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경기 해설자, 왜 아쉬웠을까
주제 뒷받침하기
어느 수준 이상의 기술에 대해서는 친절하게 해설해 주어야 한다. 특히 용어가 외국어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용어 해설까지 곁들여 해설하면 더 좋았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한국의 해설가는 자신의 주장에 합당한 뒷받침을 하지 않아서 점수에만 집착하여 해설한 것으로 평가를 받고 말았다.
언젠가 인터넷에 아래와 같은 이야기가 떠돈 적이 있었다. 2010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렸던 동계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 결승에서 김연아 선수의 경기를 해설한 두 해설가의 해설 내용을 비교한 것인데, 한국 해설가는 오직 성적만 생각하며 해설하고, 서양의 해설가는 선수의 멋진 기량을 감상하며 해설하는 차이를 보였다는 내용의 글이다. 물론 한국 해설가의 수준을 낮게 평가한 이야기였다. 여기에도 주제 뒷받침의 문제가 들어 있어서 잠깐 두 사람의 해설을 검토해 보려고 한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겠지만 한국 해설자는 김연아의 기량을 점수로 평가하여 금메달을 딸 수 있을지 없을지 알려 주는 데 주력한 반면에 서양의 해설자는 김연아의 기량을 나무랄 데 없이 좋은 것으로 판단하고 경기를 감상하는 데 주력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피겨스케이팅을 이해하는 수준과 관련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 한국 해설자: 저 기술은 가산점을 받게 되어 있어요.
● 서양 해설자: 나비죠? 그렇군요. 마치 꽃잎에 사뿐히 내려앉는 나비의 날개 짓이 느껴지네요.
● 한국 해설자: 코너에서 착지 자세가 불안정하면 감점 요인이 됩니다.
● 서양 해설자: 은반 위를 쓰다듬으면서 코너로 날아오릅니다. 실크가 하늘거리며 잔물결을 흩뿌리네요!
● 한국 해설자: 저런 점프는 난이도가 높죠. 경쟁에서 유리합니다.
● 서양 해설자: 제가 잘못 봤나요? 저 점프! 투명한 날개로 날아오릅니다. 천사입니까? 오늘 그녀는 하늘에서 내려와 이 경기장에서 길을 잃고 서성이고 있는 천사입니다. 감사하고 감사할 따름이네요.!
● 한국 해설자: 김연아가 경기를 완전히 지배했습니다. 금메달이네요! 금메달! 금메달!
● 서양 해설자: 울어도 되나요? 정말이지 눈물이 나네요. 저는 오늘밤을 영원히 기억할 겁니다. 이 경기장에서 연아의 아름다운 몸짓을 바라 본 저는 정말 정말 행운아랍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오 신이시여!
당시 한국의 시청자는 온통 김연아가 실수를 하지 않고 무사히 경기를 마쳐 주기만 간절히 바라고 있었던 데 반해서 서양의 시청자들은 최고의 경기를 펼치는 선수의 모습을 감상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니 경기를 해설하는 사람도 그에 따라서 해설하는 것이 시청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임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 특히 서양 해설자가 김연아의 경기 모습을 문학적인 수사와 예술적인 언사로 표현한 것은 서양인들에게는 자연스럽고 멋지기까지 하겠지만 아직 피겨 스케이팅의 기술적인 부분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김연아 연기의 우수성과 예술성에 대한 기술적인 설명이 더 필요했을 것이다.
김연아의 연기를 점수로 환산하면서 칭찬한 한국 해설자는 서양 해설자에 비해서 객관적인 방향으로 해설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점수와 관련한 설명을 시청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된다. 예를 들면 “저 기술은 가산점을 받을 수 있어요.”라는 해설로 끝낼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이 어떤 기술인데 보통은 어느 정도면 되지만 김연아는 그보다 어느 정도 높은 수준의 기술을 구사했기 때문에 가산점을 받을 수 있어요.”처럼 설명했어야 했다.
마찬가지로 “저런 점프는 난이도가 높죠.”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저 점프는 고난도 점프인데, 보통의 점프와 어떻게 다르고, 저런 점프를 할 수 있는 선수는 몇뿐이다.”라는 식으로 점프를 해설해 주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물론 시청자의 수준이 높다면 굳이 기술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어느 수준 이상의 기술에 대해서는 친절하게 해설해 주어야 한다. 특히 용어가 외국어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용어 해설까지 곁들여 해설하면 더 좋았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한국의 해설가는 자신의 주장에 합당한 뒷받침을 하지 않아서 점수에만 집착하여 해설한 것으로 평가를 받고 말았다.
글쓰기는 주제다 남영신 저 | 아카넷
글쓰기는 작가나 기자만 하는 것이 아니다. 직장인이 기획안이나 보고서를 쓰고 공무원이 공문서를 작성하는 일, 사회운동가가 사회문제에 관해서 발언하고 학생과 교수가 논문을 쓰는 일 등, 적어도 지적 활동을 하는 모든 사람에게 글쓰기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일이다. 그렇다면 각자의 삶의 현장에서 글쓰기를 시작해야 한다.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 자신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드러내고 사회와 소통하기 위해서 글을 써야 한다. 어떻게 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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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신은 언어에 바탕을 둔 사회 발전을 꿈꾸며 국어 문화 운동을 하고 있다. 1971년에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한 뒤에, 토박이말을 정리한 『우리말 분류사전』을 펴낸 것을 시작으로 『국어용례사전』, 『한+ 국어사전』, 『국어 천년의 성공과 실패』, 『나의 한국어 바로쓰기 노트』, 『4주간의 국어 여행』, 『한국어 용법 핸드북』을 통해 꿈을 지향하고 있다. 이제 이 책을 읽는 분들과 그 꿈을 공유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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