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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메탈의 체계를 정의하다 - 베놈(Venom)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어두운 세계를 표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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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놈은 블랙 메탈의 사상적 체계를 정의했다. 신성모독을 기도했고, 격한 메탈 사운드 안에 사타니즘을 의식화했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혹은 부정적이든 간에 이들로부터 헤비메탈의 다양한 텍스트가 뻗어 나왔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1981년, 베놈(Venom)의 등장으로 많은 이들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팀명에서 풍기는 느낌 그대로 음악적 사타니즘을 추구하며 이들은 스래시 메탈, 블랙메탈의 서막을 열었습니다. 특히 1982년에 발표한 두 번째 앨범의 타이틀은 한 장르의 명칭으로 자리를 잡았고, 이들이 세운 음악적 체계는 이후 등장한 헤비메탈 밴드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번 주에는 바로 그 앨범, <Black Metal>를 소개해드립니다.


베놈(Venom) <Black Metal> (1982)

“이 많은 익스트림 메탈은 모두 어디서 왔을까?”

극단의 메탈음악을 탐구하다보면 나올 수밖에 없는 질문이다. 호기심을 갖고 접근하다 보면 결국은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로 귀결되고는 하지만, 그 이전 단계에서 필연적으로 만나야 하는 밴드들이 몇몇 있다. 베놈(Venom) - 이름부터 악독한 이 3인조 역시 그런 밴드들 중 하나다.

앨범의 이름부터 이들에게 대중음악사적 의의를 부여한다. ‘블랙 메탈’이라는 타이틀은 이들이 처음 작명한 특정 장르의 명칭이 되었다. 멀리 블랙 사바스에 기원을 두는 익스트림 메탈의 한 가지는 바로 이들로부터 파생된 것이다.


다른 가지에 미친 영향 역시 컸다. 동명의 타이틀 「Black Metal」 은 후일 메탈리카와 슬레이어 등등 스래시 메탈 밴드들의 작법 원형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트랙이다. 이후 작품들에서 지속적으로 완성도 논란이 많은 밴드임에도 끊임없이 회자가 되는 이유는 바로 이 앨범이 가지는 영향력 덕분이었다.

1982년. 그러니까 영국에서 시작된 NWOBHM(New Wave of British Heavy Metal)이 한창 맹위를 떨치고 있을 때였다. 마찬가지로 영국에서 나타나 1집의 음악적 사타니즘으로 세상을 충격에 빠트렸던 베놈은 2집 <Black Metal>을 통해 다시 한 번 그 사악한 이미지를 집대성했다.

신성모독이 있었고(「Heaven's on fire」), 염세적 우울함이 있었으며(「Leave me in hell」), 흑마술적 상상이 있었고(「Buried alive」), 저속하고 음란한 유머가(「Teacher's pet」) 있었다. 끔찍한 텍스트를 뒷받침하는 것은 뭉개진 로-파이 사운드와 프런트맨 크로노스의 울부짖는 보컬, 그리고 무지막지한 투베이스 드러밍이었다. 각종 사회단체와 종교 단체에서 이들을 문제 삼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땅 밑 암암리에 존재하던 어둠의 무리들에게는 그러나 문제될 것이 없었다. 오히려 사타니즘과 음악의 결합에서 힌트를 얻고 말 그대로 ‘어두운’ 메탈음악을 나름의 방법으로 계승해 나아갔다. 끔찍한 악몽과도 같은 음악이었지만, 컬트 팬들은 열광했다. 블랙 메탈 음악이 나름의 신(Scene)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에는 베놈의 공이 지대했다.

솔직하게 말해서, <Black Metal>은 보편적 의미에서 명반의 위치를 점할 수 있는 성격의 앨범은 아니다. 그러나 익스트림 계열 음악의 숭배자들에게 이 앨범은 바이블 그 이상이다. 블랙 메탈을 정의하는 대부분의 텍스트가 이 작품에 압축적으로 나타나 있다. 그것은 지옥의 묵시록이었으며,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어두운 세계였다.

베놈은 블랙 메탈의 사상적 체계를 정의했다. 신성모독을 기도했고, 격한 메탈 사운드 안에 사타니즘을 의식화했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혹은 부정적이든 간에 이들로부터 헤비메탈의 다양한 텍스트가 뻗어 나왔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누군가에게는 터무니없는 음악으로 들릴지는 몰라도, 그 영향력의 측면에서 함께하는 ‘명반’이라는 수식은 그래서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다.

글/ 여인협(lunariani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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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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