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은의 엉뚱한 장면] 존재가 사라진 자리에 - <애프터 양>
차이를 부각해서 서사에 극성을 불어넣는 대신, 영화는 한 존재가, 하나의 차이가 사라진 구멍만을 내내 맴돌며 들여다본다. (2022.06.15)
[남다은의 엉뚱한 장면] 오래된 아파트 단지의 나무들 - <봉명주공>
<봉명주공>은 한 마을의 역사가 ‘철거’되기 직전의 시간을 찍는다. 이 영화의 특별함은 떠나는 사람들, 사라지는 공동체만이 아니라, 그 역사의 일부이자 증인인 아파트 주변 나무들을 응시하는 카메라의 시선에서 비롯된다. (2022.05.19)
[남다은의 엉뚱한 장면] “난 길을 잃었어요” - <스펜서>
비밀로 둘러싸인 왕실 내부와 그곳에 갇힌 한 여인의 내면, 그러니까 출구 없는 ‘안’의 미로. <스펜서>는 그 미로의 암담한 입구에서 시작한다. (2022.05.06)
[남다은의 엉뚱한 장면] 생을 향한 환희의 순간 - <나의 집은 어디인가>
우울의 그림자를 떨쳐내지 못하면서도 <나의 집은 어디인가>는 가난과 고통의 기억을 유도하고 재현하는 대신 생을 향한 호기심과 욕망의 환희를 이 영화를 지탱하는 힘으로 곳곳에 틈틈이 새겨둔다. (2022.04.21)
[남다은의 엉뚱한 장면] 한없이 투명한 ‘수학의 시간’ -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현실의 그림자를 완벽히 지운 그 순간이 누군가에게는 순진하게 보이겠지만, 적어도 이 영화는 그 투명함에 ‘수학적 용기’를 심어두려는 것 같다. (2022.03.24)
[남다은의 엉뚱한 장면] 투쟁이 소용없다고 말하지 말라 - <우리가 사랑이라 믿는 것>
어쩌면 영화와도 상관없이, 이 시는 내내 극장을 나서고 싶어 안절부절못하던 나의 시끄러운 마음을 다잡아 잠시나마 스크린에 붙들었다. (2022.03.10)
채널예스 예스24 남다은의엉뚱한장면 우리가사랑이라믿는것 등록일: 2022.03.10
[남다은의 엉뚱한 장면] 그 애들과 다니는 나 자신이 너무 이상해 - <리코리쉬 피자>
개리와 놀지 않았다면, 알라나는 이 장면을 이루는 스릴과 리듬, 방향과 무드를 결코 맛보지 못했을 것이다. (2022.02.24)
[남다은의 엉뚱한 장면] 삶을 씩씩하게 통과한 천진함 - <미싱타는 여자들>
빛바랜 사진 속 이들의 앳된 얼굴이 품고 있던 낙천성이 과거를 돌이켜보는 현재의 주름진 얼굴에도 보존되어 있다는 것. 그건 세상 물정에 무지한 표정이 아니라, 현실 가장 깊고 어두운 곳까지 들어갔다 상처투성이로 나오고서도 체념하지 않은 삶을 향한 천진함이다. (2022.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