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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돈이와 대준이, 갱스터랩이라고 들어봤니?

데프콘의 존재는 형돈이와 대준이를 상대적으로 그런 위험에서 자유롭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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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재미있는 형돈이와 대준이의 앨범이 나왔습니다. 장난 같은 가사에 데프콘의 탄탄한 프로듀싱, 희한하게 어울리네요.

형돈이와 대준이 < 닭크 껭스타랩 볼륨1 >

 

형돈이.jpg

 

가수의 영역에 발을 들인 코미디언을 일컫는 소위 개가수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다소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 연예인의 분야를 엄밀히 구분 지을 필요는 없지만 개가수들은 어떤 굳건한 음악적 지향 없이 순간적 흥행만을 따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디어에서 디제이나 일렉 장인으로 이미지를 굳힌 박명수가 최근 발표한 싱글 「명수네 떡볶이」는 아이러니하게도 힙합 프로듀서 프라이머리의 빈티지 스타일이었다. 자의든 타의든 본인의 음악적 취향과 성공이 묘한 갭을 만든 것이다.



 

데프콘의 존재는 형돈이와 대준이를 상대적으로 그런 위험에서 자유롭게 만들어준다. 엔터테이너로 전업을 선언했음에도 그의 머리에는 음악가로서의 경험과 능력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무리 유행을 따른다 한들 이들이 포크가수나 록 밴드가 될 리는 없다. 데프콘이 스스로 10년 넘게 쌓아온 커리어를 무너뜨리지 않는 한 말이다.

형돈이와대준이.jpg

 

< 닭크 껭스타랩 볼륨1 >라는 제목답게 이번 수록곡은 한때 데프콘이 지향하던 마초 스타일을 공유하고 있다. 이기적인 연애 상대에게 복수하는 「타이틀이었을뻔했던 곡 (타이틀이었을뻔했던 곡)」의 가사나 이름과 욕을 이용한 언어유희를 보여주는 「박규 (선공개 곡)」등은 전체적으로 데프콘의 솔로 시절 < Macho Museum >의 순화된 버전을 보는 듯하다. 웃어넘기기 쉬운 외양이지만 음악은 내실을 자랑한다. 프로듀서로서의 데프콘의 역량을 감상할 수 있는 부분이 곳곳에 즐비하다.

 

문제는 형돈이와 대준이의 유머 방식이다. 이들은 예전부터 주로 발음이나 단어상의 유사점을 이용하거나 정상적인 서사를 비틀어 반전을 선사하는 식으로 가사를 쓰는데 하나같이 휘발성이 강한 웃음이다. 곡 사이사이 숨은 농담들이 말장난 수준에 그치다보니 웃기기는 해도 신선함이 없는 것이다. 프로듀서 박진영을 대동하며 진지한 음악에 대한 조소를 선보였던 유브이와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 이쯤 되면 상호간의 스타일 차이 때문이라는 변호도 무색하다.

 

음악적 진정성과 같은 무게 있는 이야기를 덜어내고 유희적인 측면만을 보더라도 형돈이와 대준이가 장기적인 흥행을 이루기는 힘들어 보인다. 우스꽝스러운 랩을 늘어놓으며 「안좋을때 들으면 더 안좋은 노래」로 처음 활동을 시작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곡의 소재나 웃음의 포인트에서 변한 부분이 없다. 예능의 웃음과 음악가로서의 콘셉트는 그 성격이 다르다. 잔재미만으로는 음악적으로 긴 승부를 걸 수 없다. 구구절절 길어지는 곡 제목들이 얼마 남지 않은 이들의 밑천을 가리는 눈요깃거리로만 보인다.

 

글/ 이기선(tomatoapp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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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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