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단위 글에서 짜임글로
단위 글에서 짜임글로 글쓰기 영역을 넓히는 것은 글쓰기의 진화이다. 간단한 주제에서 좀 더 폭이 넓은 주제, 좀 더 깊이 있는 주제를 다루는 글을 쓸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단위 글은 대개 글쓴이가 하나의 대답밖에 할 수 없는 주제에 대해서 쓴다. 예를 들면 “당신은 이렇게 하는 게 옳다고 봅니까, 그르다고 봅니까?”라는 질문에 대하여 자기 의견을 적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그러면 글쓴이는 “저는 이렇게 하는 게 옳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이런저런 이유 때문입니다.”라고 쓸 것이다. 또, “당신은 어느 것을 좋아합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의견을 적는다면 “저는 이것을 좋아합니다. 그 이유는 이것입니다.”라고 글을 구성하게 될 것이다. 이때도 하나의 주제문과 몇 개의 뒷받침문장으로 구성된 단위 글을 적게 된다.
그러나 글쓴이가 몇 개의 대답을 할 수 있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어쩌면 여러 면을 아울러서 대답을 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당신은 그 사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 답하는 글을 쓴다면 어떨까? 우선 아래와 같은 단위 글을 생각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사람에 대해서 좀 자세히 설명하고 싶다면 어떻게 할까? 겉보기만으로 평가하지 않고 내면까지 평가하고, 그 평가를 증명할 근거까지 제시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렇게 적어 놓으면 “그 사람은 멋진 사람이다”를 뒷받침하는 것으로서 그 사람이 잘생겼다는 것과, 코도 크고, 이마도 둥글고 깨끗한 것, 품성이 좋은 것, 약한 사람을 돕는 것, 능력이 있는 것, 노래 잘 부르는 것 등이 모두 같은 층위에서 무질서하게 나열되어 정확하게 그 사람의 어떤 점 때문에 멋지다고 본 것인지 한두 마디로 정리하기 어렵다. 이런 점을 벗어나기 위하여 뒷받침문장의 내용을 분류하고 정리한다. 이 작업을 ‘모둠짓기’라고 한다. 특성이 비슷한 것끼리 나누고 그것들에게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을 내세우는 작업이 모둠짓기 작업이다. 멋진 사람을 뒷받침하는 여러 특성 중에서 모둠짓기를 하여 제시하면 아래와 같은 글이 될 것이다.
이렇게 적으면 그 사람의 멋진 이유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되어 나타난다. 그리고 각 이유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몇 가지가 이해하기 쉽게 제시된다. 이 글에 제목을 붙여 보자.
그 사람은 아주 잘생겼다. 코도 크고, 이마도 둥글고 깨끗하고, 키도 크고 몸매도 날씬하다. 웃으면 천사처럼 보인다. 그 사람은 품성도 좋다. 약한 사람을 돕고, 가난한 친구에게 음식을 사 주기도 했다. 예의도 발라서 어른에게 인사도 아주 잘한다. 그 사람은 능력도 많다. 공부도 잘하지만, 운동도 잘한다. 오락 시간에는 노래도 잘 부르고, 춤도 잘 춘다. 못 하는 것이 없을 정도이다.
이 간단한 작업에서 우리는 단위 글에서 짜임글로 나아가는 몇 가지 중요한 작업을 했다. 하나는 많은 뒷받침을 모둠별로 나누고 그 모둠에 이름을 붙이는 모둠짓기 작업과 글에 제목을 붙이는 작업이 그것이다. 각 모둠과 제목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자. 각 모둠의 핵심어를 모으면 제목의 개념을 충족하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짜임글의 제목은 각 모둠(이것을 짜임글의 문단이라고 한다)의 핵심어를 포괄하는 상위 개념을 이용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단위 글에서 주제문으로 표현했던 개념이 짜임글에서는 제목에 나타나고, 단위 글의 뒷받침문장이 짜임글에서는 몇 개의 문단으로 나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각 문단은 단위 글의 구조처럼 핵심어를 제시하는 소주제문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뒷받침문장으로 구성됨을 알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단위 글이 짜임글로 진화하였다. 위 짜임글은 단위글 셋이 연합하여 하나의 글로 진화한 셈이다.
짜임글의 구조
짜임글은 단위 글보다 깊이 있고 폭이 넓은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주제의 여러 면을 검토하게 되는데 각 면을 문단으로 엮는다. 짜임글의 문단 구조는 단위 글의 구조와 전적으로 같다. 그러니 짜임글은 단위 글 여럿이 연합하여 만들어지는 글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짜임글의 구성을 표로 보이면 아래와 같다.
그런데 단위 글은 ‘주제문 뒷받침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위 표는 아래와 같이 바꿀 수 있다.
여기서 각 단위 글의 주제문은 그 단위 글의 주제일 뿐 짜임글의 전체의 주제는 아니다. 각 단위 글의 주제가 모여서 짜임글의 주제를 뒷받침한다. 그래서 단위 글의 주제를 짜임글에서는 소주제라고 부르고 소주제를 나타내는 문장을 소주제문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제까지 단위 글이라고 불렀던 것을 짜임글에서는 문단이라고 부른다. 그러면 짜임글의 구성은 아래와 같이 된다.
짜임글에는 소주제를 아우르는 주제를 나타내기 위하여 제목을 붙이므로 짜임글은 기본적으로 제목과 내용으로 구분된다. 자, 이제까지의 설명을 종합하면 짜임글의 기본 구성은 아래 표와 같음을 알 수 있다.
짜임글 = 제목 내용
= 제목 제1문단(소주제문 뒷받침문장) 제2문단(소주제문 뒷받침문장) 제3문단(소주제문
뒷받침문장) …
짜임글의 구성을 평면적으로 보면 위의 표와 같지만 각 문단과 제목의 관계, 문단과 문단의 관계를 고려하여 보면 짜임글은 피라미드 구조와 사슬 구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글쓰기는 주제다 남영신 저 | 아카넷
글쓰기는 작가나 기자만 하는 것이 아니다. 직장인이 기획안이나 보고서를 쓰고 공무원이 공문서를 작성하는 일, 사회운동가가 사회문제에 관해서 발언하고 학생과 교수가 논문을 쓰는 일 등, 적어도 지적 활동을 하는 모든 사람에게 글쓰기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일이다. 그렇다면 각자의 삶의 현장에서 글쓰기를 시작해야 한다.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 자신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드러내고 사회와 소통하기 위해서 글을 써야 한다. 어떻게 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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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신은 언어에 바탕을 둔 사회 발전을 꿈꾸며 국어 문화 운동을 하고 있다. 1971년에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한 뒤에, 토박이말을 정리한 『우리말 분류사전』을 펴낸 것을 시작으로 『국어용례사전』, 『한+ 국어사전』, 『국어 천년의 성공과 실패』, 『나의 한국어 바로쓰기 노트』, 『4주간의 국어 여행』, 『한국어 용법 핸드북』을 통해 꿈을 지향하고 있다. 이제 이 책을 읽는 분들과 그 꿈을 공유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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