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믿고 자신을 믿어라
프랑스 엄마 수업 소리 지르지 않고, 때리지 않고 말 잘 듣게 하는 100가지 방법
부모가 아이에게 주어야 하는 것은 희생이 아니라 사랑이다. 아이가 부모에게 원하는 것 또한 희생이 아니라 사랑이다. 그동안 아이 때문에 힘들어하며 육아를 고행이라 생각했던 어리석은 나에게, 이 책은 아이를 키우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가장 소중한 경험이고 진정한 사랑을 실현하는 일이라는 걸 가슴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내가 무리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꼭 번역하고 싶었던 이유가 있다. 우선, 열여섯 살이 된 아들과 어떻게든 잘 지내보고 싶은 절실한 마음 때문이었다. 아이, 특히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을 키우는 건 거의 전쟁과 같다. 갈수록 태산이라는 말을 실감하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런저런 교육서를 읽어보고 선배들에게 조언도 구해보았지만, 늘 그때뿐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또 다른 이유는 프랑스 유학 시절에 보았던, 유난히 얌전한 프랑스 아이들에 대한 기억이 떠올라서였다. 프랑스에서 9년을 살았지만, 유학 생활 막바지에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그 전에는 프랑스 부모들의 육아 방식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리나 공원, 슈퍼마켓에서 마주치는 아이들에게서 매우 얌전하고 독립적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곤 했다.
프랑스 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제 옷과 짐을 직접 들고 다닌다. 아이들은 부모가 짐꾼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고 있으며, 외출할 때 자기가 들 수 있는 짐만 챙기는 것도 습관이 되어 있다. 아이 짐을 대신 짊어질 필요가 없는 부모들은 우아하게 차려입고 아이와의 산책을 즐긴다. 우리나라에서처럼 부모가 아이들 물건이며 옷, 음료수 컵을 잔뜩 짊어지고 아이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프랑스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조금이라도 남에게 피해 주는 행동을 하면 부모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아이를 혼낸다. 그래서인지 식당이나 카페에서 소리 지르거나 떼쓰는 아이들을 볼 수가 없었다. 지인의 집에 초대를 받아 가보면 아이들은 9시 이전에 군소리 없이 잠자리에 들었고, 어른들은 아이들의 방해 없이 자신들의 시간을 즐겼다.그때는 아이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든지 상상도 못할 때라, ‘그래, 아이들이라면 당연히 저렇게 행동해야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아이를 키워보니 프랑스 아이들의 모든 것이 미스터리했다. 프랑스 아이들은 어떻게 그리 얌전할 수 있는 거지? 어떻게 그리 부모 말을 잘 들을 수 있는 거지?
처음에는 나도 내 아이를 프랑스 아이처럼 키울 자신이 있었다. 대부분의 엄마들처럼 나의 이성과 논리를 믿었던 것이다. 문제가 생기면 아이의 눈높이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해야 좋은 부모라고 배웠으니까. 마주 앉아 대화도 하고 설득도 하고, 그러다 지치면 회유와 협박을 하고, 마침내 분에 못 이겨 소리를 지르거나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그러고 나면 자책과 후회가 밀려들어 아이에게 변명을 하고 더 잘해주려고 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자 오히려 아이에게 끌려다니는 형국으로 관계가 악화되고 말았다. 이것은 아이에게 나의 뜻을 전하는 설득의 과정도 아니었고,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는 민주적인 교육 방식도 아니었다.
그렇게 혼란에 빠져 있을 때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소리 지르거나 때리지 않고) 말 잘 듣게 만드는 100가지 방법’이라는 원서 제목부터가 흥미로웠다. 한국에서 출간되는 대부분의 교육서가 ‘공부 잘하는’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에 비하면 참 신선한 접근이었다.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나는 프랑스식 교육의 핵심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에 따르면, 프랑스 교육의 핵심은 부모가 권위를 갖고 아이에게 명령하고 아이는 부모의 말에 복종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갖고 있는 선입견에 반하는 방법이다. 프랑스 사람이라면 매우 자유롭고 민주적으로 아이를 키울 줄 알았는데, 오히려 구시대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규율을 강조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아이들은 대한민국 부모가 꿈꾸는 ‘얌전하고도 독립적인’ 모습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고 있었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나는 이러한 프랑스 교육에서 위로를 받았고, 어느 정도는 안심이 되기도 했다. 프랑스 사람들의 방식은 부모에게 덜 짐스러운 교육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는(나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부모가) 그동안 민주적인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을지도 모른다. 또한 완벽한 부모가 되어 내 아이의 삶도 완벽하게 설계해주어야 할 것 같은 의무감 때문에 스스로와 아이를 괴롭혀왔을지도 모른다.
부모는 신이 아니다. 완벽할 수도 없다. 아이를 잘 키우려면 부모부터 한 개인으로 존중받고 인정받아야 한다. 아이는 가정의 일원이지 그 중심이어서는 안 된다. 가정이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가면 부모의 희생이 너무도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가정의 구성원으로 평등한 관계를 설정하면 부모와 아이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부모는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지만, 아이도 부모의 권위를 존중하고 부모의 말에 복종해야 한다. 아이들은 가정에서부터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가 자신부터 소중히 해야 한다는 이 책의 메시지는 여러 번 내 가슴을 울렸다. 부모가 아이에게 주어야 하는 것은 희생이 아니라 사랑이다. 아이가 부모에게 원하는 것 또한 희생이 아니라 사랑이다. 그동안 아이 때문에 힘들어하며 육아를 고행이라 생각했던 어리석은 나에게, 이 책은 아이를 키우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가장 소중한 경험이고 진정한 사랑을 실현하는 일이라는 걸 가슴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프랑스 엄마 수업 안느 바커스 저/최연순 역 | 북로그컴퍼니
아이를 키우다보면 누가 볼까 두렵고 창피한 순간, 내 아이지만 정말 외면하고 싶은 순간이 자주 생긴다. 차라리 집 안이라면 소리라도 지르고, 한 대 쥐어박기라도 할 텐데 밖으로 나가면 다른 이들의 시선 때문에 그조차도 쉽지가 않다. 왜? 좋은 부모가 되는 법을 담은 수많은 책들과 미디어들이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해왔으니까. 하지만 프랑스 육아, 자녀 교육계의 대모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안느 바커스는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부모는 권위를 갖고 아이에게 명령해야 하고, 아이는 부모의 말에 복종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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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느 바커스> 저/<최연순> 역12,600원(10% + 5%)
아이를 키우다보면 누가 볼까 두렵고 창피한 순간, 내 아이지만 정말 외면하고 싶은 순간이 자주 생긴다. 차라리 집 안이라면 소리라도 지르고, 한 대 쥐어박기라도 할 텐데 밖으로 나가면 다른 이들의 시선 때문에 그조차도 쉽지가 않다. 왜? 좋은 부모가 되는 법을 담은 수많은 책들과 미디어들이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