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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V의 성공은 특유의 건방짐 때문이다

연예계 복고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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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V는 모든 노래가사나 방송에서 유세윤 특유의 ‘건방진 콘셉트’를 최대한 활용해 거만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킬러 콘텐츠 승부사들
정해승 저 | 몬스터
대한민국 콘텐츠 승부사들의 무한 혁신, 그 치밀한 전략
K-POP은 전 세계 문화산업 종사자들의 눈과 귀를 잡아끄는 문화현상이자 하버드대학교를 비롯한 세계 유수 경영대학원의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 K-POP 열풍의 진짜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한류 열풍 뒤에는 킬러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일념 하나로 엔터테인먼트 세계에 뛰어든 대한민국 콘텐츠 승부사들의 과감한 혁신과 치밀한 전략이 그 비밀의 답이었다. 이 책의 저자 정해승은 관련 산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콘텐츠 비즈니스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UV, 새로운 감성을 덧입히다

UV는 개그맨 유세윤이 뮤지와 함께 결성한 2인조 그룹이다. UV가 2011년 4월 출시한 노래 ‘이태원 프리덤’은 박진영이 피처링에 참여하고 뮤직비디오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 뮤직비디오는 1980년대 인기 그룹 런던 보이즈의 를 패러디해 만들었다.

4분여의 뮤직비디오지만 웬만한 개그 프로그램보다 재미있다. UV 멤버와 박진영이 스튜디오에서 1980년대 복장과 헤어스타일로 복고 댄스를 추는데, 4분 내내 그들이 너무 진지하기 때문에 촌스럽고, 또 촌스럽기 때문에 웃기고, 마지막으로 웃기기 때문에 그들의 영리함에 감탄하게 된다.

UV는 모든 노래가사나 방송에서 유세윤 특유의 ‘건방진 콘셉트’를 최대한 활용해 거만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의 행동과 말투를 보고 시청자는 박장대소한다. 단, 앞서 말한 암묵적 합의가 없는 시청자라면 왜 사람들이 웃겨 죽겠다고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코미디에는 슬랩스틱처럼 직관적인 코미디가 있고 블랙코미디처럼 한 단계 비튼 코미디가 있다. UV의 경우가 후자의 대표적인 형태이다. 문맥을 이해하지 못하면 웃기가 힘든 다소 컬트적이고 마니아 성향이 강한 코미디가 바로 UV의 본질인 것이다.

틴틴파이브나 나몰라패밀리처럼 개그맨들이 정식 가수활동을 한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들 두 그룹은 개그맨 활동과 별개로 현재도 계속 앨범을 내며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과 UV와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한쪽은 개그맨 색깔을 가급적 지우고 진지하게 가수로만 활동하고 있는 것이고, 다른 한쪽은 실제로는 코미디인데 가수라는 틀만 빌려 일부러 진지하게 보이려 한다는 것이다. 이런 UV의 모습을 관통하고 있는 말이 바로 ‘키치’다.

키치의 사전적 의미는 잡동사니, 천박함 등으로 19세기 후반부터 애초에 미학적인 안목이나 경험을 거의 갖추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통속적인 싸구려 그림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됐다. 그러나 현재는 일부러 유치하고 천박한 방법을 동원함으로써 기성 예술의 ‘엄숙주의’를 조롱하고 야유하는 예술의 한 형식을 가리킨다. 초상화를 만화 형태로 그리는 팝아트의 대가 앤디 워홀이나 1970년대 홍콩영화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차용하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는 키치가 예술을 통해 나타나는 대표적인 모습이다.

UV가 사용한 이 키치는 현대인들의 심리를 제대로 파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에게 키치하다는 것은 촌스럽기 때문에 오히려 세련됨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엄숙주의를 조롱하는 입장이 키치라고 본다면, 근엄하고 보수적인 입장보다는 진일보한 개념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UV는 키치함으로 중무장하고 너무나 태연자약하게 슈퍼스타의 거만함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합의하에 헤어져놓고 문자해서 미안해.’라던가, ‘사랑은 집행유예야.’ 같은 가사를 너무나 진지하게 대중들에게 들려준다. 그리고 이런 모습에 대중들은 열광한다. 결과는 어땠을까? UV는 가수들과의 음원판매 경쟁에서도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올렸다. 그리고 방송은 물론 광고에서까지 개그맨 유세윤의 입지를 한층 더 넓힐 수 있었다.

키치와는 전혀 다르지만 과거를 재현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가요계 복고열풍도 빼놓을 수 없다. 원더걸스가 복고의 콘셉트만을 차용해 ‘Nobody’ 등으로 인기를 얻었다면, 최근 몇몇 방송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복고음악 자체가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슈퍼스타K>나 <나는 가수다>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1980~1990년대 음악이 재조명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노래들이 다시 인기를 얻은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당시 음악을 즐겨 들었던 30~40대들이 추억에 젖어 다시 음악을 찾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감수성 예민한 10대 때 흠뻑 빠졌던 음악들을 다시 들으며 삶에 지친 현실이지만 과거 꿈 많던 시절을 회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두 번째는 그 음악들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대중들이 재발견한 것이다. 음악시장의 주요 고객인 10대, 20대들에게 당시 음악은 들어본 적도 없었을 확률이 높다. 최호섭이 새로 나온 신인 가수인줄 알았다는 어느 10대 스타의 증언은 과거의 ‘향수’가 아니라 음악 자체로 사랑하게 됐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러한 현상을 롱테일 이론에 비유하자면 롱테일의 꼬리에 있는 자그마한 시장을 방송 프로그램이라는 매개를 통해 몸통시장으로 잠시 옮겨온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촌스럽거나 올드하다고 느껴지던 상품이 ‘키치함’과 ‘복고’라는 감성을 덧입음으로 인해 매력적인 상품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알아보았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매력을 지닌 상품을 흔히 ‘클래식’ 또는 ‘올디스 벗 구디스(Oldies but Goodies)’라고 부른다. 두 용어 다 그 어원을 음악으로 삼고 있다.

모든 것이 세월이 흘러가는 대로 둔다고 클래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감성이 다시 입혀지는 순간이 있어야 그 제품은 클래식으로 재탄생한다. 가장 적합한 감성을 입히는 것, 그것이 바로 클래식으로 가는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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