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이기 아젤리아, 새로운 팝 씬의 슈퍼스타

가볍게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앨범은 정석적이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지금 빌보드 차트의 꼭대기엔 호주 출신 여성 래퍼가 있습니다. 흔치 않은 경우입니다. 일시적인 현상일지, 새로운 트랜드의 시작일지 궁금합니다.

이기 아젤리아(Iggy Azalea) < The New Classic >

 

이기-아젤리아

 

「Fancy」한 신인 MC의 빌보드 정복기.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와 존 레전드(John Legend)가 13주 동안이나 양분해온 빌보드 싱글차트 1,2위를 단숨에 점령한 호주 태생의 이기 아젤리아(Iggy Azelea)가 그 주인공. 음악에 대한 일념 하나로 열여섯 나이에 혈혈단신 미국에 건너온 지 7년 만에 단 한 장의 정규앨범으로 거대한 성공을 일궈나가는 중이다. 자신의 노래가 1위, 자신이 참여한 노래가 2위라니(아리아나 그란데의 「Problem」). 그 자신도 꿈이 아닌가 볼을 꼬집어보고 있지 않을까.



 

익숙하지 않은 신인이니 간략한 브리핑을 해보자. 미시 엘리엇(Missy Elliot)을 연상케 하는 두꺼운 랩 톤은 미국 드라마 마이애미 바이스(Miami Vice)를 오마주한 앨범 커버에서 알 수 있듯 5년 동안 미국 남부에서 거주하며 티아이(T.I.) 등과 어울리며 얻은 결과다. 직계 선배쯤 될 니키 미나즈(Nicki Minaj)가 팝스타로서의 길을 걷고 있는데 반해 그녀는 보다 힙합 음악 본연에 충실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보컬에 대한 욕심이나 지나친 음악적 실험 없이 그녀가 동경했던 웨스트코스트 힙합을 주로 하며 그녀의 소속인 더티 사우스를 더하고, 현재 유행하는 트랩과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을 첨가하는 식이다.

 

이기아젤리아

이 정도 정보만 가지고도 가볍게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앨범은 정석적이다. 심플한 일렉트로 비트를 독특한 억양과 찰리 XCX(Charli XCX)의 매력적인 훅으로 풀어낸 「Fancy」는 무난하지만 유행의 지점을 잘 공략했다. 비욘세의 「Upgrade U」를 연상케 하는, 반복되는 훅의 「Change your life」 또한 유행하는 덥스텝 풍의 비트를 잘 차용했다. 아예 덥스텝 아티스트 와치 더 덕(Watch The Duck)과 함께한 「100」은 의외의 어쿠스틱 기타 리프를 이용한 비트가 귀에 들어오지만 크게 특별한 지점은 아니다.

 

정석적이라는 것은 안정적이라는 뜻이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앨범은 깊은 인상을 남기는데 실패한다. 「Walk the line」같은 경우 자전적인 이야기를 잘 풀어냈지만 톱 트랙이라는 점 외에는 이렇다 할 특징이 없어 오히려 평가절하 되어버린다. 「New bitch」부터 「Goddess」까지의 앨범 중반부는 그 곡이 그 곡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무난하게 흘러가버린다. 스타 작곡 팀 스타게이트(Stargate), 팝의 신예 리타 오라(Rita Ora)와 함께한 「Black widow」는 또 다른 케이티 페리의 「Dark horse」같다. 레게 스타일 프로듀싱 팀 록 시티(Rock City)를 초빙해 레게의 느낌을 내며 마지막 임팩트를 주려 하는 「Lady patra」나 「Fuck love」는 그나마 실험적인 시도지만 전체 앨범의 반전으로는 역부족이다.

 

이미 차트에서의 강력한 성공을 통해 이기 아젤리아는 명실상부 새로운 팝 씬의 슈퍼스타로 떠오를 공산이 크다. 하지만 무난한 랩 스킬과 무난한 비트, 무난한 유행의 차용 등으로 '무난한' 작품이 되어버린 앨범은 기대보다 걱정을 앞서게 한다. 「Fancy」한 싱글과 달리 「Fancy」하지 않은 데뷔작이다.

 


글/ 김도헌(zener1218@gmail.com)



[관련 기사]

- 스몰 오의 단단한 아이덴티티
- 릴리알렌, 그녀다운 귀환
- 영원히 기억될 팝의 전설, 마이클 잭슨
-아이유, 세대를 초월하는 감성
-폴 매카트니 내한 공연을 위한 지침서 (1)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Iggy Azalea - The New Classic

21,500원(19% + 1%)

제2의 레이디 가가, 백인 니키 미나즈, 그웬 스테파니의 래퍼 버전 등 각종 수식어와 함께 주가가 급상승하고 있는 호주 출신 여성 랩퍼 겸 모델 Iggy Azalea 메이저 데뷔 앨범 [The New Classic]! 미국 출신이 아닌 여성 랩퍼로는 최초로 2012년 XXL 매거진 선정 올해의 신인 리스트..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산업의 흐름으로 반도체 읽기!

『현명한 반도체 투자』 우황제 저자의 신간. 반도체 산업 전문가이며 실전 투자가인 저자의 풍부한 산업 지식을 담아냈다.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반도체를 각 산업들의 흐름 속에서 읽어낸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산업별 분석과 기업의 투자 포인트로 기회를 만들어 보자.

가장 알맞은 시절에 전하는 행복 안부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는 사람, 작가 김신지의 에세이. 지금 이 순간에 느낄 수 있는 작은 기쁨들, ‘제철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1년을 24절기에 맞추며 눈앞의 행복을 마주해보자. 그리고 행복의 순간을 하나씩 늘려보자. 제철의 모습을 놓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행복은 우리 곁에 머무를 것이다.

2024년 런던국제도서전 화제작

실존하는 편지 가게 ‘글월’을 배경으로 한 힐링 소설. 사기를 당한 언니 때문에 꿈을 포기한 주인공. 편지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며, 모르는 이와 편지를 교환하는 펜팔 서비스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성장해나간다. 진실한 마음으로 쓴 편지가 주는 힘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소설.

나를 지키는 건 결국 나 자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물질적 부나 명예는 두 번째다. 첫째는 나 자신. 불확실한 세상에서 심리학은 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무기다. 요즘 대세 심리학자 신고은이 돈, 일, 관계, 사랑에서 어려움을 겪는 현대인을 위해 따뜻한 책 한 권을 펴냈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