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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머라이어 캐리잖아!

자칫 위험해 보이는 이 칭호는 어떤 깨달음의 상징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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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본인의 이름을 음반 제목으로 쓴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것일 텐데요, 차트 성적이 예전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앨범 들어보면 아시겠지만 머라이어 캐리는 머라이어 캐리입니다.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  < Me. I Am Mariah... The Elusive Chanteuse >

 

머라이어캐리

 

여왕이 돌아왔다. 4년만의 스튜디오 앨범이다. 근작이었던 < Merry Christmas II You >가 모호한 위치의 크리스마스 시즌 작품인데 반해 이번에는 그의 페르소나를 깊숙이 파고들었다. < Me. I Am Mariah... The Elusive Chanteuse > 긴 타이틀에는 그의 이름뿐만 아니라 규정할 수 없는 여가수라는 수식어로 자신을 지칭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제는 익숙해질 법한 자화자찬에 '미미'의 뒤를 이은 새로운 자아는 누군지 궁금증이 인다.

 

본인의 이름을 담은 작품답게 흥미로운 개인사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옛 연인을 비난하는 「Thirsty」에서 독기를 품다가 「Supernatural」처럼 자신의 아이들과 행복을 역설하기도 한다. 「Dedicated」에서는 랩퍼 나스(Nas)를 대동하여 추억을 이야기하고 앨범 마지막에는 스스로에 대한 독백까지 실었다.



 

의도적으로 담겨진 추억의 흔적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곡들은 그 이상의 소구력을 가지지 못한다. 「Thirsty」같은 클럽튠에서는 머라이어 캐리 스타일과 현재 트렌드의 묘한 부조화가 일어나고 「Supernatural」의 아이들 목소리는 위화감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돌고래 창법도 꾸준히 출처를 알 수 없는 부담감을 동반한다.

 

머라이어캐리

다행히도 머라이어 캐리는 든든한 뿌리를 유지한다. 덜컹거리는 리듬 파트 위 순전히 목소리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Heavenly (No ways tired / Can't give up now)」와 같은 트랙들도 보이고 「You're mine (Eternal)」에서는 특유의 가녀린 고음마저 부드럽게 녹여낸다. 후렴구 위로 유감없이 감정을 토해내는 「Meteorite」과 그 여운이 채 마무리하기도 전에 연달아 터지는 발라드 넘버 「Camouflage」의 연타는 그 존재만으로도 별 하나를 아로새긴다.

 

솔로 곡들 이상으로 협업 역시 빛난다. 피쳐링을 도와준 음악가들은 모두 은근한 대비를 이뤄내며 곡에 탄력을 불어넣는다. 나스와의 작업은 언급할 필요가 없고 패볼러스(Fabolous)와도 상성이 좋다. 그 중 백미는 알 켈리(R. Kelly)인데 「Betcha gon' know」에서 머라이어 캐리의 파트를 그가 자연스럽게 이어받으며 명확한 청각의 요철(凹凸)을 남긴다. 고르게 분포한 수록곡들의 배치는 신보를 더욱 극적으로 만들며 긴 러닝타임을 무리 없이 소화한다.

 

그럼에도 기민한 음악은 아니다. 시간이 갈수록 높아지는 음악적 안목에 비해 찰나의 유행을 집어내는 예리함은 길을 잃었다. 여왕의 복귀에도 아무 행차 없는 싱글 차트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편으로 머라이어 캐리가 정말 현재의 측도로 규정할 수 없는 여가수가 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차트 정상에 열여덟 번이나 오른 뒤 스스로를 규정할 수 없는 영역으로 밀어 넣었다. 자칫 위험해 보이는 이 칭호는 어떤 깨달음의 상징이었을까. 한 여가수의 자기고백은 이렇게 성취 속에 감추어진 서늘함을 근간으로 회귀한다.

 

글/ 이기선(tomatoapp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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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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