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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밴드 킹 기저드 앤드 리저드 위저드의 착란적 신스 팝
킹 기저드 앤드 리저드 위저드(King Gizzard & Lizard Wizard) <Butterfly 3000>
취향이 확고한 팬들과 일반 대중을 동시에 포용할 가능성을 모두 포획한 독특한 앨범이다. (2021.08.11)
전형적이지 않은 악곡 전개와 정신 착란적인 사운드스케이프, 사이보그와 괴물이 등장하는 'Gizzverse'라는 세계관까지 컬트적 요소를 두루 갖춘 호주 출신 킹 기저드 앤드 리저드 위저드는 지난 10년 동안 무려 18장의 스튜디오 앨범을 발표했다. 사이키델릭 록과 재즈 퓨전, 헤비메탈 등 각기 다른 장르의 앨범을 만들어온 이들은 전작 <L.W.>가 나온 지 불과 4달 만에 19번째 정규 앨범 <Butterfly 3000>을 내놓았다. 넘치는 개성과 대중성 사이의 균형점을 찾은 이 괴짜 밴드는 이번엔 여름에 잘 어울리는 산뜻한 신스 팝을 선사한다.
난해한 프로그레시브 록 앨범 <Polygondwanaland>와 과격한 스래시 메탈 <Infest The Rats' Nest>처럼 대중성과 거리가 먼 음악을 펼쳐온 이들은 홈레코딩으로 제작한 이번 신작에서는 선율을 강조한 신스 팝을 내세워 감상의 진입 장벽을 대폭 낮췄다. 덕분에 그들의 경력에서 가장 대중적이고 듣기 쉬운 음반이 됐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이질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10곡에 걸쳐 반복되는 신시사이저 루프는 잊히지 않는 잔상을 남기며 앨범에 일관성을 부여했다. 앨범 전체가 하나로 연결된 느낌을 받는 이유지만 소리의 실험자답게 신시사이저에만 의존하지 않고 여러 가지 악기를 배합해 곡의 개별성을 확보했다. 어쿠스틱 피아노와 기타가 상쾌한 'Interior people'과 월리처 피아노에 멜로트론을 더해 풍성한 소리를 구현한 'Blue morpho'가 대표적이다. 가창보다 기악에 방점을 찍는 모습은 류이치 사카모토가 소속했던 일본의 신스 팝 밴드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와 아방가르드한 전자음악을 구사했던 영국 밴드 아트 오브 노이즈가 떠오르는 지점.
만화경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킹 기저드 앤드 리저드 위저드의 경력은 다양한 음악에 목마른 마니아들의 갈증을 해소해왔다. 3~4분의 러닝 타임 안에서 익숙하고 비슷한 것들이 펼쳐지는 팝에서 벗어나 안전장치를 풀어버린 이들의 음악은 상대적으로 대중성이 높은 이번 앨범에서도 유지됐다. 취향이 확고한 팬들과 일반 대중을 동시에 포용할 가능성을 모두 포획한 독특한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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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King Gizzard & the Lizard Wizard>27,700원(0% + 1%)