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최고의 여류 팝스타는 누구일까? 파격의 아이콘 레이디 가가? 경이로운 디바 비욘세? 충격과 공포의 마일리 사이러스?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른 답이 나오겠지만, ‘인기’로만 한정해 본다면 승자는 단연 케이티 페리다. CCM 앨범이었던 데뷔작을 제외하고 단 세장의 앨범으로 빌보드 넘버 원 송을 아홉 개나 쾌척했다. 대단하다는 비욘세도 네 곡뿐이며 레이디 가가는 단 두 곡이다. 그 1위 곡 중 다섯을
『Teenage Dream』 단 한 장의 앨범에서 거둠으로써 이 부문 기록에서 ‘킹 오브 팝’ 마이클 잭슨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비견할만한 여류 가수를 찾아보자면 까마득한 ‘전설’ 마돈나까지 거슬러 올라야한다.
냉정하게 말해 앞서 언급된 후보들과 비교하여 그녀가 내세울 수 있는 부분은 별로 없다. 물론 신이 내린 훌륭한 외모와 몸매가 있지만 그것이 슈퍼스타의 직접적인 조건은 아니다. 비욘세의 압도적인 가창력도 없고 레이디 가가의 확실한 철학도 없다. 마일리 사이러스처럼 파격적인 변신도 전무했고 데미 로바토와 같이 디즈니의 수혜를 받은 틴에이지 스타도 아니다. 그럼에도 승자는 케이티 페리다. 전 세계가 그녀를 사랑한다.
가장 ‘상업적인 가수’라는 타이틀이 적합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수로서의 시작은 반골 기질이었다. 캐서린 엘리자베스 허드슨(Katherine Elizabeth Hudson)이라는 이름의 조신한 CCM 가수였던 그녀는 과감히 금발인 머리를 흑발로 염색하고 메이저 시장에 당차게 발을 들였다. 동성애를 연상케 하는 「I kissed a girl」 이 데뷔곡이었으니 목사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통탄할 노릇이었다.
그녀의 반항은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CCM의 벽을 깨고 과감히 속세를 받아들임으로서 다양한 이들과의 조우를 꿈꿨다. 앞서서 동성애를 언급하고(「I kissed a girl」), 모호한 관계에 질색하는 당찬 소녀가 되기도 했으며(「Hot n cold」) 아찔한 하룻밤을 고백하기도 했다 (「Waking up on vegas」). 「E.T」 에서의 완벽한 외계 분장, 「California gurls」 의 캔디 걸, 「Last friday night (T.G.I.F)」 의 촌스러운 소녀 등 차기작부터는 비주얼적으로도 다양함을 추구했다. 다른 가수들이 자신만의 마니아층을 형성할 때, 오히려 그녀는 그 각기의 마니아층 모두를 포용함으로서 ‘공공의 스타’로서의 작업을 가속화했다.
이렇게 완성된 케이티 페리의 음악 세계에는 특별한 출입 제한이 없다.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백인 흑인이든, 동부에 살든 서부에 살든, 나이가 몇이든 모두가 듣고 즐길 수 있다. 맥스 마틴, 부치 워커, 스타게이트, 닥터 루크 등의 스타 프로듀서들이 빚어낸 부담 없는 팝 음악은 최신 트렌드를 투영하면서도 전 대중을 아우른다. 보편적 가치를 노래하기에 복잡한 가치를 부여하지 않아도 즐겁다. 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들은 「Hot n cold」 를, 떠나버린 사랑을 그리워하는 이들은 「The one that got away」 를 부르다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며 「Part of me」 를 듣는다. 십대들에게 꼭 맞는 파티 음악 「Last friday night (T.G.I.F)」 가 있는 반면 그 십대 시절로 돌아가고픈 젊은이들의 축제 「Teenage dream」 도 있다. 공통된 감정을 토대로 세대를 초월한다.
가식 없는 진실함이 있다. 허세와 자본으로 뒤덮인 최근 음악 시장에서 그녀의 음악은 순수한 즐거움과 긍정, 희망의 메시지로 가득하다. 부정적이거나 비극적인 이야기, 거짓은 없다. 케이티 페리를 영 제네레이션 사이에서 이 시대의 아이콘으로 떠받들게 해준 으뜸 동력은 바로 이러한 노랫말이다. 케이티 페리의 노래를 듣는 순간에는 모두가 아이처럼 행복한 꿈을 꾸고, 진실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다. 이름은 케이티 페리지만 주인공은 대중들 그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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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 없이, 아무런 조건 없이
당신을 사랑할게요, 아무런 조건 없이.
이제 두려움은 없어요, 모든 걸 벗어 던져요.
당신을 사랑할게요, 아무런 조건 없이.
-「Unconditionally」 中, 『Pr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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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호랑이의 눈을 가진 싸움꾼
불 속에서 춤을 추는 챔피언
나의 포효 소리를 듣게 될 거야.
큰, 사자보다도 더 큰 소리를
왜냐면 난 챔피언이니까
나의 포효 소리를 듣게 될 거야.
-「Roar」 中, 『Pr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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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과는 다른 창의성, 독특함이 최고의 미덕인 시대에 대중적인 행보는 ‘상업적’이라는 비판을 받기 쉽다. 하지만 훗날 역사에 길이 남는 이름은 결국 대중들이 그 시절 가장 사랑한 가수일 수밖에 없다. 케이티 페리는 이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온 세상 사람들에게 그녀는 한 명의 친구이자 선망의 대상이며, 우상이자 눈물을 닦아 줄 가족과도 같은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훗날 21세기 초를 돌아봤을 때, 이 시대를 대변했던 이름으로 케이티 페리가 일착으로 언급될 것이다. 논란의 여지없이 미스 월드(Miss World)는 케이티 페리다.
2014/02 김도헌(zener12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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