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당돌하고 강렬한 가수. 찰리 XCX

찰리 XCX(Charli XCX) < Sucker >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음악적 박학다식함과 핵심을 짚는 이미지, 여기에 마무리로 독보적인 목소리를 통한 달콤한 멜로디까지 더해지며 삼위일체를 이룬다

찰리 XCX(Charli XCX) < Sucker >

 

'Fuck You, SUCKER!'

 

당돌하고 강렬하다. '트루 로맨스'를 데뷔작 제목으로 내걸었던 진지한 소녀가 이젠 주저 없이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들고, 'Fuck'을 외치며 반항을 설파한다. 무명의 아이코나 팝과 이기 아젤리아에게 '목소리의 은총'을 내려준 팝 시장의 블루 칩 찰리 XCX. 화끈하고, 직설적이며, 새로운 중독을 선사하는 이 젊은 영국 소녀는 요즘 소위 시쳇말로 제대로 '포텐이 터졌다'.

 

L.jpg

 

신스 팝 유행의 시대에서 록에 충실한 정면 돌파부터가 놀랍다. 둔탁한 비트와 몽환적인 신스 음의 과거를 벗어던진 곳엔 핑크색 조명이 내리쬐며 키치한 팝 펑크 록 트랙이 울려 퍼진다. 고루함은 대부분 2분에서 3분 초의 짧은 러닝 트랙과 간단한 구성으로 말끔히 제거한다. 거친 기타 리프를 작렬하며 깜찍하게 잔인한 말들을 내뱉는 「Breaking up」, 긴장감을 갖춘 베이스 리듬 위에 '학교 가기 싫어 / 룰을 부수고 싶어'의 효과적인 선동을 유도하는 「Break the rules」 두 메인 싱글만으로도 이미지 변신은 끝이다.

 

과감한 시도와 매혹적인 이미지에 홀렸다면 그 틀에서 뻗어 나가는 음악 스펙트럼의 폭에 한 번 더 놀라게 된다. 뿅뿅거리는 전자음과 거친 기타가 어우러지는 재밌는 트랙 「London queen」은 잘 짜인 일본 걸 그룹을 연상케 하고, 포스트 펑크 풍의 「Famous」는 그 유명한 신디 로퍼의 「Girls just wanna have fun」을 닮았다. 「Caught in the middle」, 「Doing it」을 통해 최신 유행에 부합하는 신스 팝에도 소홀하지 않다. 프랑스 일렉트로닉 씬부터 힙합, 걸 그룹까지 두루 섭렵한 내공의 깊이가 보통이 아니다.

 

음악적 박학다식함과 핵심을 짚는 이미지, 여기에 마무리로 독보적인 목소리를 통한 달콤한 멜로디까지 더해지며 삼위일체를 이룬다. 장르의 폭이 넓은 편이고 러닝 타임이 짧아 자칫하면 산만한 구성이 될 수 있는데 확실하게 팝 음악의 기본인 선율을 꽉 잡고 있다. 세계를 홀린 아름다운 히트 싱글 「Boom clap」이 이를 무리 없이 증명하고, 거친 록 트랙 「Hanging around」부터 부드러운 「Die tonight」, 「Need ur love」까지 여유롭게 커버하는 보컬은 영롱하게 반짝인다.

 

음악 전문지 < 롤링 스톤 >은 발매되기도 한참 전 < Sucker >를 올해의 앨범 10위로 선정했다. 다소 조급한 면이 없지 않나 싶었던 평단의 극찬은 찰리 XCX를 단순한 히트메이커가 아닌, 새로운 추세를 제시할 팝 시장의 또 다른 재능임을 일찌감치 인정한 셈이다. 이 악동 소녀의 음악은 그만큼 다채롭고, 짜릿하면서도 깊다. 온 세상이 벌써부터 또 다른 총천연색 난장판을 기다린다.

 

 

2014/12 김도헌(zener1218@gmail.com)

 

 

 

 

 

 


[관련 기사]

- 더티 룹스, 무서운 신인의 등장
- 아이유, 세대를 초월하는 감성
- 디어후프, 아방가르드적 요소와 대중성의 오묘한 관계 
- 일리네어, 대중성과 음악성을 갖춘 힙합레이블
- 디 안젤로, 검은 구세주의 강림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2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당신의 잠재력을 펼쳐라!

2007년 출간 이후 17년간 축적된 데이터와 뇌과학 지식, 새로운 사례를 더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몰입』 최신판. 창의성과 사고력을 키우려는 학생부터 집중력을 잃어버린 직장인까지 몰입을 통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나에게 맞는 몰입법으로 내 안의 잠재력을 무한히 펼쳐보자.

할머니가 키운 건 다 크고 튼튼해!

『당근 유치원』 안녕달 작가의 열한 번째 그림책. 토끼 할머니와 돼지 손주의 따뜻하고 사랑 넘치는 하루를 담았다. 할머니의 넘치는 사랑으로 자란 오동통한 동식물과 돼지 손주의 입에 쉴틈없이 맛있는걸 넣어주는 할머니의 모습은 우리 할머니를 보는 것 같이 정겹다. 온 세대가 함께 읽기 좋은 그림책이다.

40년간 집을 지은 장인의 통찰

로빈 윌리엄스, 데이비드 보위 등 유명인들은 마크 엘리슨에게 집을 지어 달라고 부탁한다. 그가 뉴욕 최고의 목수라서다.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하고 최고가 된 사람에게는 특별함이 있다. 신념, 재능, 원칙, 실패, 부 등 저자가 집을 지으며 깨달은 통찰에 주목해보자.

150만 구독자가 기다렸던 빨모쌤의 첫 책

유튜브 '라이브 아카데미'를 책으로 만나다! 영어를 배우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시간’이라고 말하는 빨모쌤. 실제로 영어가 쓰이는 걸 많이 접하면서 ‘스스로 배울 수 있는 힘’을 키우길 바란다고 제안한다. 수많은 영어 유목민이 선택한 최고의 유튜브 영어 수업을 책으로 만나보세요.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