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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불능증후군에 빠진 사람을 위한 결정문

『선택의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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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불능증후군의 해법은 ‘선택의 패러독스’를 인정하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을 최소한의 가장 중요한 요소들만 고려해서 빨리 결정해서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 결정불능증후군 환자나 환자예비군에게 ‘선택의 심리학’을 권한다.

5월 셋째 주부터 격주 월요일, 하지현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추천하는 심리책 이야기, ‘하지현의 마음을 읽는 서가’가 연재됩니다.

 

지난 5월 초 연휴에 가까운 곳에 여행을 가려 했다. 가평, 양평, 강화도의 펜션을 검색해보니 수 백 곳이 떴다. 지도로 위치를 보고, 펜션 내부의 시설, 가능 인원을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예약가능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을 수 십 번 하다가 지쳐버렸다. 겨우 꽤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하면 바로 예약을 하기에 앞서, 혹시 하는 마음에 본능적으로 포탈 사이트의 방문후기를 찾아보기 까지 했으니 말이다. 몇 시간 동안 검색을 하다가 뇌가 탈진 상태가 되었고,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드는 곳은 찾기 어려웠고, 막상 괜찮은 곳이 발견되면 그곳은 이미 예약완료였다.

 

많이 알수록 선택이 어렵다


사실상 갈 수 있는 곳은 왠지 예약완료인 곳에서 내가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 없어서 결함이 있는 것 같고, 지금 예약이 가능하다는 것은 ‘뭔가 하자가 있는 곳’이라는 인상까지 주는 것이었다. 결국 처음 시도를 했던 날은 포기를 하고 노트북을 닫아버리고 말았다. 그후 다시 그 짓을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연휴 바로 전주가 되고 말았다. 결국 무조건 빈 방이 있는 곳을 찾아냈고, 내게 남아있는 곳은 20명쯤이 들어가서 단체로 MT를 하는 노래방 기계에 화장실은 두 개인데, 횅하니 넓은 마룻바닥만 있는 단체방 뿐이었다.(참고로 우리 가족은 단 4명이다) 그런데, 차라리 막바지에 몰려서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절박감이 작동을 하니, 고민 없이 결제를 할 수 있었다. 거기다 평소 두 시간이면 갈 거리를 네 시간이 넘게 막힌 길을 뚫고 갔음에도 펜션에 가서는 재미있게 잘 놀다 올 수 있었다.

선택의-심리학

 

생각해보면 나와 같이 뭔가를 선택해야할 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제풀에 지쳐버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건 세칭 ‘스드메’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들었다.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의 준말로 이 세 가지가 신부의 가장 중요한 고민거리의 하나란다. 또 포탈 사이트에는 ‘상견례하기 좋은 장소’, ‘프러포즈 하기 좋은 장소’와 같은 검색어가 바로 뜬다.

 

그만큼 고민이 많을수록 선택을 하기가 어렵고, 선택을 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많이 알게 될 수록 막상 결정은 어려워지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진다. 많이 알면 알수록 잘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할 텐데 도리어 많이 알수록 선택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 모바일, 인터넷 환경이 되면서 검색이 일상화되고, 수많은 시시콜콜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게 되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제는 ‘결정 불능 증후군’에 걸린 것 같다고 하소연을 하기도 한다.

 

더 좋은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다 도리어 선택의 늪에 빠져 결정 불능 증후군에 걸려버린 사람을 위해서는 어떤 책이 도움이 될까? 이 결정 또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서가를 둘러보다 눈에 들어온 책은 배리 슈워츠의 『선택의  심리학』이다. 더 고민하며 찾지 말고 이 책을 들춰보도록 한다.

 

저자 배리 슈워츠는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스워스모어 대학의 사회이론과 사회행동학 교수다. 심리학과 경제학의 상관관계에 관심이 많은 학자다. 그는 삶은 선택의 연속이라 하면서 많은 이들이 과거에 비해 더 많은 선택의 자유를 누리고 있지만 만족감은 덜한 것 같다고 한다. 미국 사회가 개인의 자유와 자율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데, 어떨 때에는 선택과 자유를 너무 직접적으로 연관을 시키는 오해를 하고 있고, 이는 우리의 마음에 해를 입힌다고 한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매일 무슨 옷을 입을지 고민하기보다 교복이나 유니폼이 편하고, 점심마다 식당과 메뉴를 고르는 무한대의 자유를 누리기보다 차라리 직원식당에서 A코스와 B코스 중에 하나를 고르는 정도의 선택이 마음 편한 것과 같다. 그 이유는 선택을 위한 고민도 비용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선택의 자유에 대한 일부 자발적 제약들을 자유도를 침해하는 것이라 생각하기보다 도리어 받아들이는 것이 마음의 안정과 불필요한 비용지출을 줄이는 데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만족도를 올릴 수 있다고 한다.

 

대안이나, 고려해야할 점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뇌는 혼선을 빚는다. 대안을 쉽사리 머릿속에서 지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정말 중요한 본질적 요소가 희석되고, 대안으로 끼어들어온 것이 담고 있는 요인이 도리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기 일쑤다. 전자상가에 가서 컴퓨터를 사러 가서 하나하나 상담을 하면서 판매원의 제안을 받다보면 어느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할 내게 필요한 기능만 있다면 일단은 가장 싸고 예산범위 안에서 사야한다는 요인은 사라지고, 최신형, 최상급 모델에 필요 없는 첨단부가기능이 대안의 중요한 선택요인으로 작용하고 마는 것도 비슷한 예다.

 

그리고 어떤 결점도 없는 최고를 추구하기 위해 지나치게 심사숙고하기보다 정해놓은 ’이 정도면 됐다’라고 여길정도의 선을 넘어서는 것을 선택하고 적당한 선에서 고민을 멈추는 것이 괜찮은 삶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결과에 대해 지나치게 높은 기대를 하는 것은 선택을 어렵게 만들고 만족도도 낮추는 일만 벌어지니, 처음부터 기대치를 낮게 잡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러면 ‘이거. 생각보다 괜찮네?’라는 마음이 들 확률이 올라가니 말이다. 배리 슈워츠는 이런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다양한 실험과 이론을 선보이고 있다.

 

결정불능증후군은 결국 우리 자신이 만들어낸 병


저자는 현대인이 이렇게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다른 이유로 후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 지적한다. ‘나중에 더 좋은 것이 있으면 어쩌지?’와 같은 후회에 대한 예상은 결정을 어렵게 만들고, 조금이라도 후회할 일이 생기면 자신의 선택에 대한 만족감은 급속히 줄어들고 만다. 그건 우리가 완벽에 대한 상상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지나친 기회비용을 쓰고 있다. 최대한 결정을 늦추면서 더 좋은 것을 발견할 가능성을 열어두다 보면 어느새 시간은 지나고, 이 지나간 시간조차 비용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그러므로 이런 완벽한 선택에 대한 상상을 포기하고 적절한 선에서 선택을 하고 난 다음에는 뒤를 돌아봐서는 안된다. 일단 한 번 한 결정은 주어진 상황에서 여러 정황을 돌이켜봐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받아들이려는 마음의 훈련이 필요하다. 그래야 후회의 아픔을 덜 겪을 수 있고, 더 만족하며, 그 만족감은 다음 선택을 수월하게 해낼 수 있다.

 

결정불능증후군은 결국 우리 자신이 만들어낸 병이다. 특히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정보에 둘러싸여서 살고 있고, 비용을 들이지 않고 손쉽게 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이 시대에는 고민과 결정은 갈수록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이게 아니었네”, “이게 더 좋았잖아”라는 후회의 아픔은 꽤나 아프고, 그러니 그걸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본능도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완벽한 선택에 대한 욕망은 커지고, 거꾸로 만족도는 낮아지고 후회의 가능성은 커지는 역설적 상황에 빠져있는 것이 현대인의 오늘이다. 결정불능증후군의 해법은 ‘선택의 패러독스’를 인정하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을 최소한의 가장 중요한 요소들만 고려해서 빨리 결정해서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 결정불능증후군 환자나 환자예비군에게 『선택의 심리학』을 권한다.
 

 

 

 



선택의-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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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심리학 배리 슈워츠 저/ 형선호 역 | 웅진닷컴
선택할 수 있다는 자유가 있는 것은 분명 행복이다. 그리고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많다는 것은 더 행복해 질 수 있는 방법이 많은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그렇까? 이 책은 ‘선택’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역설적인 상황을 통해서, 사람들이 선택의 과정에서 받는 후회와 스트레스를 줄이고 최선의 만족에 이르는 길을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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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하지현(정신과 전문의)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읽는 것을 좋아했다. 덕분에 지금은 독서가인지 애장가인지 정체성이 모호해져버린 정신과 의사. 건국대 의대에서 치료하고, 가르치고,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쓴 책으로는 '심야치유식당', '도시심리학', '소통과 공감'등이 있다.

선택의 심리학

<배리 슈워츠> 저/<형선호> 역10,800원(10% + 5%)

선택할 수 있다는 자유가 있다는 것은 분명 행복이다. 그리고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많다는 것은 더 행복해 질 수 있는 방법이 많은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그렇까? 이 책은 ‘선택’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역설적인 상황을 통해서, 사람들이 선택의 과정에서 받는 후회와 스트레스를 줄이고 최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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