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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향한 두 남자의 유쾌한 이야기 - 뮤지컬 <구텐버그>

대세 배우 4인방, 허규, 장승조, 정원영, 김종구 2인 20역의 멀티연기 당신이 꿈꾸는 브로드웨이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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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아시아 최초로, 국내에서 초연되어 관객과 평단의 찬사를 고루 받은 뮤지컬 <구텐버그>가 다시 돌아왔다. 더 탄탄해진 스토리, 눈을 뗄 수 없는 배우들의 연기. 이 완벽한 조화가 이번에도 역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독특한 형식, 극중극

 

뮤지컬 <구텐버그>는 2005년 뉴욕 뮤지컬 페스티벌에서 처음 공개된 작품이다. 초연 당시 작품의 원작자인 스콧 브라운과 안소니 킹이 직접 주인공 ‘버드’와 ‘더그’로 분해, 관객과 평단에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이후 다수의 권위 있는 시상식에 노미네이트되면서 브로드웨이의 주목을 받았고, 2013년엔 아시아 최초로 국내에서 초연됐다.


국내 초연 당시 원작의 탄탄함에 한국적 정서가 담긴 각색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국내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올 가을 다시 한 번 관객의 곁으로 찾아왔다. 초연멤버로 함께한 장승조, 정원영과 더불어 대세 배우 허규, 김종구가 함께 캐스팅 되었다. 이 4명의 배우는 2인 20역이라는 역할을 해내며 극을 이끌어 간다.


뮤지컬 <구텐버그> 는 작곡가 ‘버드’ 와 극작가 ‘더그’가 브로드웨이 진출을 꿈꾸며 만든 자신들의 뮤지컬을, 제작자들 앞에서 선보인다는 줄거리다. 이 때문에<구텐버그>는 극중극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띄고 있는데, 극중극이란 말 그대로 극 안에서 또 하나의 극이 진행되는 형식을 뜻한다. 이러한 극중극 형식을 통해 관객은 뮤지컬의 작가이자 주인공인 ‘버드’와 ‘더그’의 이야기 뿐 아니라, 그들의 작품인 <구텐버그>의 이야기까지 총 2가지의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구텐버그02.jpg


험난하지만 즐거운, 꿈을 향한 여정


작곡가인 ‘버드’ 와 극작가인 ‘더그’는 뮤지컬 제작이라는 한 가지 꿈으로 의기투합한 열혈 청춘이다. 비록 현실 속의 ‘버드’는 점장을 욕하면서도 직장을 그만둘 수 없는 빠듯한 형편이고,  ‘더그’는 양로원에서 매일 노인들의 속옷을 빠는 지루한 일상을 살고 있다. 그들은 꿈을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안고 열심히 살아간다. 언젠가 자신들이 만든 뮤지컬을 브로드웨이에 올려 유명한 뮤지컬 제작자로 거듭나는 것이 두 사람의 꿈이다. 그들이 처음으로 만든 뮤지컬 <구텐버그>에 등장하는 주인공 ‘구텐버그’는 바로 그러한 ‘버드’ 와 ‘더그’와 매우 닮아 있다.


‘구텐버그’는 더 많은 사람들이 글자를 읽을 수 있도록 활자인쇄기를 발명하고자 한다. 하지만 글자를 읽는 것을 하나의 권력이라고 생각하는 사악한 수도승은 구텐버그를 짝사랑하는 헬베티카를 이용해 이를 방해하려 하고, 구텐버그는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버드’와 ‘더그’ 그리고 ‘구텐버그’의 공통점은, 그 어떤 고난 속에서도 꿈을 이루기 위해 끝까지 노력한다는 점이다.  뮤지컬 <구텐버그>는 ‘꿈을 포기하지 말고 열정을 다해 이루자’와 같은 뻔하고 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그들의 ‘진심’은 결코 흔하고 뻔하지 않다. 순수하고 열정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을 보다보면, 관객들 역시 자신의 꿈을 생각해보게 된다.


공연 내내 바보처럼 실실거리며 좋아하고 어딘가 모자라 보이던 ‘버드’와 ‘더그’ 가 공연의 끝자락에서 자신들의 꿈을 이야기 하며  노래를 부르는 부분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그들의 간절함, 절실함, 열정, 그리고 ‘진심’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친절한 그들


뮤지컬 안에서 또 하나의 뮤지컬 이야기를 하는 진행이다 보니 사실 조금은 헷갈리고 복잡하다. 극중극 형식이기 때문에, 관객은 ‘버드’와 ‘더그’의 소소한 이야기를 듣다가 갑자기 그들이 연기하는 뮤지컬 <구텐버그> 속으로 몰입해야 한다.


‘버드’와 ‘더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과 함께 웃고 떠들고 있었는데, 어느새 불쑥 시작된 <구텐버그> 이야기에도 집중을 해야 하고, 다시 또 ‘버드’와 ‘더그’의 이야기로 돌아와야 한다. 그러한 진행을 보고 있자니 흐름이 뚝뚝 끊기는 듯한 느낌이 종종 든다. 어느 하나의 이야기에 깊게 집중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자신들이 만든 뮤지컬을 소개하는 입장인 ‘버드’와 ‘더그’의 지나친 친절 역시 조금은 불편하다. 자신들이 왜 뮤지컬 <구텐버그>를 만들었는지,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무엇인지, 방금 한 연기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하나하나 상세히 설명하는 부분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유발한다기보다, 어색하고 과장된 느낌이 들어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만든다.


‘버드’와 ‘더그’가 공연장 어딘가에 있을 제작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설정이라 하더라도, 지나친 작품설명과 과장된 의미부여는 실제 관객들이 좀 더 능동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뺏어 간다.


구텐버그03.jpg


2명만으로 충분해!


뮤지컬 <구텐버그>는 단 2명이서 20역을 해내야 하는 만만치 않은 작품이다. 다양한 인물을 구분하는 소품은 오직 모자뿐이다. 뮤지컬 내내 끊임없이 바꿔 쓰는 모자에는 그들이 연기하는 배역이 적혀 있고, 관객들은 모자에 적힌 배역과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아 지금은 이 배역의 연기를 하는구나 ’라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따라서 배우들의 연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칫 어색한 연기로 각 배역의 특징을 구별 짓지 못한다면 관객들의 몰입도를 떨어뜨리고 극 전체가 균형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이 <구텐버그>는 그 균형을 잘 유지한다. 셔츠는 물론 자켓까지 땀으로 흥건히 젖은 채로 연기하는 두 배우의 모습은, 어색함이라고는 찾을 수 없이 완벽한 ‘버드’와 ‘더그’ 그 자체이다. 그 안에서 수행해야 하는 구텐버그, 사악한 수도승, 헬베티카와 같은 다양한 배역 역시 어색함 없이 자연스럽고 능청스럽게 연기한다. (심지어 여자 역할이 제일 자연스럽다)


두 배우의 호흡 역시 뛰어나다. 네가 최고라고 외치는 죽마고우 ‘버드’ 와 ‘더그’로 완벽하게 분해 닭살 돋는 (?) 장면을 코믹하게 연출한다. 초연 때 이미 함께한 장승조, 정원영 뿐 아니라 새롭게 합류한 허규, 김종구 네 명의 배우들은 전혀 어색함 없이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한다. 2시간 동안 쉼 없이 변신하며 극을 이끌어 가는 두 배우의 연기를 보다보면, 저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꿈과 우정, 그리고 열정으로 가득한 청춘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구텐버그>는 12월 7일까지 대학로 수현재 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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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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