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음악 > 주목, 이주의 앨범
크랜필드 < 파란 그림 >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의 숨은 고수 오디션이 그러하듯 EBS 공감의 헬로루키 선정 또한 그 출신에게 특정한 아우라를 부여한다. 어딘가 청량한 밤의 이미지, 힘 있는 사운드를 구현하면서도 유연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줄 아는 아티스트가 그 타이틀을 얻어왔다. 2014 헬로루키 대상 팀인 크랜필드 역시 그 수식어에 대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음악을 선보이고 있는 밴드다.
인디 신에 오랜만에 신선한 밴드가 나왔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사실 크랜필드는 모던 록 1세대 그룹의 성격을 가장 정통하게 이어가는 그룹이다. 착한 목소리에 약간의 염세주의적 모티브를 가미한 가사의 성향에서는 델리스파이스를, 몽환적인 신스, 깔끔하면서도 자유로운 파동의 변화에서는 언니네 이발관을 느낄 수 있다.
앨범은 흑백 영화의 화려함을 닮아있다. 재킷부터 확실한 콘셉트를 잡고 있으면서, 동시에 수록곡 각각에 내재된 파란 소리의 이미지는 그 명도와 채도를 모두 다르게 설정해 다채롭다. 다양한 이펙트를 사용하여 악기 톤과 어울리도록 보컬의 색을 조절했는데, 사람의 목소리도 곡을 이루는 하나의 악기로서 '연주'되는 양상이다. 그 색깔은 노랫말을 따라 산뜻한 구름을 머금은 소리가 되기도 하고, 다소 건조해지기도 한다.
시규어 로스가 보이는 북유럽풍의 사운드에 한국어 가사를 매끄럽게 접합했다. 외국어 사용을 철저하게 배제하여, 이방의 향을 친근하게 물들이는 방식. 거기에 수록곡의 제목이 모두 띄어쓰기 없는 세 글자로 이루어져 있는 것은 완벽주의를 지향하는 예술가의 재밌는 장난이다. 이처럼 크랜필드의 매력은 '타자(他者)의 다정함'이다. 하나의 구심점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이렇게나 많다. 16분 25초의 예쁜 청색시대. 그들만의 시선으로 만들어낸 '필름 블루(film bleu)'다.
2015/03 홍은솔(kyrie1750@naver.com)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13,400원(19% + 1%)
8,200원(18%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