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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남썸녀를 꿈꾸는 연애 지침서 <작업의 정석>

연극 <작업의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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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작업의 정석>이 공연 2주년을 맞았다. 롱런의 비결이라면, 동명의 원작 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실전 연애 팁’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연애의 시작은 밀고 당기기


연극 <작업의 정석>이 대학로를 대표하는 로맨틱 코미디로 자리 잡은 지도 2년이 지났다. 원작인 동명의 영화는 2005년에 개봉했으니, 이야기의 역사는 10년 가까이 거슬러 올라가는 셈. 그 사이 영화 속 작업남은 세 쌍둥이의 아빠가 되었고 ‘작업’은 ‘썸’에게 자리를 내어주었지만 ‘연애의 시작은 밀고 당기기’라는 기본 원칙은 변하지 않았다. 그것이 연극 <작업의 정석>이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끌어내며 롱런하는 비결이다.

 

연극 <작업의 정석>의 스토리 라인은 원작 영화와 같다. 연애 안에서 재미를 찾는 남자와 연애를 통해 성취감을 맛본다는 여자, 두 사람은 한 눈에 서로를 알아본다. 만만치 않은 고수를 만났다는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그때부터 두 선수는 결말을 알 수 없는 승부를 시작한다. 승패를 가르는 기준은 단순하고도 명확하다. 상대가 원하는 대로 이끌리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어당길 것!

 

서민준과 한지원에게 연애는 게임과도 같다. 자존심은 지키고 주도권은 뺏기지 말아야 하는 게임. 승자는 언제나 자신이었고 그 대가로 원하는 것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호기롭게 시작한 승부였으나 갈고닦은 ‘작업의 기술’이 번번이 빗나가는 고전을 면치 못한다. 넘어올 듯 넘어오지 않는 상대 때문에 자존심에 살짝 금이 가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승부욕은 더욱 불타오른다. 끝끝내 상대로 하여금 자신의 사랑을 갈구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인데, 그 보이지 않은 경쟁 속에서 두 고수는 냉정과 침착함을 잃고 만다. 굳게 걸어 잠갔던 문틈 사이로 감정이 새어나가기 시작하고, 생경한 감정이 그 빈 공간을 메운다. ‘내 꺼 같은 내 꺼 아닌’ 너를 내 것으로 만들려다, 내 감정이 ‘내 꺼 같은 내 꺼 아닌’ 게 되어버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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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고수가 공개하는 ‘실전 연애 팁’


이렇듯 영화 <작업의 정석> 속 서민준과 한지원의 밀고 당기는 이야기는 연극에서도 계속 이어진다. 그러나 원작을 재해석한 작품이라면 ‘원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무엇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법. 연극 <작업의 정석>의 경우에는 코믹적 요소와 캐릭터의 힘을 비기로 내세운다. 작은 공연장 안에서 관객과 호흡하면서 네 명의 배우만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작품인 만큼, 배우들이 발산하는 매력은 연극 <작업의 정석>을 견인하는 가장 큰 힘이다. 작업 고수를 열연하는 두 배우가 뚜렷한 캐릭터로 극의 중심을 잡아준다면, 총 17인의 역할을 소화해내는 두 조연의 변화무쌍한 연기는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시시각각 모습을 바꿔가며 등장하는 그들은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로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한다.

 

흥미로운 점은 두 주인공의 친구로 등장하는 인물들이 하나같이 연애에는 숙맥이라는 사실인데, 연극 <작업의 정석>은 그들의 ‘좌충우돌 연애 잔혹사’ 안에 공감과 웃음의 코드를 감춰 놓았다. 끈적한 시선을 눈이 아닌 가슴을 향해 쏘아대는 소개팅남을 만나고, 먼저 키스해 놓고 다음날 ‘어제는 술이 너무 취했었다’는 말로 내빼는 어장관리녀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어딘가 낯설지 않은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그 이야기들은 관객들에게 공감과 웃음을 불러일으키는 한편, 슬며시 ‘실전 연애 팁’을 공개한다. 자타공인 ‘연애의 달인’인 두 주인공이 친구를 위해 연애 코치를 자처하고 나섰기 때문. 그들은 가벼운 질문만으로도 소개팅 상대를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을 전파하고, 첫 데이트에 성공하려면 오후 4시에 만나야 한다는 이론을 입증해 보이기도 한다. 반박하고 나서기에는 묘하게 설득력 있는 그 이야기들은 실전에 응용해 보아도 무리가 없을 정도.

 

여전히 ‘작업’은 필요하다


연극 <작업의 정석>에서 서민준과 한지원은 길고 긴 줄다리기 끝에 결국 서로를 마주본다. 먼 길을 돌아온 것처럼 보이는 그 여정 앞에서, 누군가는 ‘작업’이며 ‘썸’이 다 무슨 소용이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때로는 모든 것을 다 보여주는 것보다 슬쩍슬쩍 내보이는 것이 더 매력적인 법이고, 연애에 있어서 더 사랑하는 자가 약자인 것인 불변의 진리가 아니던가. 그런 점에서 보면, 두 주인공이 보여주는 밀고 당기기의 기술은 연애에 소소한 재미를 더하는 귀여운 장난으로 웃어넘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썸’이 끝나고 진짜 연애가 시작되었을 때에는 이전과는 다른 ‘밀당’이 필요하다는 사실. 적당히 밀고 당기며 관계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노력 대신, 때로는 져주고 또 때로는 모르는 척 넘어가주기도 하면서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슬슬 찬바람이 불어오고 크리스마스도 멀지 않은 이때 ‘기필코 올해 안에는 연애를 시작하겠노라’ 다짐하는 솔로들에게 연극 <작업의 정석>은 연애의 참고서가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이미 연애를 시작했지만 조금 더 가까운 사이로 발전하고 싶은 이들에게도 함께 관람할 것을 권한다. 차마 이야기하지 못했던 솔직한 남녀의 심리를 작품 속 인물들이 대신 전해줄 지도 모른다. 오래된 연인들은 연극 <작업의 정석>을 통해 잊었던 그때를 상기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상대의 심리쯤이야 훤히 읽힌다고 자신하겠지만, 미처 몰랐던 연인의 작업 기술을 연극 속에서 발견하고 놀라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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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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