은 식당들. 안타깝게도 식당들은 줄을 서서 먹는 곳과 광고 전단지를 돌려도 사람이 없는 곳으로 나뉜다. 만나 산채정식집은 전자에 속한다. 처음 방문하려고 갔을 때 12시 전임에도 불구하고 길게 늘어선 줄에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렸어야 했다.
늘어선 줄에 도대체 얼마나 맛있을까 하는 의구심에 결국 다음 점심때 평소보다 일찍 자리를 비우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테이블에는 이미 반찬이 차려져 있었고 곳곳이 종이에 적힌 이름표가 놓여있었다. 미리 예약을 하려면 큰상 정식을 주문해야지만 된다고 한다. 메뉴는 큰상, 산채 정식, 청국장, 비빔밥 등이 있으며 생오겹살이나 두루치기같은 안주류는 저녁 식사 때 가능하다. 미리 놓여진 반찬에는 무나물, 버섯들깨무침, 고사리무침, 숙주나물 등 8가지 나물과 도토리묵 무침, 김치전, 어묵볶음과 함께 김치와 김이 놓여져 있다. 나물은 두부, 고추가루, 참기름, 들깨 등 무침양념이 다양해 지루하지 않고 간도 적당하여 비벼먹기에도 좋다. 비빔그릇을 요청하면 큰 사발을 내어주니 함께 비벼먹어도 안성맞춤이다.
큰상과 산채정식을 주문하자 따끈해야 맛있는 음식들이 이어 나온다. 조기구이, 흑미밥과 김치 콩나물 국에 펄펄 끓는 청국장이 곁들여 진다. 조기구이는 작은 사이즈이지만 가끔 알배기도 있으며 비릿하지 않아 먹기 좋다.
큰상과 산채정식의 차이는 들깨탕과 더덕구이다. 들깨탕은 보통 들깨탕에 비해 훨씬 곱고 걸쭉해 스프 같은 느낌이다. 펄펄 끓는 뚝배기에서 사방에 들깨향을 풍기며 사방에 잘 튀므로 나오자마자 잘 저어주어야 한다. 더덕구이는 고추장과 물엿에 오래 재어 두어 달큼한 맛이 매력적이다.
시원한 김치 콩나물국에 목을 축이고 도토리 묵으로 입맛을 돋운 뒤, 각종 나물 맛을 보고 흑미밥 한입에 매콤달콤한 더덕구이, 들깨탕으로 고소하게 마무리하면 수저는 무한 반복에 빠진다. 드문드문 생선살과 김, 청국장도 곁들이며 말이다. 밥이 반공기정도 남을 때 즈음 큰 사발에 든 숭늉이 나와 입가심으로 좋다. 큰 상에 폭 빠져 식사를 하고 있으니 여기가 여의도인지 산속인지 알 수가 없다. 그저 이 산채정식이 맛있고 힘이 나서 오후도 또 열심히 살아갈 수 있다는 기분 좋은 배부름뿐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아직도 사람들은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도 이 기분 좋은 배부름을 바라며 기꺼이 기다리는지도 모르겠다. 어서 모두들 기분 좋은 배부름으로 오후에도 힘을 내길.
달걀을 깨지 않으면 오믈렛을 만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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