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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엔 무엇을 드실 건가요?

당신이 먹은 것이 당신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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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이번엔 안 하려고 했는데 또 아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나마도 마감 날짜에서 하루 놓쳤다. 솔직히 말해서 저도 바퀴족이 되어 가고 있나 봅니다…그냥 이 참에 내 차례엔 아예 육아일기를 쓰겠다고 할까 싶기도 하다.

요즘 내가 고민하는 내용 중 1/4은 이제 곧 만 7개월에 접어드는 아이 이유식 식단이다. 이유식(離乳食)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젖을 떼는 시기의 아기에게 먹이는 젖 이외의 음식. 특히 부드럽게 만든 음식을 이른다.” 젖이나 우유병을 빨던 아기가 수저로 고형의 음식을 목구멍으로 넘기고, 이가 나기 시작하면서 음식을 씹고 혀로 눌러 먹는 훈련을 하는 과정이라고 하겠다. 또한 이 시기에 다양한 음식을 접하면서 편식없는 건강한 식습관을 갖는 것도 목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아무튼 중요한 시기이며 매우 소중한 순간인 건 알겠는데 너무 어렵다!! 회사 일을 하면서 틈틈이 식단을 짜고, 퇴근 후 장을 봐서 헐레벌떡 집으로 들어가 아이를 재워놓고 밤새 미음을 쉼없이 젓는 일은 녹록치는 않다. 아이고 어려워. 오늘은 어디에 가서 친환경 유기농 식재료를 사올까? 오늘 언제 이유식을 만들지? 다음주엔 뭘 먹이지 이런 고민을 계속 쳇바퀴 돌 듯 하고 있는 중이다.

 

아이를 낳기 전엔 친환경이라거나, 유기농이라는 단어는 일종의 마케팅 전략이라고만 생각해왔는데, 실제로 아이에게 먹일 음식을 만들다 보니 식재료는 어떻게 생산되어 우리 식탁까지 오게 되는지에 대해 궁금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너무나 많은 선택지가 있지만 오히려 그러다 보니 무엇을 먹어야 할 지, 무엇을 먹지 말아야 할 지 알 수 없다. 뭐든지 먹을 수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무엇을 먹지 말아야 할 지 갈등하는 것이 바로 우리들의 딜레마가 아닐까.

 

마이클 폴란의 잡식동물의 딜레마』는 바로 이러한 고민에 대한 대답을 전방위적으로 탐색하고 있는 논픽션이다. 저자는 ‘우리가 먹는 음식이 우리와 자연 세계의 가장 중대한 교류방식’이라고 말하면서 매끈하게 다듬어진 당근과 감자, 피 없이 말끔하게 손질된 고기가 진열된 슈퍼마켓부터 인류가 처음 음식을 채취하고 수렵하던 들판까지 종횡무진 누빈다. 처음 받아 들었을 땐 두툼한 분량 덕에 읽기가 녹록치 않지만, 우리가 무엇을 먹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한다. 한 권의 책을 위해 실제로 옥수수 농장을 찾아가고, 농장에 가서 실제로 일주일 간 건초를 만들고 닭을 키우는 체험을 하는 등 발로 뛴 저자의 노고가 돋보이기도 한다.

 

잡식동물의 딜레마

저자는 음식은 예전부터 그랬듯,

슬로푸드도 패스트푸드도 아닌 “푸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위에서 소개한 책이 우리가 무엇을 먹어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사유를 담고 있다면, 『헝그리 플래닛』은 현재 우리가 무엇을 먹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사진 기자인 피터 멘젤과 프로듀서 출신의 작가인 페이스 달뤼시오 부부는 함께 전 세계를 돌면서 ‘물질 세계(material world)’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인 『헝그리 플래닛』은 말리부터 부탄, 에콰도르, 그린란드까지 각 나라의 대표적인 한 가족을 찾아가 그들이 일주일 동안 먹는 먹거리와 가족 구성원 전체의 모습을 사진과 글로 담아내고 있다. 소위 말하는 문명국가일수록 채소나 과일보다는 고기와 글로벌 브랜드의 로고가 전면에 박힌 포장식품을 즐겨먹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비슷한 듯 하지만 다들 개성 넘치는 식탁을 꾸리고 있다는 것을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지난 일주일 간 무엇을 먹었는지 과연 건강한 식생활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해준다.

 

헝그리플래닛

책에 실린 사진과 통계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을 돌아보게 한다.

 

프랑스의 요리사 브리야 사바랭은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라고 말했다. 결국 내가 먹는 것은 단순히 나의 피와 살, 뼈를 이루는 영양분이 되는 것 뿐 아니라 나의 가치관과 생활방식, 철학까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냥 먹기보다는 한 번쯤 고민하고 더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나저나 당장 내일은 무슨 재료로 이유식을 만들어서 아이에게 먹여야 한담. 애는 그렇다 치고 나는 뭘 먹나. 친환경도 유기농도 좋다만 만들 힘도 시간도 없으니 오늘도 결국 매식(買食)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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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조선영(도서1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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