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여전히 크리스마스 시즌에 울려 퍼지는 1994년작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아직까지 이 곡만큼 많이 울려 퍼진 캐럴이 없다고 느껴질 만큼 ‘크리스마스 캐럴의 클래식’으로 자리 잡았죠. 이 곡을 부른 ‘머라이어 캐리’가 16년 만에 발표하는 또 하나의 크리스마스 앨범입니다. 그리고 4년 만에 유쾌한 앨범으로 돌아온 ‘마이 케미컬 로맨스’, 피아니스트 ‘최윤정’의 연주곡 앨범도 소개합니다.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 <Merry Christmas II You> (2010)
피쳐링 모음집 <Angels Advocate>의 발매가 틀어진 후,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는 차기작으로 크리스마스 앨범을 선택했다. 1994년 작
<Merry Christmas>와 비교가 필연적인, 경력 상 두 번째 홀리데이 작품이다. 첫 번째가 대중적이고 독창적인 곡들로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면, 신보는 좀 더 깊이 있고 원숙한 분위기로 어필한다.
첫 싱글 「Oh Santa!」만 놓고 보면 깊이보단 흥겨움에 무게추가 기운다. 클랩 사운드와 차임벨로 매만져낸 젊은 캐럴이 어깨춤을 들썩이지만,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이상의 웅장함과 잔향은 갖추지 못했다. 일종의 애피타이저격인 「Oh Santa!」가 지나고 본 작의 진면목은 그 다음부터 발휘된다.
이어지는 곡들은 오케스트라와 혼 사운드 등 고전적 장치들을 적절히 가공했고, 스타일면에선 재즈와 알앤비, 틴 팬 앨리 팝 분위기를 고루 섞어내 <Merry Christmas>와 차이점을 뒀다. 선곡 자체도 성탄절 단골 캐럴송과 덜 알려진 노래들을 적절히 안배해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익숙한 곡들은 메들리로 구성해 평범함을 보완했다. 「오, 작은 마을 베들레헴」, 「북치는 소년」을 이어 부른 「O little town of Bethlehem/Little drummer boy」, 소프라노 출신인 어머니 파트리샤 캐리(Patricia Carey)와 앙상블을 이룬 「O come all ye faithful/Hallelujah chorus」가 그것. 빈스 과랄디 트리오(Vince Guaraldi Trio)의 대표작들인 「Linus and Lucy」와 「Christmas time is here」를 묶어내 왁자지껄함과 고즈넉함을 연이어 선사하는 재즈넘버 「Charlie Brown christmas」 백인의 감성에 흑인의 그루브를 블렌딩한 「Here comes Santa Claus/Housetop celebration」도 흥겹지만 무게감을 잘 유지한 트랙들이다.
많은 공간을 리메이크로 채웠으나 그렇다고 고전에만 의탁한 작품은 아니다. 상기한 「Oh Santa!」를 비롯해, 2005년 「Mine again」에서 협업한바 있던 제임스 포이서(James Poyser)가 가세한 「When christmas comes」도 눈여겨볼 곡. 레트로 빈티지 풍인 곡의 분위기 상 캐럴과 거리가 있으나, 연인과의 크리스마스를 묘사한 가사와 중간에 삽입된 「Jingle bells」를 통해 홀리데이 송의 정체성을 심었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헤어스프레이>, <어퓨 굿 맨>의 사운드트랙으로 유명한 베테랑 뮤지션 마크 샤이먼(Marc Shaiman)의 참여도 인상적이다.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그와의 공동 작업을 통해 오케스트라의 웅장함이 돋보이는 스탠더드 발라드 「Christmas time is in the air again」과 어린이들의 순수한 미성이 더해진 「One child」 등 고풍스런 곡들이 만들어졌다.
도무지 원곡과 보컬 면에서 다른 점을 찾을 수 없는 ‘Extra festive version’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나 DVD 영상으로만 소개되었던 「O holy night」의 라이브 버전이 수록된 점은 여전히 전 크리스마스 앨범의 영향력을 실감케 하는 부분. 이는 성탄절마다 알뜰히 판권 수익을 챙기는 전 소속사(Sony)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기도 하고, 더불어 고전을 다시 한 번 리뉴얼 하겠다는 의미로도 비쳐진다.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의 인기를 넘어서기엔 무리가 ?지만, 스테디셀러인
<Merry Christmas>에 집중된 관심을 뺏기 충분해 보인다. 독특한 선곡과 편곡의 다양함이 강점인 앨범이다. 16년 전, 크리스마스 명작을 탄생시켰던 머라이어 캐리의 송 라이팅과 프로듀싱 능력이 그대로 녹아든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990년부터 대중을 아우르던 팝 센스는 20년이 지난 현재에도 여전히 건재하다.
글 / 성원호 (dereksungh@gmail.com)
마이 케미컬 로맨스(My Chemical Romance) <Danger Days: The True Lives Of The Fabulous Killjoys> (2010)
생뚱맞지만 우문을 던져보자.
<메멘토(Memento)>와
<인셉션(Inception)>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코미디 영화를 찍겠다고 공표한다면 사람들의 반응이 어떨까. 복잡한 플롯을 짜기로 유명한 디렉터가 만든다면 단순히 유쾌한 영화가 상상되지는 않는다. 코미디 영화에까지 반전에 반전을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이 천재 감독에게 무의식적으로 치밀한 반전의 각본만을 주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영화감독 크리스토퍼 놀란과 펑크밴드 마이 케미컬 로맨스는 적절한 비교 대상이 아니다. 영역도 다를뿐더러 이미지도 전혀 겹치는 구석이 없다. 그러나 둘 다 우리에게 일관된 무언가를 요구하게 만드는 이들인가에 대한 답은 분명히 ‘그렇다’이다. 전자에게는
<메멘토(Memento)>가 그 족쇄의 시작이며, 후자는
<The Black Parade>이기 때문이다.
여타 이모코어 펑크 그룹과 마이 케미컬 로맨스를 구분 짓는 선은 밴드 특유의 비범함일 것이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치열한 고민이 담겨있다.
<The Black Parade>는 주제 미학은 물론, 굳이 꼬아놓지 않은 단순한 전개 속에도 웅장함과 비장미를 머금고 21세기 명반 대열에 합류한 ‘물건’이었다.
4년의 공백이 부담감을 떨쳐내는 데 필요했다면 헛되지 않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예상 밖의 명랑함을 보여준다. 전작이 고스 룩을 걸쳤다면, 지금은 원색의 복고 룩을 입은 만화 영화 주인공이다. 인트로 후 첫 곡인 「Na na na(na na na na na na na na na)」부터 발랄함이 차고도 넘친다. 음악 뿐 아니라 뮤직비디오에서도 테마는 여전하다. 멤버들은 각자 맡은 캐릭터가 있으며, 악덕 기업의 횡포에 맞서 싸우는 플롯을 취하고 있다.
유기적 흐름이 있는 구성안에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다. 무게감은 버렸지만 여전히 좋은 멜로디를 뽑아내고 있다. 기타 팝 넘버 「Summertime」은 이제껏 그룹이 발표한 어떤 곡과 비교해도 그 수준을 상회할 정도. 굳이 심각하지 않더라도 좋은 음악은 얼마든지 생산될 수 있음을 신보는 증명하며, 밴드의 능력을 여과 없이 보여준 전작과 비슷한 심각한 무엇을 기대한 팬들에게 ‘이럴 줄 몰랐지?’식의 일침을 가하고 혀를 날름거린다. 통렬한 팬 유린(?)이랄까.
좋은 성적을 거둔 후 뮤지션들의 행보를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결박감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공에 취해 멋들어진 옷을 입고 어깨에 잔뜩 힘을 주는 태도의 변화도 생긴다. 마이 케미컬 로맨스는 그런 ?념을 깨고 스스로 광대가 되었다. 새 앨범이 매력적인 점은 바로 그것이다. 올해, 쿨하다는 표현이 이번만큼 제 뉘앙스를 가진 적은 없었다.
글 / 여인협(lunarianih@naver.com)
최윤정 <The Melody> (2010)
피아노는 위대하다. 드럼, 베이스, 기타와 함께 그저 하나의 악기로 분류되지만, 단독으로 풀 앨범을 주조하는 능력을 갖춤과 동시에 음악의 구심점 역할도 해낸다. 건반이 달린 이 타현악기는 다른 기구를 도우면서도 홀로 빛나는 매력까지 겸비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이것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의 열정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피아노를 전공하고, 현재는 모교에서 후배 양성에 힘쓰는 여성 피아니스트 최윤정 역시 그 중 한 명이다.
앨범 명에서 인지되듯, 그녀는 가요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이목을 덜 끄는 장르에서 대중과 호흡할 자세를 취한다. 해당 영토에서 매주 적지 않은 양의 음반이 나옴에도 청각을 집중시켜주지 못했던 단점, 선율에 초점화를 이룬 것이다.
「See ya someday」부터 음의 흐름은 심상치 않다. 단박에 포착되는 건반 가락은 진한 인상을 남긴다. 이어지는 「Missing you」는 물론, 바다 여행을 떠올렸다는 「Voyage」, 자신의 생일날 쓰게 된 「December.31」 등 후반 트랙으로 이동되어도 곡의 농도는 묽어지지 않는다. 듣는 이에게 가장 먼저 만족하게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고 있는 곡들이다. 기본에 대한 가치를 충실히 지켰다.
이중 베스트를 뽑자면 단연 「Moonlight melody」다. 동양적 색채가 물씬 풍기는 멜로디는 달빛의 풍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감각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도 최윤정이라는 이름 석 자가 단번에 기억될 수 있을만한 곡조가 있다.
보통 뉴에이지란 단어에선 솔로 연주가 연상되는 탓에, 그 등장만으로도 조금은 심심하고 어려운 이미지가 비추어질 수 있다. 특히 이루마의 「Kiss the rain」 이후 매체를 점령한 곡을 찾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만 귀를 기울인다면, 매년 헝클어진 마음을 정돈해줄 고마운 연주곡들이 많다.
<The Melody>는 분명히 그 범위에 올려 질 수 있는, 연주자라는 직함과 동시에 프로듀서로서의 능력도 빛이 나는 앨범이다.
글 / 이종민(1stplanet@gmail.com)
제공: IZ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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