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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있는 여자’가 되기 위한 공부의 여정 - 마지막 회
곽아람, 공부의 위로 마지막 회
이 책이 또래 독자들께는 찬란한 청춘의 대학 시절을 회고하는 기쁨을 주고, 막 대학에 입학한 독자들께는 대학생이라는 특권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2022.03.03)
이 책의 가제는 ‘교양 있는 여자’였다. 나 스스로가 ‘교양 있는 여자’란 뜻은 물론 아니다. ‘교양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가지고 답을 찾기 위해 책을 썼기 때문에 정한 제목이었고 일종의 유머였는데, 독자들이 개그를 다큐로 오해할 수도 있고 지하철 같은 공공장소에서 ‘교양있는 여자’라 적힌 책을 읽는 걸 쑥스러워할 수도 있다는 주변의 우려 때문에 포기했다.
여러 제목을 고민한 끝에 ‘공부의 위로’로 결정했다. 적어도 나의 인생에서는 대학 시절의 공부가 대학 졸업 후에 겪는 여러 괴롭고 번잡한 일들의 틈바구니에서 자기중심을 잡고 위안을 얻는 역할을 해 주었고, 또 다른 많은 이들에게도 그럴 것이고, 그럴 수 있다 믿었기 때문이다. 물론 공부에서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업(業)이 공부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다. 밥벌이라는 것은 고달프고 힘겨운 것이기에 학문을 업으로 삼은 연구자들께는 감히 ‘공부’와 ‘위로’를 한자리에 놓은 무례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
공부하는 이유를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원대한 소망에서 찾을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나의 식견은 그런 경지에는 다다르지 못했다. 세상을 바꾸는 것보다는 나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일이 더 쉽기에, 자신을 다독여 가며 단련시키고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일에서 공부의 의미를 찾고자 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처럼 교양을 통해 분별력을 갖춘 개인이 많아지면 세상도 더 나은 곳으로 변하리라 믿는다.
무엇보다도 “대학에서 배운 것이 아무것도 없다.”라는 말이 진리로 받아들여지고 ‘쓸모도 없는 공부’를 가르치는 대학에 대한 갖은 회의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대학에서의 공부를 통해 한 인간이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오랫동안 궁금했다. 왜 대학 입학 성공기를 다룬 책은 많은데, 입학 후부터 졸업까지 이르는 성장 과정을 다룬 책은 없는 걸까? 해외 대학에서 유학한 이야기를 다룬 책은 많은데, 국내 대학에서 공부한 이야기는 왜 드문 걸까? 의문을 거듭한 끝에 결심했다. 내가 한 번 써 보자고. 그리하여 이 책은 40대 직장 여성이 대학이라는 새로운 세계에서 보낸 20대 초반을 돌아보는 성장기가 되었다.
책에서는 대학에서 수강한 여러 과목 중에서 심리학개론, 종교학개론, 프랑스어 산문 강독, 독일명작의 이해 등 ‘교양’의 영역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과목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내가 졸업한 학과(고고미술사학과)의 특성상 전공 과목 중에서도 대학 밖에서는 교양의 영역에 속한다 여겨지는 것들이 여럿 있기에 ‘미술사 입문’과 ‘고고학 입문’을 비롯, 몇몇 전공 과목들도 함께 다뤘다.
또한 1학년부터 4학년까지 수강한 과목을 순차적으로 나열해 독자들이 책을 읽으며 20대의 나와 함께 배우고 익히며 차근차근 성장하는 보람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이 책이 또래 독자들께는 찬란한 청춘의 대학 시절을 회고하는 기쁨을 주고, 막 대학에 입학한 독자들께는 대학생이라는 특권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2022년 3월, 출간을 앞두고
<채널예스> 독자들께
곽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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